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다식 & 경제

합리적 판단의 암초, 원시인 심리

AI독립군 2011. 9. 9. 12:59

합리적 판단의 암초, 원시인 심리

 

 

 

 

목차

1.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

2.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원시인 심리

① 감정이 우선, 이성은 나중

②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

③ 남 따라 하는 것이 안전

3. 시사점

 

 

 

작성 : 김창욱 수석연구원(3780-8171)

cwkim@seri.org

 

 

 

 

《요 약》

많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객관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판단이 충분치 못해 실패로 귀착되곤 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원시인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인간은 2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99% 이상을 수렵채취시대에 살았고, 그러한 생존환경에 적합하도록 뇌의 작동방식을 진화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시인 심리가 21세기인 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시인 심리는 첫째,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대상에 대해 감정 체계가 먼저 반응을 하고 이성 체계는 이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심리가 형성된 것은 위험이 도처에 깔린 원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정적 반응에 기반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감정 우선의 심리 기제로 인해 오늘날의 경영자들도 현실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원시인 심리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상태를 기준으로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하려 하며, 미래의 큰 이득보다 당장의 작은 이득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장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당장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던 원시시대의 생존 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오늘날의 경영 현실에서 매몰비용에의 집착과 근시안적인 태도를 낳는다.

 

세 번째 원시인 심리는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이는 원시시대에 무리 속에서 남들로부터 배척당하지 않고 위험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생겨난 심리 기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이 오늘날에도 나타나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곤 한다.

 

원시인 심리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의사결정 과정에서 타성을 타파하고 각종 안전장치를 구축하며 반대의견 개진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원시인 심리를 강화시키는 두려움과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조직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인 유산만이 아니라 효력을 상실한 조직적인 유산, 즉 오늘날의 상황과 맞지 않는 신조, 가치, 규범 등이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제거해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1.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산물

 

□ 전략 실패의 이면에 비합리적인 판단과 편향된 인식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음

 

- 좀 더 면밀한 검토와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실패가 다수

ㆍ지난 25년 동안의 기업 전략 실패 사례 750건을 분석한 결과, 46%가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던 위험 때문이었고, 나머지도 상당수는 신중하게 대처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실패1)

 

- 실패하는 전략을 만드는 의사결정의 밑바탕에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만드는 심리 기제가 존재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기업의 비즈니스가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감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행동에 영향을 받기 쉽다."(춘카 무이, 『위험한 전략』저자)

 

□ 인간의 마음을 관장하는 뇌의 진화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비합리적 행태에 대한 이해가 가능

 

- 인간은 수렵채취시대의 생존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뇌를 유산으로 보유

ㆍ약 2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는 99% 이상의 세월을 수렵채취시대에 보냈으며, 농경사회로 접어든 지는 1 3,000년 정도에 불과

ㆍ진화심리학은 수렵채취시대에 적응한 원시인 심리가 인간의 뇌에 각인되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규명2)

 

- 현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이루어지는 기업의 의사결정에도 원시인 심리가 작용해 부조화가 발생

"우리는 원시의 뇌를 가지고서 초현대적인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는 셈이다원시적인 우리의 두뇌 때문에 우리가 21세기의 거대한 기업이나 시민사회에서 올바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마크 판 뷔흐트, 『빅맨』저자)

 

 

 

□ 우리 안에 있는 '원시인 심리'와 그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의사결정에서의 오류를 줄이는 출발점

- '원시인 심리'라는 것은 수렵채취를 주로 하면서 무리를 이루고 살던 원시시대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뇌의 작동방식을 가리킴

 

- 수렵채취시대를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원시인 심리'가 형성

①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은 나중이다

②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③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

 

 

2.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원시인 심리

 

① 감정이 우선, 이성은 나중

 

□ 어떤 대상에 대해 평가를 할 때 감정이 먼저 반응하여 판단을 하고, 이성적 사고는 이를 뒤따르는 경향이 있음

 

-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보다는 감정적으로 '좋다, 나쁘다', '유쾌하다, 불쾌하다'는 기준으로 먼저 판단

ㆍ감정에 따라 내린 판단이 기존의 지식이나 규범 체계와 맞지 않는 경우에만 이성이 반응하여 의문을 제기하거나 판단을 수정

 

- 감정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면서 '속성 바꿔치기(attribute substitution)'가 발생3)

