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인 언택트 시대에 콘텐츠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홍규 (think.bc399@gmail.com)
EBS 연구위원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존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활동들이 언택트(Untact) 형태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산업과 교육 현장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와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사까지 오프라인 접촉은 사라지고 온라인을 통한 원격(遠隔) 활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격 활동은 인터넷 네트워크라는 물적 기반으로 통해서 이뤄진다고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양한 원격 활동을 돕는 매개체는 단연 인터넷 네트워크 위에서 전달되는 콘텐츠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콘텐츠가 할 수 있는 역할과 바람직한 콘텐츠 역할론을 위해 준비되고 고려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언택트라는 재난적 상황, (미디어) 콘텐츠의 역할론이란
미디어 분야에서 콘텐츠라고 하면 특정한 미디어 포맷에 담겨있는 내용의 집합을 의미한다. 이 콘텐츠라는 용어가 미디어라는 용어에 포함되어 있다가 분리되어 나온 시기는 15년 전쯤으로 보면 되는데, 그 이유는 미디어 산업이 네트워크, 플랫폼, 디바이스, 콘텐츠 등으로 영역이 세분화되기 시작하면서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하나의 거대한 방송사가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자사 채널인 플랫폼에서 방영하고 전파라는 네트워크에 태워 전송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미디어 산업이 세분화되면서는 콘텐츠만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플랫폼은 전파기반의 채널과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으로 나뉘게 되며, 유무선의 네트워크 시장도 확대되어 사업자 간 경쟁을 하고, 스마트 기기 중심의 디바이스 시장도 치열한 경쟁시장이 되어 갔다. 자연스레 미디어라는 용어는 더욱 포괄적인 용어로 변모하였고 이제 우리는 미디어라는 커다란 개념 안에서 “내용”을 논할 때 콘텐츠라는 용어로 쓴다.
따라서 언택트라는 재난적 상황에서 콘텐츠의 역할론을 말하려면, 스마트폰이든 소셜미디어든 TV든 라디오든 여기에서 어떠한 내용이 공유되고 있고 사람들이 어떠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미디어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콘텐츠, 주목하고 확산시키는 콘텐츠가 결국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떠한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콘텐츠도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 만들어진다.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에서 시선을 끌고 관심을 받은 내용이 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방식이 보편화 되는 것이다.
컨설팅 그룹인 칸타 그룹(KATAR Group)의 보고서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에 많이 언급되는 일용 소비재(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를 국가별로 살펴본 것이다.
당연히 코로나19 상황이니 화장지, 살균제, 비누가 많이 언급되지만 몇몇 나라에서는 의외의 결과들이 나타난다. 베트남에서는 정부의 낮은 가솔린 가격 정책에 의해 가솔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신경 쓰면서 관련 키워드로 비타민C와 비타민D에 대해 언급량이 늘어났다. 호주에서는 커피가 언급되었는데 갇혀있는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커피 마시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서 검역 정책을 위반한 사례 등이 언급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반찬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코로나19 초기에 주요 확산 국가로 지목되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검역이 강화된 우리나라에서, 집밥을 지겨워한 사람들이 반찬을 주문하니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코로나19에 걸맞은 반찬 레시피, 먹방, 쿡방 등을 주제로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었다.
이처럼 이제 콘텐츠는 생산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구상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언급들에서 주제가 도출되고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생산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이 더강하게 나타난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와 접촉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의 언급량이 늘어나고 그 언급량들에 맞춰 다량의 맞춤형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즉 재난적 상황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역할은 자명하다. 사람들이 더욱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시에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다. 재난과 같은 언택트 상황이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이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더 활발히 퍼진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파악되면 콘텐츠 생산자들은 이를 더욱 빠르게 간파해 생산에 열을 올린다.
