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여, 당신에게는 '사부(師傅)'가 있는가
-"혼자 성공한 창업자는 없다" - 2300년 전 순자가 알려주는 멘토의 힘-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공통분모
순자는 2300년 전 이미 간파했다.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사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서 사부란 존경할 만한 상담자, 즉 진정한 조언자를 의미한다. 중국 역사의 명군들—한 고조 유방에게는 장량이, 송 태조에게는 조보가, 명 태조에게는 유기가 있었다. 그들의 성공은 결코 홀로 이룬 것이 아니었다.
이는 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마이크 마쿨라가 있었고, 빌 게이츠에게는 워렌 버핏이 있었으며, 마크 저커버그에게는 피터 틸과 셰릴 샌드버그가 있었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수많은 유니콘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사부'의 역할을 체계화했기 때문이다.
성공 이후가 더 위험하다
순자의 통찰은 여기서 한층 깊어진다. "천하를 얻은 후에도 왜 사부가 필요한가?" 이미 제왕이 된 자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순자는 답한다. 사부가 없으면 '인쾌(人快)'가 된다고. 제왕이 마음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으로 치환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시리즈 A를 받았을 때보다 시리즈 C를 받았을 때, 매출 10억을 달성했을 때보다 100억을 넘었을 때 창업자는 더 위험해진다. 성공의 단맛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만든다. 예스맨들이 늘어나고, 비판적 조언은 점차 사라진다.
WeWork의 아담 노이만, Theranos의 엘리자베스 홈즈,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 이들의 몰락은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인쾌'의 결과였다. 견제 없는 권력, 자문 없는 독단, 성찰 없는 확장이 거대한 추락을 불렀다.
스타트업에게 사부란 무엇인가
현대의 사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공식 어드바이저, 독립이사, 멘토, 심지어 까다로운 VC 파트너도 사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세 가지 특성이다.
첫째, 독립성이다. 사부는 창업자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둘째, 경험이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로 그 길을 걸어본 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헌신이다. 진정으로 조직과 창업자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나는 30년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며 한 가지 명확한 패턴을 발견했다. 성장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외부 조언을 구하고, 자신의 결정을 객관화하는 창업자들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창업자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사라졌다.
자중자애(自重自愛)의 경영
순자는 사부의 존재 이유를 '자중자계(自重自戒)'라고 정의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 이는 곧 현대 리더십 이론의 핵심인 '셀프 어웨어니스(Self-awareness)'와 정확히 일치한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외부에서 오는 위기가 아니라, 내부에서 자라나는 자만이다. 첫 번째 성공 이후 찾아오는 미디어의 찬사, 투자자들의 구애, 시장의 주목—이 모든 것이 창업자를 '인쾌'의 함정으로 밀어넣는다.
진정한 사부는 이 순간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정말 이 확장이 필요한가?", "이 인수가 전략적으로 맞는가?", "당신의 팀은 이 성장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가?" 같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바로 순자가 말한 '자중자계를 촉구하는' 사부의 역할이다.
당신에게는 진정한 사부가 있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는 진정한 사부가 있는가? 당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해줄 조언자가 곁에 있는가?
만약 없다면, 지금 당장 찾아야 한다. 그것은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사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당신의 시간, 에너지, 자원을 잘못된 곳에 쏟지 않도록 막아주는 가장 효율적인 안전장치다.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한다. 스러져간 제왕들의 곁에는 훌륭한 사부가 없었다고. 21세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이 진리는 변함이 없다. 당신의 스타트업이 진정으로 흥하길 원한다면, 지금 바로 사부를 찾아라.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그것이 바로 순자가 2300년 전부터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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