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5대 산업
자동차산업, 자동차보험, 승차공유·택시, 주유소·편의점, 호텔·항공사 외에도 부동산업,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등 수많은 산업에 미증유의 변혁 가져온다.
사진:GETTY IMAGES BANK
자율주행차(AV)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기대가 크고 흥분되는 혁신으로 손꼽힌다. 자율주행차는 1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판타지로 여겨졌지만 자동차 제조사, 승차공유 서비스, IT 업체 같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면서 빠르게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혁명이 미래학자들의 기대와 전문가들의 전망에 부응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율주행차 혁명을 가리키는 ‘이동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의 부상으로 매일의 출퇴근과 교통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컴퓨터화된 운반체를 이용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온갖 산업도 그에 적응해 좋게든 나쁘게든 변화해나갈 것이다.
컴퓨팅 분야에서 하드웨어 같은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클라우드가 확장 가능한 서비스로서의 전환을 이끌었듯이 자율주행차에도 비슷한 진화가 일어난다고 분석가들은 내다본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특히 도시의) 통근자 같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자가용 차의 필요성이 없어지고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어디든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우버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면 서비스 가격이 크게 낮아져 자동차 소유가 경제성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상실하게 된다.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업종으로는 자동차 제조업과 승차공유 서비스가 꼽히지만 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친다. 자동차 사고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유소·항공사·호텔도 모두 운수 산업에 연관돼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에는 많은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원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 또한 자동차 소유의 감소 가능성을 가리킨다.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이 이런 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제부터 살펴보자. 그러나 먼저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 수준, 잠재력과 당면과제, 투자자가 이해해야 할 그 밖의 주요 측면을 점검한다.
토론을 계속하기 전에 단어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레이더·레이저와 기타 기술을 포함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의 입력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맨 위부터) 여행이 간편해지면 인기 관광지는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테슬라의 차량들은 “신기술과 기능을 추가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자가용을 소유하는 도시 거주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사진:GETTY IMAGES BANK, DAVID ZALUBOWSKI-AP-NEWSIS, LIU XIAOJING-XINHUA-NEWSIS
자율주행차의 간단한 역사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느 정도 희석된 형태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수십 년 전부터 크루즈콘트롤(자동 차속 유지 장치) 기능이 표준 사양이었으며 그 밖에 평행주차나 사각지대 확인을 지원하는 카메라 같은 기능이 신차에 보편화되면서 드라이빙이 한층 더 자동화됐다.
오늘날 자율주행은 통제된 도로와 기타 비슷한 환경에서 현실이 됐다.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허용하기 시작하는 미국의 주가 늘어났다. 알파벳·테슬라 같은 자율주행 선두업체와 승차공유 업체 우버 본사가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드라이빙에 적합한 날씨의 애리조나와 까다로운 지형 때문에 우버가 선택한 피츠버그 등 다수의 주와 도시에서도 자율주행차 테스트가 실시됐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온갖 유형의 날씨와 교통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는 아직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에는 컴퓨터 비전, 레이더, 그리고 라이다(LiDAR) 같은 기술이 함께 사용된다. 컴퓨터 비전은 자동차 전면·후면·측면의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라이다는 레이더와 비슷하게 기능하지만 일련의 레이저 조명을 이용해 인근의 물체를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해 수신된 정보는 매핑 기술과 결합해 자동차의 방향을 설정하고 최선의 이동경로를 선택한다. 자율주행차는 또한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해 안전을 강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학습을 통해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행동 예측법을 습득하고 자율주행차의 바탕을 이루는 소프트웨어가 반복적인 관측과 모델링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그것을 이용해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가장 확률 높은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면 차간 소통이 가능하고 인적 오류의 편차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안전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업계는 5단계의 척도를 이용해 자율주행차 성능을 측정한다.
·레벨 0 ― 자동화 없음. 운전자가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
·레벨 1 ― 운전자 지원. 교통량에 따라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적응형 크루즈콘트롤 또는 자동차가 도로의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차선 유지 지원 같은 기능으로 주행을 지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
·레벨 2 ― 부분 자동화. 레벨 2에선 자동차가 차간 간격과 차선 유지를 지원하며 속도와 방향조정을 도울 수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아우디 트래픽 잼 어시스트(Audi Traffic Jam Assist) 등이 레벨 2 자동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레벨 3 ― 조건부 자동화. 자율주행차 기술의 다음 단계를 대표하는 레벨 3 차량은 고속도로 같은 이상적인 조건에서 자력으로 주행할 수 있다. 사람이 레벨 3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야 하지만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다.
