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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유심(有心)’을 경계하라: 성장의 유혹과 본질의 괴리

AI독립군 2026. 4. 6. 10:54

스타트업의유심(有心)’을 경계하라: 성장의 유혹과 본질의 괴리

 

송나라의 명재상 한기(韓琦)는 『송명신언행록』에서 "일을 처리하는 데 허튼 속셈()이 있으면 안 된다. 자연스럽지 못해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라는 '처사불가유심(處事不可有心)'의 가르침을 남겼다. 이는 비단 천 년 전의 통치 철학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생존과 성장의 기로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에게 가장 날카로운 비즈니스 통찰을 제공한다.

 

한기가 예로 든 태원 지구의 일화는 현대의 '가짜 혁신'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가난한 백성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값싼 목궁(木弓)이었으나, 관리는 자신의 성과를 위해 사술에 능한 자를 동원하여 값비싼 각궁(角弓)을 사도록 부추겼다. 결국 백성들은 소를 팔아 활을 사야 했고, 이는 공동체의 파멸적인 소동으로 이어졌다. 이 이야기에서 '각궁'은 오늘날 우리가 '혁신'이라 부르는 화려한 제품이나 서비스일 수 있고, '부추기는 자'는 본질보다 지표에 매몰된 마케팅일 수 있다.

 

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위험한 '유심(有心)'은 바로 시장의 수요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창업자의 가설이나 투자를 위한 지표에 시장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태도이다. 제품이 시장에 부합하는 단계인 PMF(Product-Market Fit)는 발견의 영역이지 조작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가 단기적인 투자 유치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거나 체리 피커(Cherry Picker)들을 동원해 '가짜 트래픽'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러한 행위는 잠시 동안 '우상향 그래프'라는 환상을 심어줄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독이 된다. 시장의 진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억지로 만들어낸 수요는 결국 고객의 외면을 부르고, 조직 내부에는 허위 지표에 따른 혼란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본질을 잃은 마케팅은 기만이 되고, 무리한 임기응변은 반드시 그 끝이 좋지 않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스타트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화려한 각궁'이 아니라 '시장의 결핍'에 응답하는 순리(順理)이다. 지금 우리 기업이 쫓고 있는 지표가 시장의 실제 온도와 일치하는지, 혹은 투자자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유심'의 산물은 아닌지 처절하게 자문해야 한다. 가파른 성장의 환상에 취해 본질을 놓치는 순간, 스타트업은 혹독한 '데스밸리'의 구덩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된다.

 

시장은 억지로 춤추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오직 진정성 어린 해결책만이 시장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에서 허튼 속셈을 걷어내고 순리를 따르는 것, 그것이 바로 시대를 관통하는 스타트업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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