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다식 & 경제

일본 기업들의 악몽 ‘이노베이션 딜레마’

AI독립군 2010. 5. 20. 19:14

       일본 기업들의 악몽이노베이션 딜레마

          가격 무시한 채 고품질에만 매달린 결과

  

최근 일본 기업들 간에는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술적으로 앞선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한국과 대만기업들에 의해 따라 잡혔는데, 그 원인이이노베이션 딜레마(Innovation Dilemma)’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과거가 된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 메모리 분야인 액정이나 비 메모리 반도체(LSI) 분야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재연하고 있다고 자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실패가 이어지는데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 이우광 수석연구원은이노베이션 딜레마에 대해우수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 기술적인 개량·개선에만 정신이 팔려 고객을 등한시 결과, 기술력에서는 조금 뒤지지만 새로운 특징을 갖춘 후발기업으로 인해 힘을 잃어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기술혁신이 거대기업 망하게 할 수도

이노베이션 딜레마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다. 그는 1997 ‘The Innovator's Dilemma(성공기업의 딜레마)’란 저서를 통해기술혁신이 오히려 거대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RAM(디램)이라는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 DRAM의 주요 용도는 전화교환기와 대형 컴퓨터였다. 일본 기업들은 고장이 잘 안 나는 DRAM 기술로 미국과 유럽기업들을 제치고 반도체 대국으로 부상했다. 당시 일본은 DRAM을 발주하면서 25년 정도의 보증을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반도체 1위 국가가 된 일본 기업들은 이후 고성능·고품질의 DM만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더욱 더 기울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DRAM의 수요가 전화교환기 쪽에서 PC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PC가 대량 공급되면서 시장에서는 고품질보다 싼 가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시장상황을 무시한 채 고품질 반도체를 만들었다. 반도체 가공기술인 마스크(mask)를 예로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공정과정에서 마스크의 수가 미국, 한국에 비해 2배 정도 많다고 보고 있다
.

공정과정에 있어 마스크의 수가 많아지면 공정 수, 설비, 재료비, 인건비 등이 높아지게 마련. 결과적으로 DRAM의 제조비가 비싸져 시장으로부터 경쟁력을 읽어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제품의 제조원가는 한국, 대만 제품 등과 비교해 20~30%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문제는 이런 현상이 DRAM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VTR을 예로 들 수 있다. 197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유럽 기업들을 따라잡을 때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

일본 기업들, 대만 기업 모델 깔봐...

기술적으로 앞서가는 기업이 후발기업에게 따라 잡히는 것은 제조장치 때문이다. 선발 기업들은 기존 설비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 반면 후발 기업들은 최첨단 제조장치를 도입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플랫폼화 혹은 대 모듈화라고 부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동안의도하지 않은 기술유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때문에 셋톱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VTR업체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제품을 개발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발기업의 선발기업 따라잡기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자신만만해 하던 비 메모리반도체(LSI ASSP)를 예로 들 수 있다
.

액정TV,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LSI ASSP를 생산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르네사스 등 일본 기업들은 통폐합 위기에 처해 있다. 메모리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 기업이 따라오기 힘들다는 시스템 LSI 분야에서 고품질로 승부를 건 일본 기업들이 대만 업체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

이우광 수석연구원은일본 기업들이 대만의 설계 전문업체와 생산 전문업체들의 분업 형 비즈니스 모델을 깔보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도 후발 업체의 첨단 제조장치가 큰 역할을 해냈는데, 일본 기업들이 이를 간과했다는 설명이다
.

이우광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이노베이션 딜레마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이 성숙단계에 이르면 기업에서는 코스트 삭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기술혁신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결과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산업계에서이노베이션 딜레마에 의한 후발 기업의 선발 기업 따라잡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과거 일본 기업들이 미국, 유럽 기업들을 따라 잡았듯이 한국, 대만 기업들이 지금 일본 기업들을 따라 잡고 있다. 따라서 한국, 대만 기업들 역시 다른 기업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모습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4.16 ⓒ ScienceTimes 
 
 

국경없는 금융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