· 레벨 4 ― 고도의 자동화. 레벨 4 차량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는 거의 모든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차량을 현재 폐쇄된 트랙 환경과 일반 도로 양쪽에서 시험 중이며 현재 800만㎞ 이상의 주행을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우버는 지난해 12월 기준 320만㎞를 주행했다.
· 레벨 5 ― 완전 자동화. 5단계의 차량은 익숙하든 생소하든 어느 도로에서나 스스로 주행할 수 있으며 인간의 인풋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주행할 수 있고 인간의 입력이 필요 없어 설계 단계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생략된다. 옆 사진 속의 제너럴 모터스(GM) 크루즈 자율주행차는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모델로 내년 출시가 목표다.
현재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레벨 2와 레벨 3의 중간 수준이다. 이런 차량들은 네트워크 연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프로그램하는 사물인터넷의 전형적인 사례다. 따라서 테슬라 같은 업체들이 고객용 최신 업그레이드를 쉽게 업로드할 수 있어 기술향상이 쉬워진다. 테슬라의 차량들은 “신기술과 기능을 추가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기존 차량과 현저하게 다른 점이다.
(위쪽부터)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직접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다. 제너럴 모터스(GM) 크루즈 자율주행차는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모델로 내년 출시가 목표다.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치어 보행자 한 명이 사망했다. / 사진:GRANT HINDSLEY-AP-NEWSIS, YOUTUBE, ABC-15.COM-AP-NEWSIS
기회와 도전
자율주행 경제가 제공하는 기회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2035~2045년 자율주행차 기술로 연간 희생자 수를 58만5000명 줄이고 공공안전비용을 2340억 달러 절감하고 통근자는 2억5000만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모바일아이(Mobileye)를 인수한 덕분에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인텔과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의 전망이다. 이들은 또한 자율주행 경제 규모가 2050년에는 7조 달러에 달하리라고 예측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과 공간 사용방식을 완전히 재편함으로써 특히 도시에서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의 영역을 훨씬 벗어나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컨대 주차장은 태양광단지, 쇼핑공간, 아파트 또는 포장된 주차장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고 유용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용도 변경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상주차 공간을 없애고 교통소통, 자전거도로, 인도 또는 가로수 공간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표준이 되는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곳곳에 널려 있다. 최근의 우버 충돌사고에 대한 반응이 그런 한 가지 위험을 보여준다.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에 치어 보행자 한 명이 사망하자 더 확실하게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자율주행차의 보급을 미루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보다 더 안전하다고 보지만 앞으로 이런 사고가 더 많아질 게 거의 확실해 지금으로선 일반대중에게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할지 모른다.
규제장벽도 자율주행차의 진로를 막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이용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책임 문제에 규제당국이 이제 막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사고 발생 시 과실책임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쏟아져 나온다. 일단의 상원의원이 최근 그런 소송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도록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에 요구했다.
일부 주에선 예상보다 진전이 더디다. 지난해 10월 GM은 올해 초까지 미국 맨해튼 거리에서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가 신청을 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주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버 사고 후 통제되지 않은 위험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규제당국의 입장이 더 조심스러워졌을지 모른다. 그리고 규제로 자율주행차 기술의 본격적인 보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혁명의 영향이 여러 산업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만한 업종을 살펴보자.
1. 자동차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보다 자율주행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은 없을 것이다. 이미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GM은 자율주행차 기술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과 라이다 제조사 스트로브 등 자율주행 기술 인프라 보강을 위해 여러 업체를 인수했다. 이르면 내년 초에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토대로 GM은 자율주행차 레이스에서 상당히 앞서가는 듯하다.
한편 포드는 최근 마이애미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에 근거해(포드와 GM 모두 주가수익비율이 6배 수준) 그들의 전망을 밝지 않게 보는 듯하다. 그들은 테슬라와 우버 같은 더 신생 업체들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포드와 GM의 경우 여러 가지 요인이 주가수익비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비율이 낮은 데는 자동차 사이클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자율주행차가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그것은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개발·통합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주된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1) 승차공유가 아주 싸고 편리해지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다.
