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의 '핵심 인재'는 위기 때 가장 먼저 떠나는가?
-2000년 전 장자의 경고-

수많은 '좋아요'와 '팔로워'에 둘러싸여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립감을 느끼는 시대이다. 휴대폰 속 인맥 리스트는 넘쳐나는데, 정작 곤경에 처했을 때 망설임 없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질문은 현대인이 겪는 관계의 본질적인 딜레마를 찌른다. 이처럼 복잡하고 모호한 인간관계의 핵심을 2000년 전 장자(莊子)는 단 한 문장으로 꿰뚫었다. 그의 지혜는 오늘날 비즈니스와 삶의 현장에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관계 문제에 대한 네 가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첫 번째 통찰: 떠나는 사람은 배신이 아니다, '계약'이 끝났을 뿐이다
비즈니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믿었던 이들이 등을 돌리는 경험은 쓰라리다. 우리는 이를 '배신'이라 부르며 분노하지만, 장자는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리합자 박궁화환해상기야(以利合者 迫窮禍患害相棄也)" - 이해로 합친 자는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버린다.
이 문장은 관계의 냉정한 본질을 드러낸다. 이익(利)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는 그 이익이 사라지거나 위기가 닥쳐 이익이 위협받을 때 소멸하는 것이 순리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황기에는 서로를 '파트너'라 부르던 이들이 자금난이 닥치자 하루아침에 계약서를 들이밀며 등을 돌리는 장면처럼 말이다. 이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역학의 문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이해관계는 이익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떠나는 사람을 원망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단지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뿐이다.
두 번째 통찰: 위기는 가장 확실한 '관계 필터'다
그렇다면 진정한 관계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장자는 이해관계의 반대편에 있는 관계로 '이천속자(以淺屬者)'를 제시하며, 위기의 순기능을 이야기한다. 깊은 신뢰로 맺어진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깊은 신뢰 관계로 맺어진 자들은 곤란에 처하게 되면 오히려 더 친근해져 서로 돕는다."
평온할 때는 모두가 좋은 친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때 비로소 곁을 지키며 우산을 씌워주는 '진짜 내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시련은 고통스럽지만, 내 곁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주는 가장 확실한 필터가 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생존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재무 건전성보다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깊이가 생존율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힘든 시기가 닥쳤다면 잃은 것을 슬퍼할 시간이 아니라, 곁에 남은 사람의 가치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 번째 통찰: 스타트업의 '속도'가 관계의 '깊이'를 파괴한다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특히 관계 문제에 취약하다. 관계를 구축하는 속도가 신뢰가 형성되는 속도를 압도하는 '스타트업의 역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CB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사유 중 '팀 붕괴'가 23%로, '자금 부족'(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속도에 중독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간과하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 순항할 때는 문제가 없던 팀이 첫 위기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계의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한 수소 에너지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초기 6개월을 오직 CTO 한 명을 영입하는 데 쏟았다. 50명 이상을 만났고, 최종 후보와는 합류 전 3개월간 매주 식사하며 기술 역량을 넘어 가치관을 확인했다. 이 창업자의 6개월은 '이리합자'의 관계가 아닌, 위기 속에서 서로를 지킬 '이천속자'를 찾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과정은, 이후 회사가 세 번의 큰 위기를 겪는 동안 CTO가 굳건히 곁을 지키게 만든 가장 효율적인 '신뢰 자본' 투자였음이 증명되었다.
네 번째 통찰: 모든 사람과 '진짜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과 깊은 신뢰를 쌓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할뿐더러, 현명하지도 않다. 핵심은 관계의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 관계의 성격에 맞는 '관계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한 바이오 스타트업은 이를 '관계 맵'으로 시각화했다. 중심부에는 회사가 흔들릴 때 함께 방향을 찾을 공동창업자와 초기 엔젤 투자자 3명 등 57명의 핵심 인물을 배치했다. 중간층에는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투명성을 유지할 핵심 연구진 2030명을, 외곽에는 명확한 계약 관계로 맺어진 서비스 제공자들을 두었다. 이 전략 덕분에 회사는 임상 3상 실패라는 존폐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피벗할 수 있었다. 핵심은 '구분'과 '인식'이다. 관계의 성격에 따라 기대치를 조절하고, 의지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처세술이다.
결론: 여러분의 '관계 자본'은 얼마인가?
결국 장자의 지혜는 우리에게 관계의 '라벨링'을 요구한다. 이해관계라는 라벨이 붙은 관계에는 명확한 계약으로, 신뢰라는 라벨이 붙은 관계에는 아낌없는 시간으로 응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현명한 '어른의 관계법'이다. 전자에겐 공정한 거래를, 후자에겐 흔들리지 않는 진정성을 보여주면 된다.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시간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이름들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스타트업의 생존과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위기를 돌파하는 진정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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