거의 전 세대가 코로나19 정보 검색을 주로 하지만, 아닌 세대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콘텐츠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아주 일반적인 콘텐츠 역할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든 세대에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리서치 회사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의 자료를 인용하며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거의 전 세대는 인터넷으로 코로나19에대한 뉴스와 정보를 검색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하지만 Z세대(8세~23세)의 경우에는 이러한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색 활동보다는 음악 듣기에 열중했다. 물론 이 자료는 미국과 영국의 미디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이니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재난적 상황에서 가장 연령대가 낮은 세대가 보인 주요 미디어 이용 활동이 음악 듣기라면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다.
Z세대는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색의 비율과 음악 듣기의 비율이 4%정도로 음악 듣기가 높게 나타난다. 밀레니얼 세대(25~39세)와 X세대(40~54), 베이비 부머 세대(55~75세)는 각각 9%, 15%, 16% 차이로 코로나19 관련 정보 검색의 비율이 높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연령대가 높은 세대일수록 코로나19 관련정보 찾기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다. 재난적 언택트 상황에서 콘텐츠에 바라는 역할이 세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지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콘텐츠를 담는 미디어 기기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양상도 물론 세대별로 다르다. Z세대의 경우에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가장 많이 즐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인다.
하지만 X세대는 TV에 대한 이용이 높게 나타났고 다음이 라디오, 그다음이 온라인 동영상 순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에는 TV 이용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즐겨봤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이용비율이 높았다. 즉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린 세대는 온라인 동영상에서 그들이 원하는 동영상 콘텐츠 포맷을 발견한다. 하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상황이 아무리 재난적 상황이라고 해서 온라인 동영상 이용 비율을 높이지 않는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에 콘텐츠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언택트 시대를 맞이해서 원격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미디어에 관한 관심이 매우 커진 것이 사실이다. 직접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인간관계라는 것을 지속할 도구로 미디어를 찾고 그 안에서 계속 즐길 콘텐츠를 고른다. 미디어 관련 기업들은 앞다퉈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제공되도록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 사람들은 재난적 상황에서 재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콘텐츠를 찾는다. 사람들은 재난에 대한 정보성 콘텐츠를 찾아내 재난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콘텐츠가 재난적 상황을 조금이나마 잊어보려 시도도 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언택트와 결부된 재난적 상황에서 미디어 이용자가 바라는 콘텐츠의 역할은 이처럼 재난적 상황 극복을 위한 정보 제공의 역할, 그리고 잠시나마 재난적 상황을 잊게 해줄 수 있는 오락적 역할로 크게 나뉜다.
하지만 세대마다 콘텐츠에 바라는 역할은 다 다르다. 정보의 제공을 더 원할 수도 있고 오락적 역할을 더 원할 수도 있다. 또한, 세대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기기나 플랫폼도 다 달라서 차이를 보인다. 세대별로 콘텐츠를 고르는 의도와 내용이 다르고 이용하는 행태가 다르다는 얘기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관련 방안과 전략들이 민관에서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조건 없는 ‘원격’의 미디어 환경을 접하고 난 이후,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가치에 대해 다시 곱씹어보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디어의 역할이나 그 역할을 다할 미디어에 담길 콘텐츠에 대한 논의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바로, 세대 간 차이에 대한 고려이다.
코로나19가 원격시대를 앞당긴다고 해서 사람들 모두 다 새로운 미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언택트라는 재난적 상황이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은 “원격”에 대한 개념이지 인터넷 기반 미디어에 대한 매력이 아니다. 원격 활동은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고 방송으로도 할 수 있고 언택트된 상황이라면 종이 미디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원격 활동에 대해 전체 연령이 모두 인터넷과 모바일에 만족하며 미디어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세대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이제는 다른 세대와 상황을 고려한 콘텐츠 역할론을 고려해볼 때다.
'얄팍다식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19 변종, 6개밖에 없다 (0) | 2020.08.07 |
---|---|
일본 바이러스와의 전쟁, 항균 시장이 터졌다! (0) | 2020.07.24 |
영국 개인보호장비(PPE) 구매 가이드라인 (0) | 2020.07.16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캐나다 유망상품 및 부진산업 전망 (0) | 2020.07.15 |
코로나19로 대두된 싱가포르 식량난, 대처방안은? (0) | 2020.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