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놓친 ‘지귀면화(智貴免禍)’의 본질
-소란스러운 영웅보다 고요한 설계자가 되어라-

우리는 드라마틱한 반전(Turnaround) 스토리에 중독되어 있다. 파산 직전의 기업을 불철주야 노력하여 기적적으로 회생시킨 CEO, 버그 투성이의 서비스를 밤샘 코딩으로 살려낸 개발 팀장, 투자 유치 실패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창업자. 미디어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르고, 대중은 그들의 무용담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그들의 땀과 눈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자. 과연 그것이 최상의 리더십인가?
『한비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지귀면화(智貴免禍). 지혜의 귀함은 화를 면하는 데 있다. 즉, 진정한 지혜는 망가진 것을 고치는 '수리 능력'이 아니라, 애초에 망가지지 않도록 만드는 '설계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라"는 잘못된 행동주의가 만연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일머리'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불을 잘 끄는 소방관보다 더 뛰어난 이는, 불이 나지 않도록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다. 후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매일이 평온하고 지루해 보일 정도로 순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바로 이 '눈에 띄지 않는 지루함'을 견디고 유지하는 힘이다.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제언한다. 화려한 '해결사(Solver)'가 되려 하지 말고, 치밀한 '예방자(Preventer)'가 되어야 한다.
첫째, 위기 극복의 쾌감인 '도파민'을 경계하라. 위기가 닥치고 그것을 해결할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중독적이다. 밤을 새워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들과 전우애를 다지는 것은 낭만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잦은 위기는 시스템의 부재를 증명할 뿐이다. 진정한 고수는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올 틈을 주지 않음으로써 평범한 일상을 지켜낸다. 당신의 회사가 매일 전쟁터 같다면, 당신은 영웅이 아니라 무능한 지휘관일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파산한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반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무리한 확장을 경계하며, 팀원들의 번아웃을 미리 감지하여 조율하는 것은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사전 작업'들이 모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J커브 성장 그래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그래프가 꺾이지 않도록 지탱하는 하부 구조의 견고함이다.
셋째,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과 통한다. 손자병법의 부전승(不戰勝)처럼, 경영의 지혜 또한 위기라는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위기 자체를 만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고(Insight), 무리한 욕심을 절제하며(Control),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Foundation) 것.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화(禍)'는 피해 간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리더십은 '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평온함 속에, 가장 치열한 지적 설계가 숨어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롤모델은 폭풍우 속에서 배를 구해내는 선장이 아니라, 폭풍우가 올 경로를 미리 피해 가장 안전한 항로로 안내하는 선장이다.
화려함은 순간이고, 평범함은 영원하다. 눈에 띄는 영웅 놀이를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진정한 지혜(智)'를 추구하라. 그것이 당신의 기업을 '화(禍)'로부터 면하게 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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