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판단은 확신 있는 성과를 만들지 않는다
-以疑決疑決心不當(이의결의결심부당) 『순자』-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매일 수백 가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창업자들에게 순자의 가르침은 2,000년 전의 지혜가 아니다. 오늘날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현실적 나침반이다.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는 창업자들
"이것저것 의심하고 확신을 갖지 못하면 만물을 사려 깊게 볼 수 없다"는 순자의 말은 현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며 결정을 미루다가 시장의 기회를 놓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창업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즉각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가 내려야 하는 수많은 결정의 대부분은 필요한 정보가 5%도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5% 이상의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면, 그나마 있던 옵션마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의 질과 당사자의 확고한 견해
순자가 말한 "충분한 정보"와 "정보의 질"은 오늘날 빅데이터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잡다하고 신뢰성이 부족한 데이터로는 정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그의 통찰은 더욱 절실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시장 조사 자료에만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확고한 견해"다. 창업자의 판단력과 직관적 통찰력이 데이터 분석보다 중요한 상황이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엔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투자 회사 경영진의 자질을 판단할 때 객관적 자료보다 투자자의 직관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
시비선악을 판단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시비선악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순자의 지적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문제를 드러낸다.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4가지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의사결정 능력이다.
성공하는 창업자들은 틀린 결정을 빠르게 인정하고 수정하며, 본질적 방향성은 유지하되 환경 변화에 적응적으로 대응한다. 이는 명확한 가치 기준과 판단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모호함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 이유
"결론이 바르게 나지 않는 이상 바람직한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순자의 결론은 스타트업 실패 사례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불확실성을 핑계로 결정을 계속 미루다가 회사가 망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제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팀원들이 힘들어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너무 신중하게 끌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반대로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결정해 문제를 키우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현대적 적용: 5분 안에 내릴 수 있는 결정들
스타트업 바이블의 저자는 "대부분의 결정은 5분 안에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는 순자의 "확고한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핵심은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진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틀리면 다시 결정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제시한 'One Way Door'(되돌릴 수 없는 결정)와 'Two Way Door'(되돌릴 수 있는 결정) 개념도 같은 맥락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결정은 Two Way Door 유형이므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중요하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주는 교훈
순자의 가르침을 현대 창업 상황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지 말고, 핵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집중하라.
둘째, 자신만의 확고한 판단 기준과 가치관을 정립하라. 이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는 나침반이 된다.
셋째, 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가장 위험한 결정임을 인식하라. 불완전한 결정이라도 빠르게 내리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넷째, 작은 실험을 통해 결정의 타당성을 검증하라. 전면적 투자보다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방식으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결국 성공하는 창업자와 실패하는 창업자의 차이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결정의 속도와 실행력에 있다. 모호한 판단으로 모호한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순자가 2,000년 전에 제시한 이 간단한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확신 있는 결정만이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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