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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계의 옐프' abillion은 왜 멈춰야 했나

'비건계의 옐프' abillion은 왜 멈춰야 했나-1,700만 달러의 투자와 100만 명의 팬- 지속 가능한 소비를 꿈꿨던 야심찬 도전의 끝지속 가능한 소비를 쉽고 사회적인 경험으로 바꾸고자 했던 싱가포르 기반의 스타트업 ‘abillion’이 8년 간의 여정을 뒤로하고 지난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2018년 비카스 가르그(Vikas Garg)가 창업한 이 서비스는 비건 음식을 찾는 과정에서 겪은 지극히 개인적인 좌절감에서 시작되었다.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정작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탐정 수준의 검색을 반복해야 하는 '발견(Discovery)의 결핍'을 해결하는 것이 이들의 본질적인 과제였다. abillion은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역대 최고의 지표를 경신하고 있었다. 1,700만 달러라는 대..

배터리 골드러시의 종말: 혁신이 자본의 벽에 부딪힐 때

배터리 골드러시의 종말: 혁신이 자본의 벽에 부딪힐 때 화려한 파티의 끝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배터리 산업은 그야말로 '골드러시'의 정점에 있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화학 구조를 앞세운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투자자들은 이들에게 무한해 보이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당시 미디어들은 쏟아지는 혁신적인 소식 중 무엇을 헤드라인으로 뽑아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배터리 산업을 지배하는 풍경은 화려한 성공이 아닌 차가운 '숙취'에 가깝다. 한때 뜨거웠던 자금 줄은 말라붙었고, 무한한 성장을 약속했던 기업들은 연쇄적인 파산과 사업 중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낙관주의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배터리 업계의 파티는 비극적인 종막을 고하고 있다. 안..

메드비: AI 기반 비만치료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과 명암

메드비: AI 기반 비만치료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과 명암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종종 기존 산업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며 등장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원격의료 스타트업 '메드비(Medvi)'는 그 전형적인 사례이자 논쟁의 중심이다. 창업자 매튜 갤러거(Matthew Gallagher)가 단돈 2만 달러의 초기 자본으로 시작해 설립 1년 만인 2025년 매출 401백만 달러(약 4억 100만 달러)를 달성한 서사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2026년 매출 목표를 18억 달러로 설정하며 하이퍼 그로스(Hyper-growth) 궤도에 진입한 이들의 행보는 AI가 어떻게 전통 의료 산업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규제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2026년, 식탁 위의 거대한 단절: '무엇'을 넘어 '어떻게' 먹을 것인가

2026년, 식탁 위의 거대한 단절: '무엇'을 넘어 '어떻게' 먹을 것인가 변화는 이제 일시적인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상수가 되었다. 2026년 글로벌 식음료(F&B) 시장은 단순한 유행의 변화를 넘어,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와 디지털 기술, 그리고 거시 경제적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의 미식이 '맛'이라는 감각적 즐거움에 집중했다면, 다가올 미래의 미식은 '영양의 밀도', '심리적 치유',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신뢰'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생물학적 혁명: '칼로리'의 시대에서 '영양 밀도'의 시대로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역설적으로 '약'에서 시작되었다. 비만 치료제 GLP-1의 확산은 단순히 인간의 식욕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음식과 관계 맺는 ..

스타트업의 ‘유심(有心)’을 경계하라: 성장의 유혹과 본질의 괴리

스타트업의 ‘유심(有心)’을 경계하라: 성장의 유혹과 본질의 괴리 송나라의 명재상 한기(韓琦)는 『송명신언행록』에서 "일을 처리하는 데 허튼 속셈(心)이 있으면 안 된다. 자연스럽지 못해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라는 '처사불가유심(處事不可有心)'의 가르침을 남겼다. 이는 비단 천 년 전의 통치 철학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생존과 성장의 기로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가장 날카로운 비즈니스 통찰을 제공한다. 한기가 예로 든 태원 지구의 일화는 현대의 '가짜 혁신'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가난한 백성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값싼 목궁(木弓)이었으나, 관리는 자신의 성과를 위해 사술에 능한 자를 동원하여 값비싼 각궁(角弓)을 사도록 부추겼다. 결국 백성들은 소를 팔아 활을..

