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의 내란, 그 파렴치한 헌법 파괴에 내린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

대한민국 헌정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기괴하고도 참담한 사태였던 12.3 비상계엄이 마침내 사법부의 첫 번째 심판대 위에 올랐다. 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15년보다 무려 8년이나 더 무거운 형량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재판부의 고뇌와 의지가 담긴 결과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고위 공직자의 일탈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선 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칼날을 국민과 의회를 향해 휘두른 ‘친위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선고이자, 민주주의의 심장을 저격하려 했던 세력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장이다.
위로부터의 내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치명적 배신
이진관 부장판사가 판결문에서 천명한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개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이 벌인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 벌이는 내란이 일반적인 민중 봉기나 하급 부대의 반란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해악이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아래로부터의 내란은 국가 시스템에 의해 제압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가 군과 경찰이라는 물리적 강제력을 사유화하여 헌법 기관을 공격할 때 민주주의는 방어할 기회조차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주로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12.3 사태가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초유의 사건’임을 직시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런 대통령이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언론의 입을 막으며 선거관리위원회를 군화발로 짓밟은 행위는, 국가 시스템 자체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자기 파괴적 폭거’다. 재판부가 기존의 양형 기준을 뛰어넘어 특검의 구형량보다 훨씬 높은 형량을 선고한 배경에는, 이러한 ‘권력형 내란’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단호한 철학이 깔려 있다.
| 내란의 유형 비교 | 아래로부터의 내란 (Traditional Insurrection) | 위로부터의 내란 (12.3 친위 쿠데타 모델) |
| 주도 세력 | 반정부 단체, 혁명 세력, 일부 군벌 | 대통령, 국무총리 등 현직 최고 통치권자 |
| 권력 기반 | 외부 무장력, 민중 동원 | 국가 공권력(군, 경찰, 정보기관)의 사유화 |
| 헌법적 지위 | 체제 외부의 적대 세력 | 체제 수호의 의무를 지닌 내부의 배신자 |
| 위험성 수준 | 국가 시스템에 의해 통제 가능성 상존 | 국가 시스템 자체를 도구화하여 방어 기제 무력화 |
| 사법적 평가 | 기존 내란죄 법리에 따른 처벌 | 헌법 질서 파괴의 죄질이 극히 무거움 |
한덕수,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 기회주의적 공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징역 23년 선고는 그가 가졌던 직무의 무게와 비례한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단순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소극적으로 도운 방조범이 아니라, 내란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주요 임무 종사자’라고 판단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동시에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를 견제해야 하는 헌법적 보루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그날 밤, 헌법 수호자가 아닌 내란의 ‘행정적 집행자’를 선택했다.
재판부가 주목한 한 전 총리의 유죄 근거는 매우 구체적이고 뼈아프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리기 직전, 의사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국무위원 소집을 주도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무시한 채, 오직 ‘계엄 선포’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국무회의라는 헌법 기관을 요식행위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그가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헌법 수호 의무를 외면하고 가담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직자로서의 양심이 아니라, 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인 비겁한 기회주의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올해 76세의 고령이다. 23년의 형기를 모두 마친다면 그는 99세가 되어서야 차가운 감방 문을 나설 수 있다. 사실상의 무기징역이나 다름없는 이 가혹한 형량은, 그가 누려온 사회적 명성과 권력의 크기만큼 그가 저지른 배신의 대가 역시 비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평생을 성실한 관료로 자처해온 그의 말로가 ‘내란범’이라는 낙인과 함께 감옥에서 끝을 맺게 된 것은, 권력의 부당한 요구 앞에 고개를 숙인 모든 영혼 없는 관료들에게 던지는 서늘한 경고다.
난장판이 된 절차와 이를 덮으려 한 후안무치한 조작
12.3 내란의 과정은 그야말로 법치주의의 실종을 보여주는 난장판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계엄령을 먼저 선포해놓고 나서야 선포문을 작성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위법성을 감추기 위해 사후에 공문서를 위조하고 파기하기까지 했다. 이는 한 국가의 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순식간에 범죄 집단의 소굴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라는 국가적 중대 문서를 12월 6일에 만들어놓고, 12월 7일에 서명을 받으면서 날짜는 12월 3일로 소급해 기재한 행위는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죄다. 재판부는 이를 단순한 서류상의 실수가 아니라, 위헌적인 계엄 선포를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꾸미려는 악의적인 조작으로 보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이 문서를 폐기하라고 지시하고, 법정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문서를 받지 못했다는 둥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둥 뻔뻔한 위증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이러한 주장이 신빙성이 없음을 단호히 배척하며 위증죄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국가의 최고 원로라는 자가 법정에서 보여준 그 졸렬한 모습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모욕감을 주었다.