'속성 바꿔치기'는 대상이 지닌 특성을 마음에 곧바로 떠오른 다른 성질로 바꿔서 판단하는 것

 

 

 

□ 감정 우선 성향이 형성된 것은 감정에 기반하여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원시시대에 생존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임

 

- 도처에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려움에서 시작한 감정 체계가 먼저 뇌에서 발달하고, 이후에 사회 속에서 남을 설득하기 위해 이성 체계가 발달

ㆍ맹수에 대한 두려움, 부패한 음식에 대한 혐오, 필요한 음식을 먹거나 섹스를 체험할 때의 쾌감 등을 느낄 수 있게 됨으로써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행동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게 됨

 

- 감정 반응이 우선하게 되면 두려움이나 혐오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쾌감을 주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게 됨

 

□ 경영자들도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현실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받아들여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

 

- 어떤 의견이나 지각, 판단이 자리를 잡으면 그것을 확증할 만한 것만 골라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4)이 존재

ㆍ불안을 감소시키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현실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림

 

 

 

②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

 

□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유지하려 하며, 미래의 큰 이득보다 당장의 작은 이득에 더 가치를 부여

- 현재보다도 상황이 나빠질지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현상유지 성향)

ㆍ잃어버린 500원을 찾는 데는 힘을 쏟지만, 새로 500원을 얻는 데는 그만큼의 수고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 일반적 성향

  

 

 

- 가까운 미래의 이득에 대해서는 그 실현 시점에 매우 민감해서 현재에 가까울수록 매우 큰 가치를 부여하지만, 먼 미래의 이득에 대해서는 실현 시점의 차이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현재선호 성향)

ㆍ현재 100만 원을 얻을 것인가와 한 달 뒤 110만 원을 얻을 것인가 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전자를 택하지만, 1년 뒤 100만 원을 얻을 것인가와 1 1개월 뒤 110만 원을 얻을 것인가 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더 많이 선택

ㆍ장래는 불확실하다는 무의식적인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적은 현재를 매우 선호하는 경향

 

□ 현상유지 및 현재선호 성향은 미래가 불확실한 생존 환경에 살았던 원시시대 인간의 심리 기제가 반영된 것

 

- 수렵채집시대에는 매일 굶주림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현재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먹잇감을 찾고 그것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

 

- 한 달 뒤에는 이미 굶어 죽은 후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한 달 뒤에 얻을 먹을거리는 관심 밖의 일

"원시시대에는 무엇이든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따라서 대뇌는 미래에 받을 물건의 가치를 깎아내려 저평가한다."(루디 가즈코, 『불안한 원숭이는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저자)

 

□ 현상유지 및 현재선호 성향은 경영에서 손실회피 성향, 근시안적 태도 등을 초래

 

- 상당한 매몰비용(sunk cost)5)을 투자한 후 중도에 포기하지 못해서 더 큰 손실을 초래

ㆍ현실에서는 "이미 지출한 비용이 아까우니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가 효력을 발휘장래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은 무시하고 현재 발생하게 될 손실만을 중요시

 

  

 

③ 남 따라 하는 것이 안전

 

□ 의견을 제시하거나 행동을 할 때 권위자나 다수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려는 성향이 존재

 

- 인간의 모방 성향은 다른 동물의 흉내내기보다 더 강함

ㆍ심리학자 윈드롭 켈로그는 자신의 아들과 침팬지를 함께 키우며 실험한 결과 인간이 침팬지보다 흉내내기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냄6)

ㆍ인간의 뇌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7)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까지 느끼고 유추할 수 있음

 

- 다수를 따르려는 성향은 개인의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제약

ㆍ다수가 자기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신의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수정하고 다수의 의견을 추종

 

 

 

□ 모방 성향은 인간이 원시무리의 결속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뇌가 진화한 결과

 

- 집단을 따르지 않는 자는 무리에게 배척당하거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생존이 불가능

ㆍ집단의 결속을 깨뜨리는 것은 집단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집단 차원에서 엄격히 통제

ㆍ도처에 위험이 도사린 환경에서 남들과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려 생존율을 낮추는 것

 

□ 현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도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식이 팽배

 

-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미 투 사업(Me Too Business)'이 비즈니스 영역에 다수 존재

