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불만이 터뜨린 한미동맹의 시한폭탄
-한미동맹 70년, 이게 진짜 파트너십?-
『서경』의 "怨豈在明不見是圖"(원기재명불견시도) 구절은 오늘날 한미 관계의 본질적 모순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경전적 통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만과 갈등 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이라는 이 고대의 지혜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적 행보로 드러난 트럼프 정부의 위선
미국 트럼프 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한 사건은 단순한 이민 단속이 아니다. 이는 "투자는 환영하되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메시지의 극명한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불법 체류자이며 ICE는 단지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온 3500억 달러 투자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현대차가 2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핵심 기술 인력을 불법체류자로 분류하여 체포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을 완전히 상실한 처사다.
구조적 비자 문제를 방치한 미국의 책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적법한 비자 발급 체계를 제공하지 않은 데 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는 연간 8만5000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한국은 별도 쿼터 없이 2000명 내외만 승인 받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싱가포르와 칠레, 호주에는 전문직 취업 비자를 매년 할당하고 있지만, 같은 FTA 체결국인 한국의 요청은 10년째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로비업체에 10년간 550만 달러를 써가며 법안 통과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신고자의 정체가 보여주는 정치적 의도
이번 단속을 신고한 인물이 트럼프 지지자이자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임이 밝혀진 것은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분명히 한다. 브래넘은 "불법 체류자를 몰아내고 싶었고, 지금 그게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수색 영장에는 중남미 출신 추정 4명의 이름만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대규모 단속이 이루어진 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를 시사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 실적을 과시하기 위한 성과주의적 단속이었음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마저 지적한 정책적 모순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번 체포 사태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드러냈다"며 "미국 제조업 확장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공격적인 이민 단속을 벌이면서 두 정책이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 역시 "조지아 배터리 공장 급습은 트럼프의 경제 성장 전략의 모순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를 지낸 태미 오버비는 "다른 나라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우리 돈은 원하지만,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는 엇갈린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경제적 실리보다 정치적 쇼를 택한 미국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은 6조원 규모의 투자로 연간 30만 대 전기차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이는 미국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 제조업 부흥 전략에 핵심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실리를 정치적 쇼에 희생시켰다. 한국이 2023년 외국 기업 중 대미 신규 투자 규모 1위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투자처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대규모 체포한 것은 경제 논리를 정치적 목적에 종속시킨 전형적 사례다.
전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참사
이번 사태는 전 정부의 외교적 안일함도 드러냈다. 비자 문제가 10년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적 해결책에만 의존해온 결과다. 기업들이 ESTA나 B1 비자를 활용하는 관행을 방치한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외교부가 사후 대책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이는 예견된 위기에 대한 뒤늦은 수습책에 불과하다. 한미 FTA 발효 11년간 양국 교역이 90% 증가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3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전 정부의 전략적 실패다.
시한폭탄은 이미 터졌다
『서경』의 경고처럼, 눈에 보이지 않던 갈등과 모순이 결국 폭발했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 요구와 이민 단속 강화라는 두 정책 목표 사이의 구조적 모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과 비자 발급 제한이라는 이중적 행보, 그리고 경제적 실리보다 정치적 쇼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가 만들어낸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이제 한국은 근본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의 이중적 요구에 계속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상호 존중에 기반한 진정한 파트너십을 요구할 것인가? 숨은 갈등과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조치를 취하라던 고대의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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