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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살충제 없이 농산물을 싱싱하게

AI독립군 2019. 8. 22. 09:51

냉장고·살충제 없이 농산물을 싱싱하게

 

어필 사이언시스, 천연 코팅으로 유통기한 2배로 늘리는 기술 개발

식량 낭비 막아 세계의 기아 문제 해결에 도움 줄 수 있어

어필 사이언시스의 제임스 로저스 CEO는 천연 보호막을 사용해 과일의

수명을 늘리는기술을 개발했다. / 사진:ROY RITCHIE/ APEEL SCIENCES

어필 사이언시스는 천연 식물 소재로 만든 과일 코팅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코팅을 사용하면 과일의 유통기한이 두 배 이상 길어진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재배를 장려하고 소비자는 품질이 더 나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약 3분의 1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제품은 식량 낭비를 크게 줄여 세계의 기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뉴스위크가 어필 사이언시스의 창업자 겸 CEO인 제임스 로저스를 인터뷰했다.

 

어떤 꿈을 안고 이 사업을 시작했나?

 

우리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는 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면 새로운 문제가 더 많이 생긴다. 우리는 그런 방법을 지양하고 자연 세계를 탐구하면서 자연이 수십억 년 동안 사용해온 소재를 찾아낸다.

어떤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런 천연 소재를 찾는가?

 

지구에서 가장 자원 집약적인 활동은 식량 생산이다. 현재 어마어마한 양의 식량이 낭비되고 있다. 우리는 식량 생산에 담수의 70%를 사용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4분의 1이 거기서 비롯된다. 또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연간 살충제 약 22억㎏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 중 3분의 1 이상 2분의 1 이하 정도가 버려진다. 그 낭비만 줄이면 2050년까지 식량의 추가 생산 없이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필 사이언시스는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우리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건조와 산화를 막아주는 일종의 장벽을 사용해 자신을 보호한다. 그처럼 모든 생명체가 이 얇은 장벽으로 자신을 보호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딸기의 수명은 며칠밖에 가지 못하지만 레몬은 몇 주나 몇 달이 가도 신선함을 유지한다. 그 이유가 뭘까? 소재가 달라서 그런 게 아니라 딸기의 표면을 구성하는 분자의 배열이 레몬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 놀라운 사실에 착안해 우리는 모든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보호막 소재를 분리해 우리가 섭취하는 과일에 재적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적인 보호 장벽을 증강할 수 있다. 레몬과 똑같은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딸기의 유통기한이 레몬만큼 오래 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회사는 자연 세계가 하는 일을 모방한다.

 

사진:GETTY IMAGES BANK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식당에서 냅킨에 긁적거린 아이디어였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아이디어로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얘야, 아이디어는 멋지다만 넌 과일과 채소를 전혀 모르잖니?”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은 식량이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식량을 신선한 상태로 그들에게 제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배운 점이 있는가?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중세의 수도승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밀랍에 사과를 담그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이 아이디어를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지난 2000년 동안 우리는 소재 과학에 관해 다양한 지식을 축적했다. 이제 우리는 이 과학 지식의 일부를 중세 수도승들이 했던 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서 말이다.

 

지금까지 어떤 장애물에 직면했나?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기술을 개발해야 했고, 그 기술을 시연한 뒤, 실제 제품을 과일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물론 원가를 줄여 상업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도 필요했다. 그다음 과일 수십만t을 단일 시설에서 처리해야 했다. 농산물 산업에선 농민이 가게에 상품을 전달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농민은 그 농산물이 못 먹게 상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로선 판매가 끝났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원칙은 과일 자체를 처음보다 더 낫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싱싱한 상태가 더 오래갈 수 있도록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사슬에서 최대한 빨리 우리 제품을 과일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처럼 과일 공급자와 협력하는 사업모델을 찾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도움을 준 멘토는?

 

나의 대학원 시절 박사 논문 지도교수님이다. 그는 우리가 늘 제대로 되는 것보다는 되지 않는 것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보다 더 나은 조언은 없었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어필 사이언시스를 설립했다.

 

성공한다면 20년 뒤 세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식품점이나 편의점, 심지어 구멍가게에서도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서 먹을 수 있고, 또 그 과일이나 채소는 평생 맛봤던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다. 아울러 냉장고나 살충제 없이 세계 곳곳의 농민을 연결하는 농산물 공급사슬을 구축할 것이다. 우리 지구를 살리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마야 페이지, 로렌 배릿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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