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의 비극 시작되나
[남아도는 원룸 속출, 공급과잉률 50% 육박]
3년만에 16만가구 건설 열풍… 폭발적 증가, 많아도 너무 많아
정부가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9년 5월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이 3년여 만에 20만 가구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이 주택 중 85%가 원룸으로 지어져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주거의 질적 하락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원룸주택은 전용면적 50㎡ 이하로 방 1칸에 주방과 욕실을 갖춘 초미니 주택이다. 건설기간이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아파트(2~3년)보다 짧아 단기간에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전·월세난에 가장 시달리고 있는 2~3인 가구는 원룸 입주를 꺼리면서 전·월세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주차장 부족 등 부작용을 낳으면서 원룸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평균 주거면적에 못 미치는 원룸 양산
정부가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을 도입한 이유는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주택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치솟는 전·월세금으로 허리가 휘는 서민들에게 적은 돈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인 가구 거주에 적합한 원룸형과 2인 이상 가족이 살 수 있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원룸주택만 대거 양산한 꼴이 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5월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전국에서 공급(인허가 기준)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19만2490가구다. 이 가운데 84.6%인 16만2790가구가 원룸형이다. 같은 기간 건설된 다세대·연립주택(2만9700가구)과 비교하면 5.5배나 되는 규모다.
그나마 원룸 대부분은 전용면적 30㎡ 미만 초미니 주택이었다. 전용면적 14~30㎡가 10만8812가구로 전체 도시형생활주택의 70% 가까이 차지했다. 전용면적 14㎡ 미만도 3만 가구에 육박했다. 전용면적 30~50㎡ 규모의 원룸은 2만4000여 가구(15%)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36㎡)에도 못 미치는 주택이 대부분인 셈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연구소장은 "전용면적 30㎡ 이하 원룸은 말이 '주택'이지 사실상 고시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 연 2%대의 저리로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주고 주차장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09년 첫해 2000가구도 안 됐던 도시형생활주택은 2010년엔 공급실적이 2만 가구를 넘었고, 작년에 8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부는 원룸뿐만 아니라 다세대·연립 확대를 기대했지만 정작 공급은 원룸에 집중됐다. 그 이유는 땅주인과 건설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을 수 있고 임대수익률도 좋은 원룸형만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원룸은 분양가가 대부분 1억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적은 땅에 빨리 지을 수 있어 회전율이 좋다"며 "다세대나 연립은 원룸보다 건설기간이 길고 땅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공급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빈집 30% 넘고 주차난도 문제
원룸주택이 단기간에 늘어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공급과잉으로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올해 준공된 5만여 채의 원룸주택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10채 중 3채꼴로 비어 있었다. 10채 중 2채는 준공된 지 7개월 넘게 빈집으로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룸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서구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2009년만 해도 여의도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몰리면서 원룸을 구하기 힘들었다"며 "원룸 신축이 급증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빈방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집주인들은 월세를 낮춰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원룸주택은 2010년 이후 매년 공급과잉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2010년 10% 미만이던 공급과잉률은 지난해 40%를 넘었고 올해는 5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1인 가구 대상 원룸주택은 이미 적정 수요를 1000가구 이상 초과하고 있어 속도 조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룸 공급이 크게 늘면서 생겨난 문제들도 적지 않다. 주차난이 대표적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 기준을 연면적 60㎡당 1대로 완화하면서 주차 공간이 3가구당 1대꼴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투룸 이상 주택 늘려야"
전문가들은 1~2인 위주의 초소형 주택의 과잉공급은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이창무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 세대의 주택 수요는 이전 세대에 비해 낮지만, 실질소득과 가구 수 증가 영향으로 향후 2040년까지 주택 수요가 약 45% 증가할 것"이라며 "2035년까지 재고 주택 증가가 필요한 것은 소형이 아니라 중형과 중대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형주택 공급은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소형 저렴주택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주택 수요를 감안하면 원룸주택보다 투룸(two-room) 이상을 갖춘 주택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 거주비율이 가장 높은 주택 규모는 40~60㎡이며, 2인 가구의 경우 60~85㎡에 사는 비율이 가장 많은 상황이다. 모두 방 2개 이상 딸린 주택이다. 우리은행 홍석민 연구실장은 "원룸 구조보다 투룸 구조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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