ㆍ너도 나도 같은 분야에 진출해 공멸하는 '레밍 신드롬(Lemming Symdrome)'8)이 나타나기도 함

 

 

 

 

3. 시사점

 

의사결정의 편향을 막기 위해 조직적 장치를 구축

 

□ 원시인 심리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성을 제고할 필요

 

- 장기적인 안목과 객관적인 분석이 힘을 발휘하도록 안전장치를 강구

ㆍ결정할 사안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검토하고 논의할지 미리 절차를 규정하고 타성을 유발하는 부정적 관행을 타파

CEO의 의사결정 지원조직(staff, 참모)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외부전문가의 조언도 경청

 

- 편향된 의견과 오류를 정정할 수 있도록 반대 의견 개진을 제도화

"의사결정의 첫 번째 규칙은 반대 의견이 없으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피터 드러커)

ㆍ가톨릭 교회에서는 반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제도를 활용

 

  

 

□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원시인 심리'의 작동을 조장하므로 조직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

 

-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폭넓게 사고할 수 있으며, 불안감을 느낄 때에는 창의적 사고가 위축

'원시인 심리'는 위험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안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 발달한 심리 기제

ㆍ두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존재하면 인간의 인지능력은 현저히 감소

 

- 조직원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면 '원시인 심리'의 작동이 억제

ㆍ조직 내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BMW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 혼다는 '올해의 실패왕 상'을 운영

 

 

조직의 신조나 규범을 상시적으로 재검토

 

□ 조직 차원에서도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과거의 유산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시적으로 점검

 

- 효용이 다한 신조나 가치, 규범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가 존재

ㆍ아날로그 기술 시절 형성된 일본기업의 '자력주의(필요한 기술은 스스로 개발한다)'가 디지털 시대에는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

 

- 폐기해야 할 과거의 유산을 찾아내어 현재의 상황에 맞도록 끊임없이 수정함으로써 조직의 환경에 대한 적응과 진화가 가능

ㆍ신조나 가치, 규범과 같은 조직의 DNA는 구성원에게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와 수정은 CEO가 직접 나서서 주도할 필요

 

-以上-

 

 

 

                                                                                                    

1) 무이, 춘카·캐롤, (2009).『위험한 전략』(이진원 옮김). 흐름출판.

2) 진화심리학에 관해서는 전중환 (2010).『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 데이비스, 행크 (2010).『양복을 입은 원시인』(김소희 옮김). 지와사랑.; 가즈코, 루디 (2010).『불안한 원숭이는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박재현 옮김). 마고북스.; 뷔흐트, 판 마크·아후자, 안지나 (2011).『빅맨』(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등을 참조

3) Kahneman, D. & Frederick, S.(2005). A Model of Heuristic Judgment. In Holyoak, J. K. & Morrison, G. R. The Cambridge Handbook of Thinking and Reason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267-294.

4)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믿음과 의견 등)에서 일관성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어떤 정보가 기존의 인지와 충돌을 일으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발생하면 그 정보를 무시하든가 아니면 새로운 정보를 찾아서 그 정보를 부정하려고 함.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확증 편향이라고 지칭

5)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해 되찾을 수 없게 된 비용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에는 고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과서의 설명

6) 실험의 원래 목적은 침팬지도 인간 아기와 똑같이 양육하면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자신의 아들이 오히려 침팬지를 따라 하는 행태를 보이자 9개월 만에 실험을 중단(전중환 (2010).『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 p.61.)

7) 거울 뉴런은 누군가가 사과를 따려는 모습을 보면 관찰자의 뇌 신경세포(뉴런)가 사과를 따려는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뉴런을 말함. 이처럼 거울 뉴런을 통해 상대방의 뇌 활동이 자신의 뇌에 거울처럼 되비치게 됨으로써 감정과 생각도 따라하게 됨(가즈코, 루디 (2010).『불안한 원숭이는 왜 물건을 사지 않는가』(박재현 옮김). 마고북스. p.83.)

8) 일명 나그네쥐 신드롬. 북구에 사는 나그네쥐가 앞장선 쥐를 따라 무작정 달려서 결국 모두 바다에 빠져 죽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로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 하는 행동을 가리킴

 

 


 

손가락 버튼 누르고 가는 블로거님들…….

만사형통, 부귀영화, 무량대복 기원합니다.

아니면 XX될걸요(협박 ㅎㅎㅎ)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