(2) 이 시장에 진출하는 IT 업체 같은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하지만 알파벳 같은 IT 기업은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 제조는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크라이슬러와 손잡고 개발하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이르면 올해 안으로 출시될 수 있다. 우버는 볼보·도요타·다임러 등 여러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만 빅3의 실질적인 경쟁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애플이 직접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루머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자가용을 소유하는 미국 도시 거주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론상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호출하기가 아주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마이카를 포기하는 속도가 과장됐을지 모른다. 운전자(특히 교외·농촌 지역 거주자)가 자가용을 소유하는 현재 방식에 익숙해 있으며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 소유 문제가 감정적인 결정에 더 가까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동차 시장이 AV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기차·지하철·버스 나아가 항공여행 같은 다른 운송수단으로부터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전체 주행거리도 늘어날 것이다.
교통·주차 그리고 실제 운전의 필요성을 줄임으로써 자율주행차의 이용이 다른 교통양식보다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호재다. 개인의 자가용 소유가 감소할 경우 직접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또는 다른 서비스 사업자에게 차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량생산 능력을 감안할 때 자율주행 승차공유 서비스 운영 면에서 우버 같은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 택시 면허증 가격은 2013년 약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0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 사진:WU KAIXIANG-XINHUA-NEWSIS
2. 자동차 보험
자동차 보험은 큰 사업이다. 미국 자동차 보험 시장은 오늘날 연간 판매 기준으로 2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AV가 사고 건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면 자동차 보험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현재 사고의 약 90%는 적어도 어느 정도는 사람의 과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드라이빙 과정에서 인적 요소가 배제됨에 따라 보험 가입 부담이 운전자 대신 서비스 운영자(승차공유 서비스의 경우)나 제조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 기업들의 협상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다수가 요율을 낮추거나 자가보험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중형 세단의 평균 보험료는 1202달러였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보급을 가속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KPMG는 2050년에는 보험시장이 70% 쪼그라들어 1370억 달러가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보험사를 소유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자율주행차가 보험업계에 타격을 주리라고 시인했다. 버핏은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면 보험 비용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험료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CNBC 방송에 말했다.
사고율이 낮아지면 프로그레시브와 올스테이트 같은 보험사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가 받는 돈이 사고 피해 보상과 보험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보험료는 일정 부분 사고율에 근거한다. 따라서 사고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도 낮아진다. 보험은 다수 기업이 자동차 운행을 놓고 싸우는 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
3. 승차공유·택시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도시 교통에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요 도시의 택시 면허증 가치가 급락했다. 소비자가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되면서 등록된 택시들의 독점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택시 면허증에 투자하고 소유하는 업체 메달리온 파이낸셜의 주가는 2013년 이후 4분의 3 가까이 하락했다. 그리고 뉴욕 택시 면허증 가격은 2013년 약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0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승차공유 업계가 다시 한번 뒤집어지려는 참이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기업은 시장성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거나 그런 능력을 가진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그럴 경우 명백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승차공유 비즈니스 모델에선 운전자(그리고 그들의 차량)가 서비스 이용료의 약 75%를 차지한다. 따라서 운전자를 배제하면 승차공유 이용료가 훨씬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많은 경우 통상적인 대중교통 요금보다 이용료가 낮아질 수 있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우버와 리프트가 현재 승차공유 업계에선 선두지만 자율주행 승차공유 시장에선 선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고용한 수천 명의 운전자가 그들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힌다. 그런 계약 운전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AV가 부상하면 그런 운전기사들이 구시대 유물이 될지 모른다.
반면 우버와 리프트는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고 직접 AV 기술을 개발하면서 새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우버는 또한 재래식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량하는 개조 키트를 제조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업체 오토를 인수했다. 이는 계약 기사들이 그들의 재래식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개조한 뒤 자신이 이용하지 않을 때 차량을 굴려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잠재적인 기회를 상징한다.
이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경쟁자에게는 다른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예컨대 매핑 기술, 앱,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이다. 현재로선 브랜드 인지도가 우버와 리프트의 최대 이점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주요 분야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우위에 있을지 모른다. 가격 결정력이다. GM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체적으로 차량을 제작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저가에 직접 운영할 수 있다. GM이 운전기사·차량소유자와 수입을 분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이 분명 그 서비스로 몰려들게 된다.
