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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의 진화와 스테이블 코인 전략

AI독립군 2025. 12. 4. 10:40

보이지 않는 돈의 진화와 스테이블 코인 전략

 

암호화폐, 투기인가 혁명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의 롤러코스터 같은 가격 변동성과 투기적 열풍으로 각인되어 있다. 언론은 연일 최고가 경신과 폭락을 외치고, 투자자들은 환호와 탄식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 소란스러운 무대 뒤편에서, 더 조용하지만 훨씬 거대한 금융 시스템의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돈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투기 수단을 넘어, 국가의 지정학적 전략과 개인의 자산 소유 방식, 나아가 화폐의 본질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에 대한 '혁명'이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돈'에 대한 다섯 가지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쳐, 여러분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 질서의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1. 미국의 비밀 병기: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달러에 가치를 고정한 편리한 디지털 화폐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치밀한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를 알아야 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달러를 계속 발행해야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반대로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급을 줄이면, 세계 경제는 유동성 부족으로 위축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 딜레마의 교묘한 해결책이다. 테더(Tether)나 서클(Circle) 같은 민간 발행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준비 자산으로 매입한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직접 달러를 찍어내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에 디지털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동시에 자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 민간 기업을 통해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재정 건전성까지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와 같은 법안을 통해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며, 디지털 세상에서도 달러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용이 아니라, 철저한 국가적 생존 전략이다.

 

결국 미국은 민간 기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직접적인 재정 부담 없이 디지털 달러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지극히 교묘한 금융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2. 단순한 투기자산? 비트코인은 국가의 '전략 비축 자산'이 되었다

한때 개인 투자자들의 '디지털 금'으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위상은 이제 국가 차원의 '전략 비축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가격 변동성을 넘어 지정학적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놀랍게도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지정했으며, 현재 미국 정부는 범죄 조직으로부터 몰수한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국가 자산으로 비축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지닌 국가적 보유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국제 사회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중립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자, 러시아는 해외 무역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 사용을 허용했다. 이는 특정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비트코인의 탈중앙적 특성이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가진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려 하는 반면,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은 바로 그 탈중앙적 특성을 이용해 미국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려 한다. 동일한 기술이 패권 국가에게는 통제의 수단으로, 도전 국가에게는 저항의 무기로 사용되는 지정학적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3. 시장 1위의 배신? 가장 많이 쓰는 스테이블코인, 가장 위험하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2%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더(USDT). 그러나 가장 널리 쓰인다는 사실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테더는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스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테더의 안정성 등급을 기존 4등급 '제약적(Constrained)'에서 가장 낮은 5등급 '취약(Weak)'으로 강등하며 위험성을 공식화했다. 핵심적인 이유는 '불투명하고 위험한 준비자산' 때문이다. S&P는 테더가 준비금에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이 극심한 자산을 포함하고 있어,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패깅(De-pegging)'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테더는 준비금의 투명성에 대해 수년간 의혹을 받아왔으며, 명확한 외부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반면, 시장 점유율 2위인 서클(USDC)은 미국 규제 안에서 현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만 준비금을 투명하게 운영하여 S&P로부터 2등급 '안정적(Strong)' 평가를 받았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할 때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나 인지도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함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4. 'K-스테이블코인'의 꿈: 외화 유출의 통로인가, 경제 영토 확장의 기회인가?

현재 한국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T USDC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5 1분기에만 국내에서 56 9500억 원( 57조 원)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되며 막대한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디지털 환치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은 역설적으로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다. 만약 K-, K-뷰티, 웹툰 등 전 세계를 휩쓰는 K-콘텐츠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전 세계 팬들이 복잡한 환전 절차나 비싼 수수료 없이 손쉽게 K-콘텐츠를 소비하고,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원화의 국제적 사용 범위를 넓히고 그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외화 유출을 막는 수비적 전략을 넘어, '문화' '금융'으로 직접 변환시켜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공세적 기회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법안 논의를 시작하며 '골든타임'을 맞이하고 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한국 금융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는 원화의 경제 영토를 국경 밖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기회다.

 

5. "조물주 위의 건물주"? 이제 당신도 10만원으로 맨해튼 빌딩 주인이 된다

암호화폐 기술의 진정한 파괴력은 화폐를 넘어 실물 자산의 '소유' 개념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데 있다. '실물 자산 토큰화(RWA, Real World Assets)'는 이 혁명의 중심에 있는 기술이다. RWA는 수백억 원짜리 맨해튼의 빌딩,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피카소의 미술품, 심지어 태양광 발전소의 지분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잘게 쪼개어 토큰으로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산의 민주화'이다. 과거에는 기관 투자자나 소수의 자산가만 접근할 수 있었던 우량 실물 자산에 이제 누구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10만 원으로 맨해튼 빌딩의 지분을 소유하고, 그에 따른 임대 수익을 매달 배당받는 세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좌절감을 주던 시대에, 2030세대에게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자산 형성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코인 투자를 넘어, 부의 생성 공식 자체가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미래의 부는 노동과 자본뿐만 아니라, 자산을 프로토콜화하는 능력에서 나올 것임을 시사한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이 다섯 가지 진실은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 달러 패권부터 개인의 자산 소유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정의하는 '블록체인 지정학'이라는 거대한 그림의 조각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들은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더 이상 일부 기술 애호가들의 실험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국가 전략, 비트코인의 전략 자산화, 시장 1위 코인의 시스템 리스크, 원화 경제 영토 확장의 가능성, 그리고 실물 자산 소유의 민주화까지, 이 모든 것은 금융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단면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사기라 치부했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코인을 사고파는 관점에서 벗어나, 금융 시스템 자체가 재편되는 이 거대한 파도에 어떻게 올라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기술은 준비되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여러분의 지갑 속 지폐가 사라지는 그날, 여러분의 자산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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