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을사년: 위기는 반복되지만, 배신자는 진화했다

굴욕의 과거가 던지는 오늘의 질문
120년 전 오늘, 대한제국은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하며 민족사적 치욕을 겪었다. 그리고 다시 을사년이 돌아온 2025년, 우리는 또다시 불평등한 협상 테이블 앞에서 국익을 지켜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역사는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강자의 논리 앞에서 약자의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되는 권력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유사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과연 역사는 다른 얼굴로 반복되는 것인가, 아니면 시대를 초월하여 작동하는 힘의 논리가 여전히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것인가. 1905년의 뼈아픈 교훈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역사의 시험대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첫째, 선택을 가장한 강요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120년 전 일본이 군사력을 앞세워 대한제국을 압박했던 것처럼, 오늘날 미국은 관세 장벽이라는 경제적 무기를 들이밀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등한 협상이 아니다.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결국 어느 쪽을 택하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강요에 가깝다.
이러한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이라 할 수 없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불리한 틀 안에서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고르도록 강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을 뿐, 그 실체는 힘의 우위를 이용한 경제적 압박이다. 역사는 시대를 달리하여 군사적 위협이 경제적 압박으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 강자가 약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그러나 '을사늑약'이라는 비유는 본질을 흐리는 정치 공세이다.
현재의 상황을 '을사늑약'에 직접 빗대는 것은 극우 보수 세력과 레거시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왜곡된 프레임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국민적 불안을 자극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을사늑약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국가 주권을 침탈한 명백한 국권 피탈 행위였다. 반면, 현재의 통상 협상은 엄연히 주권국가 간의 외교 행위이다. 더욱이 이 협상은 EU, 중국, 남미 등 전 세계가 직면한 글로벌 무역 전쟁 속에서 최악을 피하고 국익을 방어해 낸 외교적 성과에 가깝다. 이를 두고 야당이 '조약'이므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고 정부의 발목을 잡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술책일 뿐이다. 이 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국익을 위한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고, 국가적 위기 상황마저 정쟁의 먹잇감으로 삼는 위험한 행위이다.
셋째, 외부의 위협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부의 부역자들이다.
을사늑약 당시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은 개인의 영달과 권력을 위해 나라의 주권을 팔아넘겼다. 오늘날, 이들과 놀랍도록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세력이 존재한다. 바로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극우 보수 세력과 그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확산하는 레거시 미디어이다.
이들의 이중성은 경악할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내란 세력으로까지 지칭되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맺은 불평등한 협상은 ‘탁월한 외교 성과’라며 찬양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전례 없는 글로벌 무역 전쟁 속에서 국익을 지켜낸 최선의 협상 결과를 ‘굴욕 외교’로 매도하며 국민 여론을 호도한다. 자신들의 정권이 행한 굴욕은 성과로 포장하고, 반대 정권이 이뤄낸 성과는 굴욕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전복하려는 ‘내란’을 시도하고,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사법 쿠데타’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근간인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정권을 흔들려는 현대판 부역 행위라 할 수 있다.
넷째, 진정한 교훈은 분노가 아닌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실천에 있다.
과거의 굴욕에 분노만 하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는 자세가 아니다. 진정한 극복은 "이를 갈고 속을 썩이며 부끄러움을 잊지 않는다"는 절치부심의 의미처럼, 국가의 내실을 다지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다음과 같다.
• 경제적 자립 (Economic Self-Reliance):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수소경제와 탄소중립 같은 미래 에너지 기술의 자주권을 확보하여 경제 안보의 토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
• 시민사회의 감시 (Civil Society's Oversight):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내란을 기도하는 반민주 세력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국민의 감시와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역사 및 미디어 교육 (History and Media Education): 젊은 세대가 을사늑약의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의 국제 정세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 세력과 언론이 만들어내는 프레임에 현혹되지 않고 사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길러야 한다.
• 혁신 생태계 육성 (Fostering an Innovation Ecosystem): 기술 주권과 경제 자립의 기반이 되는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불공정한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 세대를 향한 오늘의 책임
오늘 우리가 겪는 이 투쟁은 단순히 과거의 원한을 되갚기 위함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현재 세대의 무거운 책임이다. 역사의 교훈을 올바로 새기고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것만이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분열을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다.
60년 후 다시 돌아올 을사년에 우리 후손들이 같은 굴욕을 겪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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