어느 쪽이든 승차공유 업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듯하다. 그리고 더 큰 자금력을 가진 GM·포드 같은 흑자 제조기를 대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브랜드 인지도와 수만 명에 달하는 계약기사 기반이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두드러진 이점이다.
4. 주유소·편의점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더이상 직접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탑승자 없이 스스로 운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아무도 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심야 같은 유휴 시간 대에 스스로 주유할 수 있게 된다. 그밖에도 전기자동차가 부상하면 주유소에서 충전기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변화들이 주유소와 편의점 체인을 압박하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 체인들은 차에 기름을 넣을 때 들러 커피나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고객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더 이상 직접 주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요 교차로에 주유소를 세울 필요가 없어진다. 임대료 낮은 외진 곳에서 주유와 재충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트럭이 자동화되면 트래블플라자 같은 트럭 휴게소 체인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운전자들이 더 이상 식사와 샤워를 하러 도로변 서비스 센터에 들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거리 여행의 인기가 늘면서 항공여행을 대신함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확산이 편의점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주유소의 성격이 변하더라도 여행자들이 여전히 화장실이나 간식을 사러 들러야 하기 때문에 도로변 편의점 사업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도 파일럿/플라잉 J 트럭 휴게소 체인의 지분 38.1%(5년 뒤 과반 수 지분으로 불어난다)를 인수할 때 그런 생각을 가졌던 듯하다. 버핏의 투자는 다가오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혁명의 영향이 과장됐다고 본다는 증거다. 지분 인수 당시 그는 “회사를 바꾸려고 인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의 승차공유 비즈니스 모델에서 서비스 이용료의 약 75%를 차지하는 운전자가 빠지면 이용료가 훨씬 낮아진다. / 사진:JEFF CHIU-AP-NEWSIS
5. 호텔·항공사
끝으로 자율주행차의 확산은 관광여행 업계 전반 특히 항공사와 호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로 이동이 싸고 빠르고 쉬워지기 때문에 인근 관광지를 찾는 주말 여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행자들이 도시·해변·스키장 또는 몇 시간 거리 이내의 또 다른 인기 명소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게 된다. 여행자가 많아지고 관광이 증가하면 숙박을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업체와 호텔에는 호재가 된다. 레스토랑도 여행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호텔업계에서 수년간 통합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매리엇·힐튼 그리고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룹이 주도하는 과점체제가 형성됐다. 이들 모두 여행이 간편해지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인기 관광지에 수천 개 호텔을 보유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부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부상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자들이 이동 중 묵어가는 숙소로 세워진 도로변 모텔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는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밤새 달리는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쪽을 택할지 모른다. 침대에 누우려고 모텔에 들르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 인테리어가 그때그때 승객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모드를 갖게 되리라고 본다. 시트를 뒤로 눕힐 수 있도록 하는 수면 모드, 또는 모두 서로 마주보도록 하는 미팅 모드 등이다. 그런 필요가 더 전문화함에 따라 열차 안에 존재하는 침대칸처럼 철야 여행 전용으로 설계되는 자동차·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도로변 모델은 더 필요성이 줄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는 항공사 단거리 노선의 편리한 대안도 된다. 예컨대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밤새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자율주행차 이용자들은 공항까지 왔다 갔다 하고 보안검색을 거치는 등 항공여행의 번거로운 절차를 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노선만 취급하는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는 타격을 입거나 또는 서비스를 개선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게 된다.
여행의 근본적인 변화
이들 5가지 산업 말고도 다른 많은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주차공간 수요가 점차로 줄면서 부동산 용도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거리 트럭 운송도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철도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여행 중 무선 데이터와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소비가 증가한다. 포장과 식품 배달의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가격이 내려가 레스토랑 배달과 전자상거래 성장에 날개가 달린다. 운전학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자동차 부품 수요가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서 IT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이동거리 향상으로 부품 소모가 많아져 전통적인 부품 제조사들의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차 혁명은 글로벌 경제의 많은 분야에 미증유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까지 언급한 5대 업종에 가장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최대의 기회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 제레미 보우먼 모틀리 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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