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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용기, 신중함으로 완성된다

AI독립군 2025. 12. 29. 09:33

통합의 용기, 신중함으로 완성된다

-순덕자창 역덕자망 順德者昌 逆德者亡 『한서』-

-덕을 따르는 자는 성하고, 덕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역사는 순환한다. 한나라 유방이 항우의 패권에 맞서 낙양 근처까지 진격했을 때, 한 장로가 찾아와 속삭인 말이 있다. "덕을 따르는 자는 성하고, 덕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그것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민간에서 간절히 염원하던 진실이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같은 선택 앞에 서 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분명 하나의 역사적 선택이었다. 극도로 분열된 사회 속에서 보수 진영의 인물을 중용하려는 시도 자체는 진정한 통합의 뜻을 담고 있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의 말대로라면, "통합의 힘도 더 커지고 실용의 힘도 더 커질 것"이었다. 그 포용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 결단을 환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정치란 미사여구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통합이라는 명분 뒤에는 반드시 도덕적 기초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대 현인이 외쳤던 덕()의 의미다. 덕은 단순한 품성이 아니라, 국정의 정당성 자체를 담보하는 원칙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것은 파격적 인사임이 분명하다. 기획예산처장은 예산 편성과 재정 기획을 총괄하는 자리로서,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재정 운용 철학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위치이다. 그런 자리의 첫 지명인만큼 정부의 국정 방향성과 통합 의지를 천명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명자의 과거 언행이 공적 신뢰와 양립하기 어려운 궤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탄핵 소추 절차가 불법이라는 취지의 발언과 탄핵 반대 집회 참석으로 공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이력은 단순한 과거의 정치적 입장 표명을 넘어, 헌법적 절차와 민주적 규범에 대한 시선이 국민 통합의 토대와 어긋나 보이게 한다. 국민이 재정의곳간을 맡길 인물에게 요구하는 첫째 조건은 헌법과 절차에 대한 존중임을 상기해야 한다.

 

지명 이후 이 후보자는분위기에 휩쓸려 후회한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일부 사과의 뜻을 표현한 바 있으나, 기획예산처장 지명자의 사과는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끝날 수 없다. 예산 편성의 정치적 중립성과 정부 기조와의 일관성은 국민 경제의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특히 이 후보자가 축적해 온재정 긴축또는퍼주기 반대와 같은 소신은 이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합의와 구체적 입장 정리 없이는, 애초의 통합 의도는 불신으로 전환될 위험이 높다.

 

한편, 국민의힘은 즉각 이 후보자에 대해 제명 조치를 단행하며배신이라는 강한 언어로 반응했다. 이는 보수 정당 내부에서조차 인사 문제를 정치적 보복과 결속의 도구로 삼는 구태를 드러낸다. 정당이 지명자의 개인적 결단을 이유로 제명 카드를 꺼내는 모습은, 오히려 정치 균형과 협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더불어, 보수 진영의 강경 반발은통합이라는 정부 발표의 진정성을 되묻게 만든다.

 

결국 이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다. 새 정부가실용통합을 기치로 내세웠다면, 그 말의 무게를 인사와 정책 집행에서 증명해야 한다. 첫째,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발언과 집회 참여에 대해 법적·제도적 가치에 비추어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둘째, 기획예산처장으로서의 정책 철학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 사회안전망 강화와 성장투자 간의 균형, 그리고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문서로 제시하여 국회와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셋째, 여당과 정부는통합의 명분을 진정으로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단지 정치적 상징으로 끝내지 말고 합리적 정책 토론과 사회적 합의 형성에 나서야 한다.

 

이 지명 사태는 더 넓은 교훈을 남긴다. 민주공화국에서 덕()과 신뢰는 표면적 구호가 될 수 없다. 공직자의 언행은 민주적 규범을 수호하는지, 국민 경제에 책임지는 태도를 견지하는 지로 판단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실용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편의만을 택한다면, 그것은 곧 덕을 거스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순덕(順德)에 따르는 정부만이 성하고, 역덕(逆德)에 빠진 정치는 망한다는 간단한 진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언론, 국회는 이 정국에서 더욱 냉철하고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인사의 파격은 때로 유익할 수 있으나, 그것이 공공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통합과 실용을 말한다면, 그 뜻을 입증할 구체적 조치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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