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국산 우유는 없다?" 유업계 수출포기 왜?
중국 기준 맞추려면 설비투자 등 비용 늘어 수익성 없어..농림식품부는 뒷짐만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한국 유업체가 만든 흰 우유의 대 중국 수출이 연내 재개되기 힘들 전망이다. 일부 유업체들은 중국 당국이 강화한 요건을 맞추느니 아예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소극적인 대응을 보여 자칫 중국에서 한국산 우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1일 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식품 당국의 규제강화로 촉발된 대 중국 흰 우유 수출 중단 사태가 연내 재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흰 우유 수입등록제를 실시하며 서울우유와 연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한국 유업체들이 만든 살균우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 내세운 흰 우유 수입 조건은 '70도 살균처리에 최소 15일 유통 가능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제품은 130도 이상에서 1∼2초간 초고온 살균법을 택해 유통기한이 10일 정도에 그친다.
이 중국 기준에 맞추려면 생산설비를 모두 바꿔야 하는데 이는 수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무리한 투자다. 표면적으로는 살균 방법과 유통기한 표시 등이 중국 기준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지만 실상은 한국산 우유의 중국 유통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평이다. 실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중국으로의 흰 우유 수출을 아예 포기했다.
중국의 흰 우유 수입등록제에 따르려면 생산설비를 바꿔 한국용 우유와 중국용 우유로 생산체제를 이원화해야 한다. 이런 설비투자에만 수 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데다 이원화한 제품을 관리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 수출제품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우유만이 수출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이 까다로운 기준 평가를 고수해 수출은 난항인 상태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준에 맞게 시험 생산한 흰 우유를 10번 테스트해 모두 통과해야만 수출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서울우유만 7번의 시험 테스트를 거쳐 수출 재개를 모색하고 있을 뿐 다른 업체는 '비용대비 효과'가 낮아 아예 수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림식품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농림식품부는 한국 유업계에 유리한 협상을 하기보다 중국 당국의 기준에 맞게 생산설비를 바꿔 수출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수출 중단 통보 이후 한국 정부는 한국 유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주기 보다 중국 당국의 입장만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당국이 사전 예고를 한 뒤 정부가 즉각 협상을 통해 한국 유업계에 유리한 입지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흰 우유 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가공유까지 수출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에 이어 분유나 가공유에도 조만간 중국 당국이 새로운 수입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앞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산 우유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산 우유에 대한 불신이 워낙 높아 한국산 우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산 우유의 대 중국 수출액은 2011년 41만5000달러(약 4억2000만원)에서 2013년 957만4000달러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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