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트 실패: 자산 기반 모델의 교훈
-꿈의 모빌리티, 현실의 비극: 카이트는 왜 무너졌나?-
최근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에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헤르츠의 강력한 경쟁자"를 자처하며 3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던 카이트(Kyte)가 결국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문 앞까지 렌터카를 배달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들의 몰락은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자산 중심 비즈니스 모델의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가 되었다.
카이트는 휴대폰으로 예약하면 계약 운전자가 차량을 문 앞까지 가져다주고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피어투피어(P2P)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며, 안전성과 일관성, 비용 효율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플릿으로의 전환까지 구상하며 미국 14개 시장으로 확장하고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눈부신 성장은 자산 중심 비즈니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트의 실패는 단순히 시장 경쟁력 부족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내면에는 오늘날 스타트업이 직면할 수 있는 복합적인 위협 요소들이 응축되어 있다.
첫째, 고금리 시대의 자산 과부하 모델은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차량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곧 막대한 현금 소진을 의미한다. 차량 구매/리스 비용, 유지보수, 보험, 주차 등 모든 것이 현금을 잡아먹는 블랙홀이었다. 여기에 높은 차입 비용은 이자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잠식했다. 매출이 흔들리자 대출 조건은 더욱 엄격해졌고, 단일 대출 기관에 집중된 파이낸싱 구조는 연체 시 회생 불능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주요 대출 기관이 차량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카이트의 서비스는 사실상 종말을 고한 것이다. 이는 자산 중심 비즈니스에서 경쟁 상대는 단순히 기존 강자가 아니라, 금리, 대출 조건, 그리고 시간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둘째, 복잡한 배달 서비스가 마진을 갉아먹었다. 카이트는 차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고객에게 차량을 배달하고 회수하는 쿠리어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했다. 이는 차량 활용률이 높고 차량 인계/인수가 원활할 때에만 작동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많은 도시에서 차량당 운행 횟수가 너무 낮았고, 쿠리어 시간과 유휴 시간이 마진을 크게 잠식했다. 서비스의 복잡성은 활용률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었다. 이는 단순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넘어 실질적인 단위 경제(Unit Economics)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충분한 수익성을 한 도시에서 증명하지 않고 무작정 확대한 것이 패착이었다.
셋째, '원칙'이 '유연성'을 압도한 대가를 치렀다. 카이트는 피어투피어(P2P) 공급 모델을 '원칙적으로' 거부했다. 그들은 전문적인 플릿만이 안전성과 일관성을 보장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 고수는 렌터카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나 신규 도시 진출 시 재고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했다. 자산 중심 비즈니스는 유동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일정 수준의 차량을 항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P2P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은 차량 활용률을 높이고 자체 차량 경제성이 성숙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이트의 고객 명단은 결국 그들이 배척했던 마켓플레이스인 투로(Turo)에게 넘어갔다.
카이트의 실패는 스타트업이 '성장'이라는 덫에 갇혀 기본적인 경제 원리를 간과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예비 창업자 및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다음의 교훈을 강조하고 싶다.
• 자산 소유는 곧 '부채 베팅'임을 인지하라: 단일 대출 기관에 의존하기보다 대출 위험을 분산하고, 대출 계약에 여유를 두며, 느리고 점진적인 리파이낸싱을 계획해야 한다.
• 단위 경제가 확실히 승리하는 곳에서만 확장하라: 쿠리어 서비스를 포함한 계절별 마진이 한 도시에서 증명될 때까지는 다음 도시로의 확장을 보류해야 한다. 섣부른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 교조주의보다 유연성이 승리한다: 자체 차량 보유 모델과 더불어 마켓플레이스나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공급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차량 활용률을 높이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완벽한 '자체 모델'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카이트의 이야기는 단지 한 스타트업의 실패담이 아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기업가 정신이 현실적인 비즈니스 원칙과 재무적 통찰력으로 뒷받침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상기시키는 사례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큼이나 냉철한 분석과 유연한 전략이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과 VC투자매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켓컬리 위기와 스타트업 생존 방정식 (1) | 2025.08.21 |
---|---|
아스트라: AI 스타트업 실패 사례 연구 (8) | 2025.08.12 |
스타트업을 위한 사업 분리 전략 가이드: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6) | 2025.08.08 |
델몬트 파산: 기업 생존의 교훈 (7) | 2025.07.30 |
주 4일 근무: 행복과 생산성의 조화 (7) | 2025.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