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위한 신중함의 미덕(진퇴양난)
-羝羊觸藩羸其角(저양촉번리기각)-『역경』-
-뿔이 울타리에 걸려 괴로워하는 양-
오늘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는 수많은 예비창업가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우리는 종종 "저돌맹진(猪突猛進)"이라는 단어를 듣는다.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에너지는 분명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때로는 이 뜨거운 열기가 "저양촉번(羝羊觸藩羸其角)"이라는 고대 역경(易經)의 경고처럼 커다란 함정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저양촉번(羝羊觸藩羸其角)은 뿔이 울타리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해 괴로워하는 숫양의 처지를 비유하는 말이다. 이는 무모하게 돌진하다가 곤경에 빠져 진퇴양난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정확히 묘사한다. 우리 주변의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엄청난 기세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덩치를 키우려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그러하다.
인생에 있어 누구에게나 운이 찾아오는 때가 있다. 이는 스타트업에게도 마찬가지여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사업 확장의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이때야말로 그동안 비축해 두었던 역량을 쏟아내고, 실력을 발휘하여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가장 빛나는 성공의 문턱에서 우리는 가장 큰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역경은 이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다짐을 남긴 바 있다. "소인은 때가 왔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러나 군자는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여기서 '소인'은 기회에만 매몰되어 장기적인 안목과 준비 없이 성급하게 확장하는 창업가를 대변한다. 그들은 빠른 성과와 외형적 성공에 집착하여 무리한 인력 충원, 검증되지 않은 시장 확장, 과도한 투자 등의 결정을 내리기 쉽다. 결과적으로 이는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결국 '뿔이 울타리에 박힌 양'처럼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군자'는 기회가 왔을 때도 한층 더 신중한 대응을 견지하는 지혜로운 창업가를 의미한다. 이들은 호황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내부 역량을 점검하고, 재무 상태를 분석하며, 잠재적 리스크를 예측한다. 급격한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탄탄한 내실을 다지고, 확장의 속도보다는 방향과 깊이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중함의 미덕은 당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강력한 힘이 된다.
예비창업가나 이미 사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라면, 지금 우리 사업의 '뿔'이 어디에 걸려있지는 않은지, 혹은 '기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모한 돌진을 감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공은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성공은 신중함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호조일수록 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이 고대의 충고는, 오늘날의 창업 생태계에서도 변치 않는 진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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