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국가부채 첫 GDP 돌파’…부채·채무 혼돈 이용한 말장난"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부채와 채무의 혼돈에 따른 말장난이라며 ‘코로나 돈풀기에 나라 곳간 '텅텅'…국가부채 2000조 육박’이라는 제목의 한국일보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6일 이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부채가 1985조원까지 늘었으며 이는 1년간 국가 수입과 지출을 모두 더한 관리재정수지도 발생주의 회계를 도입한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이 112조원의 적자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924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부채가 GDP를 처음으로 넘어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최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해당 언론이 언급한 ‘국가부채 첫 GDP 돌파’라는 문장을 명시하며 “일반 국민이 채무(debt)와 부채(liaility)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말)장난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종래 발표한 국가채무에 변화가 없다”며 국가채무는 846조9000만원이며 GDP대비 44%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122.7%보다 비교해 한참 낮은 수치이다.
아울러 최 교수는 “(통합)재정수지는 당초 예상 GDP 대비 –4.4%보다 줄어든 –3.7%로 개선됐다.(선진국 평균 –13.3%)”고 말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예산의 일반 회계와 특별 회계 및 공공 기금을 모두 재정의 범위에 포함해 그 수입과 지출을 계산한 수지를 뜻한다.
그는 “1인당 나라빚 1635만원?”이라고 반문하며 “국가채무 중 국민이 부담해야할 채무는 846조9000만원 중 61%에 해당하는 518조로 국민의 인구수로 나누면 1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29조는 상환할 자산을 가진 (금융성)채무이다”고 밝혔다.
또 “그러나 국민 1인당 나라 자산도 4810만원이나 된다. 즉 정부는 채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2490조원이 넘는다”며 “1985조원의 부채가 있다고 2490조원(순자산 505조원)을 물려받지 않을 국민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회계장부상 부채(liabilities)와 채무(debt)의 차이는 구분하자
진재구(청주대교수, 한국공공복지학회장)
일반 사람들은 흔히 부채(負債)와 채무(債務)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한다. 모두 우리말의 ‘빚’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회계장부에서는 결코 같은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재정상태를 표시하는 지표 중 ‘국가부채’라는 말과 ‘국가채무’라는 말도 다른 의미가 된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알고서도 왜곡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늘 섞어 쓰는 언론의 행태는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만일 그 차이를 알고서도 일반 국민들에게 정보를 왜곡하는 것이라면 언론의 공공성을 저버리는 것이고, 모르고 쓴다면 언론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미 박근혜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필자는 인터뷰를 요청한 많은 기자들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차이-퇴직금의 차이, 기여금율의 차이, 근속연수의 차이, 연금성격의 차이 등-를 애써 외면하고, 공무원연금의 퇴직금 부분의 민영화를 주장한 새누리당안을 관철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 보도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에 언론이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강조하게 된다.
공포심 조장하는 언론
매년 정부가 3-4월에 직전 회계년도의 결산결과를 발표하면, 각 언론은 나라살림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보도를 한다. 그런데 하나의 특이한 경향은 결산서에 나타난 나라살림의 전반적인 내용 분석과 비판보다는 특정한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국가채무’의 증가에 대한 관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채무증가의 주된 원인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충당부채)이라는 인식이다.
2019회계년도의 결산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4월에도 어김없이 언론들은 ‘나랏빚 1,700조 돌파, 공
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절반 넘어’, ‘공무원·군인연금에 치인 나라’ 등의 헤드라인을 사용하여 공무원·군인에 대한 과도한 퍼 주기가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의 나랏빚이라고 할 수 국가채무는 2019년 기준으로 728조라고 해야 정확하다.
나랏빚과 연금충당금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정부의 향후 재정운용에 있어서 경각심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특히 관련 개념과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 것도 또한 언론의 올바른 책무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반드시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할 개념상 문제는 많은 국민이 이른바 나랏빚(국가채무)과 국가부채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연금충당금을 일반적인 채무와 같은 성격의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다.
충당금(연금충당부채)은 확정채무가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발생주의 회계원칙을 도입한 국가(정부)회계기준에서는 자산, 부채, 순자산 항목으로 구성된 재정상태표(민간기업의 재무상태표와 유사함)를 작성할 때, 부채항목에 유동부채 와 장기차입부채와는 별도로 장기충당부채라는 세부항목 아래에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될 연금의 추계액을 연금충당부채로 계상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국가(정부)회계기준에서 말하는 부채(liabilities)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국가회계실체가 부담하는 의무로서 그 이행을 위하여 미래에 자원의 유출 또는 사용이 예상되는 의무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이에는 본래적의미의 채무(debt)와 미래의 부담이나 의무(obligation) 등이 모두 포함된다.
문제는 고용주로서의 정부가 공무원을 고용함으로써 생기는 법적 의무인 퇴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래에 발생할 연금충당금을 추계하여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은 다른 유동부채나 장기차입부채와는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연금충당부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여타의 확정채무와 동일한 성격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과거 현금주의 국가회계원칙에서 발생주의 국가회계원칙으로 전환하면서 재정상태표에 미래에 발생할 의무나 부담을 추계하여 현재가치의 현금으로 환산한 충당금(provision)은 회계장부상 부채로 인식하지만, 이것은 엄밀한 의미의 국가채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를 좀 더 쉽게 비유를 통해 설명하면, 한 가정의 가장이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명백히 채무이지만, 미래에 부담해야 할 양육비 등을 추계해서 가정의 재무상태표에 충당금의 형태로 잡아 놓았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채무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가장의 미래 수입에 의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 5천만원 정도 수입이 있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둘 낳아서 20세가 될 때까지 들어가는 총양육비를 10억이라고 추계해서 가계부에 적어 놓는다면, 이론적으로는 20년간의 모든 수입이 양육비에 충당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현재 연 5천만원인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보편적이고, 추계된 양육비는 실제 가정형편에 의해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부담이므로 추계된 양육비가 무서워서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는 없다.
추계된 양육비는 확정된 채무가 아니므로 가정경제의 성장이나 개혁에 의해서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부담의 폭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충당금도 이와 같은 성격의 ‘추계된 부담’이지 확정된 채무가 아니다.
공무원연금은 ‘후불임금’ 성격을 띤 인사정책적 제도
사실 많은 국민들이 공무원·군인연금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연금충당금 개념에 대한 오해 못지않게 전반적으로 공무원·군인연금의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원래 일반기업의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처럼 인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지만, 많은 국민들은 국민연금처럼 사회보장적 성격의 연금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로서의 정부가 민간기업처럼 전액부담으로 법정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지만 현재의 공무원 퇴직수당은 민간기업 법정퇴직금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르기 때문에, 공무원·군인연금 재정에 대한 정부의 보전금을 고용주로서의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공무원·군인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인식한다.
이와 같이 일반 국민들의 공무원·군인연금의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더하여, 연금충당금을 국가채무로 간주하는 잘못된 보도는 정부인사정책의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인 공무원·군인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연금충당금의 성격에 대해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고의 혹은 실수에 의한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과거 모 신문에 게재한 내용을 토대로 가필한 것임을 밝힙니다.)
*위 칼럼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에서 발행하는 함께 국공노 제16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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