| 12.3 내란 당시 주요 위법 행위 및 사후 조작 정황 | 법적 판단 (유죄 근거) |
| 선포 전 선포문 미작성 | 계엄법상 절차 무시 및 임의적 권력 행사 |
| 5분짜리 국무회의 개최 | 실질적 심의 부재, 헌법 제89조 위반 |
| 날짜 소급 허위공문서 작성 | 12.6 작성 문서를 12.3로 기재, 공공의 신뢰 훼손 |
| 대통령기록물 무단 폐기 지시 | 범행 은폐 목적의 증거 인멸 및 기록물법 위반 |
| 법정 및 헌재에서의 허위 진술 | 사법 체계 기만 및 위증 혐의 확정 |
이상민과 박성재, 내란의 충실한 수행자들에게 남은 시간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중형 선고는 이제 곧 심판을 받게 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거대한 해일로 다가오고 있다. 이상민 전 장관은 내란 당시 언론사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전기와 수도를 끊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파수꾼인 언론을 물리적으로 탄압하려 한 그의 행위는 내란의 포악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울먹이며 무죄를 호소했으나, 특검은 그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의 사례를 보건대, 재판부가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단순한 행정 명령이 아닌 내란의 구체적 폭력 실행으로 본다면 그 역시 구형량을 상회하는 엄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죄질 또한 가볍지 않다. 법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내란 세력의 체포와 구금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사를 파견하고 교정 시설에 수용 공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법 시스템을 내란의 도구로 상납한 행위다. 오는 26일 첫 공판이 시작되는 그의 재판 역시,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법의 파괴자를 어떻게 처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 전 총리의 판결문에서 명시된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법리는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죄의 올가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
국민의힘, 내란 공범인가 민주주의의 적인가
이번 판결을 통해 가장 뼈아픈 타격을 입어야 할 곳은 바로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다. 그들은 내란의 참극이 벌어지던 그 밤,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담을 넘던 국회의원들을 방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폭거를 ‘절박함’이나 ‘경고’라는 단어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강선영 의원 같은 이들은 대통령이 계엄군을 철수시킨 것이 민주주의의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강도가 칼을 거두었다고 해서 그가 휘두른 칼날에 다친 민주주의의 상처가 없던 일이 되는가.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고 반대 당론을 정함으로써 사법 정의의 실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헌법이 아니라 권력의 단맛이었으며,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국가의 혼란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이었다. 조국 대표의 말처럼, 내란을 비호하고 정당화하는 정당은 그 자체로 ‘내란 주요임무 종사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려진 23년이라는 형량은 그를 비호했던 국민의힘의 정치적 파산 선고이기도 하다. 그들은 여전히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시간을 벌려 하지만, 이미 역사의 법정은 그들에게 ‘공범’이라는 판결을 내린 지 오래다.
이진관 판사의 용기와 사법 정의의 회복
온갖 소란과 외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법치의 존엄을 세운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시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극우 세력과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고함을 치고 재판부를 위협하는 등 조폭식 행태를 보였음에도, 그는 원칙주의로 이를 제압하며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냈다. "국민의 용기가 내란을 끝냈다"며 울컥했던 그의 목소리는, 법복 뒤에 숨은 냉정한 기계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의 진심이 담긴 울림이었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함을 사법부가 최초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막대하다. 이는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결정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윤 전 대통령의 파렴치한 주장은 재판부의 준엄한 법리 앞에 산산조각 났다. 헌법 77조가 규정한 계엄의 요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오직 정권 유지와 정적 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한 것은, 그 시간이 단 1분이라 하더라도 용서받지 못할 내란이다.
헌법은 결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12.3 내란 사태는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지를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그릇을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국회 담을 넘고 탱크 앞에 섰던 국민들의 용기가 얼마나 위대한지도 증명했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그 위대한 국민들의 투쟁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한덕수 전 총리에게 선고된 23년의 형량은 권력의 정점에서 오만하게 헌법을 비웃던 자들이 치러야 할 최소한의 대가다. 이제 화살은 내란의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가담자가 23년이라면 주동자에게 남은 자리는 어디이겠는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며, 특히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더욱 가혹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피 흘려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약속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땅의 모든 공직자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충성의 대상은 변덕스러운 권력자가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헌법 가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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