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3천억弗 ‘고지’로…다다익선인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불어나며 `3천억달러 고지'에 다가서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 때 달러난으로 경제 위기설에 시달린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외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외환보유액 급증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화 매수에 힘입은데다 외환보유액의 투자처가 다양하지 못하고 수익률도 낮아 기회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연내 3천억불 돌파 가능성 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788억7천만달러로 작년 말보다 88억8천만달러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2천723억달러)은 세계 6위로, 5위인 인도(2천791억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07년 말 2천622억2천만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국제 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2008년 말 2천12억2천만달러로 급감하며 2천억달러가 위태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한은은 이에 대해 "운용 수익 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지만 원.달러 환율 급락을 억제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수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월 20억~30억달러로 추정하는데 환율 1,110원대가 위협받던 4월에 외환보유액이 65억4천만달러 증가한 배경에는 환율 방어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인 86.1%는 유가증권이 차지하고 있으며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다양한 통화로 표시돼 있다. 이중 미국 국채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지난달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각각 1.59%, 0.37% 감소한 것을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만으로는 60억달러 이상 증가하기 어렵다"며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로 국내에 투자하는 해외자금이 늘어나고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보다는 급감하지만 올해 105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면 연내 외환보유액 3천억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다익선인가, 실이 더 큰가
외환보유액 급증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SC제일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액은 다다익선"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환율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이던 시절에 위기설이 제기된 점을 볼 때 외환보유액을 지금보다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외환시장에 개입해 과도하게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국제사회에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어난 외환보유액을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면서 수익률이 낮아 역마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70% 이상은 한은의 보유분이고 나머지는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국내로 유입된 달러화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서 사들인다. 이 과정에서 풀린 원화는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
통화안정증권(만기 2년) 수익률과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 재무부 채권(만기 2년) 수익률의 격차는 2008년 4.71%포인트에서 2009년 2.70%포인트로 좁혀졌다가 올해 1분기 3.14%포인트로 커졌다.
또 외국환평형기금의 채권 발행 이자율과 운용 수익률 격차는 2007년 0.47%포인트에서 2008년 1.69%포인트, 2009년 2.22%포인트로 벌어졌다. 수익률 격차가 커질수록 역마진이 늘어나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가운데 0.03%에 불과한 금 비중을 늘리는 등 운용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역마진 문제는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가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의 통화를 보유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금의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하고 무수익 자산이어서 보유 규모를 늘리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위기가 10년에 한 번 터질까 말까 하더라도 이에 대비한 `보험료'(역마진)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보험료가 과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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