로봇의 미래는 '인간의 대체'가 아닌 '완벽한 팀워크'에 있다

로봇의 미래는 '인간의 대체'가 아닌 '완벽한 팀워크'에 있다:-GM 로보틱스 전략 총괄이 말하는 협업의 시대- 로봇 전성시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오늘날 로보틱스 산업은 전례 없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정교한 센싱, 고도화된 조작 기술의 결합은 로봇을 단순한 자동화 도구에서 인간의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노출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과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리쇼어링(Reshoring)' 압박은 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만들었다. 막대한 자본과 화려한 데모 영상이 쏟아지는 지금, 우리는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제너럴 모터스(GM)의 로보틱스 전략 총괄 미켈 테일러(Mikell Taylor)는..

2950억 달러의 달콤한 질주:

2950억 달러의 달콤한 질주:-초콜릿·사탕 시장이 불황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 현재 글로벌 식음료(F&B) 산업 전반에는 소비자 심리 위축이라는 차가운 역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침체 국면 속에서도 유독 독보적인 성장 궤도를 그리며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제과(Confectionery) 시장이다. 시장 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제과 시장의 가치는 현재 약 2,280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2034년에는 2,950억 달러(한화 약 400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의 그늘을 뚫고 초콜릿과 사탕이 이토록 강력한 성장을 이끄는 배경에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선 정교한 시장 전략과 소비자 행..

2,000년 전의 수레가 현대 스타트업에 던지는 경고:

2,000년 전의 수레가 현대 스타트업에 던지는 경고:-'전차복후차계(前車覆後車誡)'의 생존 전략- 90%의 실패율, 우리는 왜 앞선 수레의 전복을 무시하는가?현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의 생존은 기적에 가깝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스타트업의 90%가 최종적으로 실패하며, 그중 70%는 창업 2년에서 5년 사이인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에서 전복된다. 이러한 참혹한 지표 앞에서 우리는 2,000년 전의 지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서(漢書)』 「가의전」에는 '전차복후차계(前車覆後車誡)'라는 말이 등장한다.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가 경계로 삼는다"는 뜻이다. 한나라의 학자 가의는 진(秦)나라의 멸망을 거울삼아 한나라의 안녕을 꾀하며 이 격언을 인용했다. 이는..

시계추의 정지: 클락와이즈(Clockwise)의 야망과 몰락

시계추의 정지: 클락와이즈(Clockwise)의 야망과 몰락-7,600만 달러의 투자, 4만 개의 고객사, 그리고 8일 만의 종말- 현대 직장인들에게 캘린더는 일종의 '잔인한 희망'이다. 오전 10시,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그리고 오후 4시에 잡힌 짧은 회의들 사이에서 우리는 스스로 '자유 시간'이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회의와 회의 사이의 파편화된 시간 속에서 업무에 깊이 몰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른바 '조각난 하루(Shredded Day)'의 역설이다. 겉으로는 한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었다. Uber, Notion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선두 주자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7,600만 달러(약 1..

소라의 종언과 오픈AI의 실용주의적 제국 재편

소라의 종언과 오픈AI의 실용주의적 제국 재편-'화려한 환상'에서 '냉혹한 실용'의 시대로- 6개월의 짧은 불꽃, 소라가 남긴 질문2024년 2월, 오픈AI가 처음 '소라(Sora)'를 공개했을 때의 충격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라는 찬사와 함께 영상 제작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추앙받았던 소라는, 2025년 9월 아바타 생성 기능인 '카메오(Cameo)'를 탑재한 '소라 2(Sora 2)'를 선보이며 그 정점에 도달하는 듯했다. 그러나 화려한 등극과 달리 소라의 생명은 짧았다. 2026년 3월 24일, 정식 서비스 출시 불과 6개월 만에 오픈AI는 소라의 전면 종료를 선언했다. 한때 인공지능 시각화 기술의 최전선으로 불리던 소라가 왜 이토록 갑작스럽게 역사의 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