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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부터 황금 왕관까지: 한미 정상회담의 숨겨진 디테일 5가지

AI독립군 2025. 10. 30. 08:53

핵잠수함부터 황금 왕관까지: 한미 정상회담의 숨겨진 디테일 5가지

 

 

1. 악수는 짧았지만, 협상은 길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정상들의 짧은 악수와 공동 발표에 집중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양국의 미래를 좌우할 치열한 협상이 숨어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마찬가지였다. 표면적으로 오고 간 몇 마디의 말보다, 그 아래에 겹겹이 쌓인 합의의 디테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글은 언론 보도의 이면에 숨겨진, 이번 정상회담의 정말 중요하고 놀라운 합의 내용들을 파헤쳐 본다.

 

2. 첫 번째 발견: 2000억 달러 투자의 '안전장치'

2000억 달러( 270조 원) 현금 투자. 숫자만 보면퍼주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합의의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정교한 금융 계약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송금이 아닌 '캐피탈 콜' 방식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는 바로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이다. 이는 2000억 달러를 한 번에 미국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되고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약속된 한도( 200억 달러) 내에서 돈을 넣는 방식이다. 일단 착수금 성격으로 투자를 시작하고, 상황에 따라 자금 집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거대한 자금은 어디서 나올까? 혹시 국가의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을 쓰는 것은 아닐까? 이 우려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명확한 선을 그었다.

 

“200억 달러는 우리 외화 자산의 운용 수익을 활용할 생각이라며이자와 배당 등 운용 수익을 활용하고 일부는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하면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

 

, 외환보유액 원금이 아닌, 외화 자산을 굴려 얻은 이익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손실을 막는 이중, 삼중의 장치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지만, 이번 합의에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우리 측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장치들이 포함되었다. 우선 원리금이 보장되는, 즉 최소한의 현금 흐름이 확보된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수익 배분 구조도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원리금을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5:5로 수익을 나누고, 원리금 상환이 끝나면 한국이 9, 미국이 1을 가져가는 9:1 구조로 바뀐다. 만약 20년 안에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이 비율을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의 수익으로 메우는엄브렐러(Umbrella)’ 방식도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이 일방적인 투자를 요구할 경우를 대비해 추후 협의할 수 있다는 안전 조항까지 확보했다.

 

3. 두 번째 발견: 조용하지만 강력했던 '관세 협상'의 승리

2000억 달러 투자라는 거대한 이슈에 가려졌지만,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는 관세 협상에서 나왔다. 특히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에서 상당한 이익을 확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관세가 15%로 합의된 점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가가 장외 시장에서 급등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반도체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게 되었다.

 

세부적으로는 항공기 부품과 복제 의약품(제네릭)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었고, 일반 의약품과 목재 등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받는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합의했다.

 

더 중요한 성과는지켜낸 것에 있다. 미국 측이 계속 요구했을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이는 우리 농가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4. 세 번째 발견: 백악관 팩트시트에만 담긴 '진짜 청구서'

한국 측 발표에서는 크게 강조되지 않았지만,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우리가 미국에 약속한 대규모 구매 및 투자 계약 목록이 담겨 있었다. 이는 이번 협상이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철저한주고받기(Give and Take)’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 대한항공: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362억 달러) 및 엔진 추가 구매 (137억 달러)

• 한국 공군: 미국 L3해리스와 조기 경보 통제기 개발 계약 (23억 달러)

• 한국가스공사: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연간 330만 톤 구매

• LS그룹: 미국 전략망 인프라에 30억 달러 투자

• HD현대중공업: 세르베루스캐피털과 함께 미국 조선소 현대화 및 공급망 강화에 50억 달러 공동 투자

 

이 목록들은 2000억 달러 투자 합의의 반대편에 놓인청구서인 셈이다. 이 내용을 알아야만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전체적인 그림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5. 네 번째 발견: 트럼프를 움직인 '황금 왕관' '파격 제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외교적 수사와 딱딱한 협상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극적인 장면이 두 번 연출되었다.

 

마음을 사로잡은 선물 외교

한국 측은 황금을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신라시대 유물인천마총 금관을 본뜬 황금 왕관과 순금 190돈이 들어간무궁화 대훈장이었다. 미국 내에서왕은 필요 없다(No Kings)’ 운동이 벌어지는 상황이라 외교적으로 조심스러운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빛 넥타이를 맨 이재명 대통령을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맞이하며 흡족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방명록에 ",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썼고, 이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는 친밀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화필리조선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시종일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두를 놀라게 한 '핵 추진 잠수함' 승인

선물 외교가 분위기를 띄웠다면, 회담의 정점은 이재명 대통령의파격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깜짝 승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트루스소셜을 통해나는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given them approval)”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간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국의 반대로 막혀 있던 숙원 사업의 물꼬를 튼 역사적인 결정이다. 한번 출항하면 최대 3주밖에 잠항하지 못하는 디젤 잠수함과 달리, 원자력 잠수함은 몇 개월씩 물 밑에서 작전할 수 있어 군사 전략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6. 앞으로의 과제는 디테일에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거대한 숫자의 합의와 화려한 선물 뒤에 수많은디테일안전장치가 숨어 있는 복잡한 협상의 결과물이었다. 단순한 현금 지원으로 보였던 2000억 달러 투자에 다층적 금융 안전장치가 숨어 있었고, 화려한 선물 외교가 수십 년 묵은 핵잠수함의 빗장을 여는 열쇠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합의는 분명 큰 성과지만, 앞으로 이 복잡한 약속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행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진정한 성공 역시 그 디테일을 어떻게 현실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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