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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눈을 감았는가: 김건희 1심 판결이 남긴 분노의 기록-

정의의 저울은 어디로 갔는가
정의는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었지만, 그 저울추는 어디로 갔는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이번 판결은 법치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 정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질문을 던졌다.
법의 언어로 포장된 기만과 모순의 결정문을 해부하고, 권력 앞에서 법리가 어떻게 곡학아세(曲學阿世)할 수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분노의 기록이다.
"인식은 했으나 공범은 아니다"라는 궤변
이번 판결은 단지 의심스러운 판결이 아니라,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機能的 行爲支配)"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재판부는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식'했다는 점은 명백히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종 세력과의 '공모' 관계는 부정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단순한 논리적 모순이 아니다. 법원은 이미 같은 사건의 다른 공범들 재판에서 김건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 판결들을 스스로 뒤집으면서까지 내린 해괴한 결론인 것이다. 주가조작 선수가 매도 지시를 내린 지 불과 7초 만에 김 씨의 계좌에서 8만 주의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과 같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재판부는 녹취나 계약서 같은 비현실적 수준의 증명을 요구하며 공범 인정의 문턱을 비상식적으로 높였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궤변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형법상 공동정범·방조의 법리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구조이지, 마치 조직범죄의 두목처럼 일일이 시세조종 행위를 직접 지휘하고, 녹취·계약서까지 남겨야만 공모를 인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권력자를 위한 방패막이, ‘In dubio pro reo’의 선택적 남용
우인성 재판장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고결한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원칙은 권력의 심장부를 향하는 의혹 앞에서만 유독 두텁게 적용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
8억 원대 부당이득이 걸린 주가조작과 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완벽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언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금품수수 혐의에는 이 원칙을 현저히 얇게 적용했다. 이는 '법 앞의 평등'이 아니라 '권력 앞의 특혜'에 다름 아니다. 사법부가 원칙을 가림막 삼아 권력자의 면죄부를 발행한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권력추종의 관행”으로 읽히고 있으며, 사법부 스스로 민주공화국의 최후 보루라는 자기 정체성을 훼손한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서가 없으니 무죄"라는 위험한 선례
명태균 여론조사 및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현실 외면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는 육성 녹취와 "김영선 공천은 여사님 선물"이라는 파일이 있음에도,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정치자금 거래의 은밀한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재판부가 명태균이 다른 기관(여의도연구원)과 계약서를 쓴 사실을 오히려 김건희와의 거래가 없었다는 증거로 활용한 도착적 논리다. 이는 향후 모든 권력형 비리 사건에 "구두로만, 비공식적으로 움직이면 안전하다"는 끔찍한 신호를 준다. 핵심 증인을 "다소 망상적"이라며 '인격 살해적 판단'으로 증거의 가치를 훼손한 재판부의 태도는 진실을 매장하려는 의도적 직무 유기이다.
샤넬 가방 하나만 유죄? 기준 없는 고무줄 잣대
재판부는 동일한 통일교 관계자가 건넨 두 개의 샤넬 가방 중, 4월에 받은 것은 '의례적 축하'라며 무죄, 7월에 받은 것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뇌물은 장기적 관계 형성의 산물이다. 4월의 가방이 7월의 본격적인 청탁을 위한 '마중물'이었음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쪼개어 판단하는 것은 부패의 메커니즘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자의적 판결이다.
이러한 고무줄 잣대는 형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검이 징역 15년을 구형한 사건에 대해 고작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약 1281만 5천 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8억 원 이상의 이득은 온데간데없다. 국민의 눈에는 "주가조작·정치공작 의혹은 깨끗이 면죄부, 선물 몇 개만 문제 삼는" 기묘한 조합일 뿐이며, 이는 권력의 심장부는 피해 가는 치졸한 '선 긋기 판결'이다.
무너진 신뢰, 사법부가 스스로 걷어차 버린 마지막 기회
이번 판결은 단지 하나의 사건을 넘어, 사법적 형평성을 심대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사법부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남겼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이미 같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누적된 공범들과 달리, 가장 상위 수혜자인 대통령 배우자에게만 유별나게 높은 무죄의 장벽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러한 엘리트주의적 법 해석이 우인성 재판장에게 처음은 아니다. 그는 과거 '수능 만점' 의대생 살인범에게 "향후 사회에 기여할 것을 고려한다"는 황당한 감형 사유를 언급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살인범의 수능 성적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그 논리가, 이번에는 권력자를 위해 법리를 조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이 권력 앞에서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고등이며, 항소심이 그 오명을 거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국민의 눈은 법전 뒤의 진실을 보고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특권 봐주기'이자 '권력 맞춤형 면죄부'였다. 7초 만의 매도 주문도 증거가 되지 못하고, 계약서의 존재가 오히려 계약 부재의 증거가 되는 궤변, 샤넬 가방 하나는 선물이 되고 다른 하나는 뇌물이 되는 기묘한 연금술은 사법 정의의 파산을 선고한 것과 같다.
그러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소심과 특검의 책임은 이제 더욱 막중해졌다. 이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정의가 잠시 눈을 감았을지언정, 국민의 눈은 번뜩이며 사법부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법전의 자구 뒤에 숨어 진실을 외면한 판결은 반드시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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