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는?
지난해 연말부터 감염 병 비상체제를 이어온 중국에서는, 슬슬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발 빠른 곳은 역시 경제분야다.
<코로나19, 8월 이후 중국 '보복적 소비' 대비하라>
-중국 유명 경제학자 우샤오보, 코로나 19 경제 종합 분석
우샤오보는 기자 출신으로, 2001년에 ‘대 패국’이란 책 때문에 크게 부각된 경제 칼럼니스트다. 경제에 관한 그의 행보는 학자보다는 투자 컨설턴트에 더 가깝다. 사실 경제학자 입장에서 중국을 전망하는 일이 순조로울 리 없다.
거시경제의 측면에서도 정부가 기업과 가계를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국 현실이 합당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를 제외한 투자 위주의 경제학 관점이 발달했는지 도 모른다.
중국 정부를 민간 부문보다 우위에 놓고 보면, 소비나 투자 심리가 어떻든 간에, 중국 경제는 그냥 정부 시책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
민심이 흉흉하니 이왕 이런 김에 더 꽉 죄어 올지도 모른다. 준계획경제처럼.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런 지적은 있었다. 반대로 민심 완화책을 쓸 수도 있다. 이건 오로지 코로나19가 얼마나 완화되느냐 에 달렸다. 함부로 완화책을 썼다간 이 바이러스를 더욱 퍼지게 만들 수도 있다. ‘2백만 명이 죽어도 중국 인구 통계에는 변화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당국이 긴장하는 건 코로나19가 더 퍼졌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조차도 통계상으론 문제가 크질 않다. 그래서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우샤오보는 서방의 중국 경제 붕괴 론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 경제의 잠재역량으로 볼 수 없다. 정부 주도의 땜빵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예상하는 전통적 소매 서비스와 제조업, 민영 중소기업의 타격은 바이러스가 대륙을 덮치기 이전부터 중국 금융의 부실로 인해 지적됐던 사실이다. 새삼스럽지 않다. 회복기가 반드시 올 거라는 전망은 우샤오보의 주관적인 낙관으로 봐야 한다.
그조차도 ‘기업의 자구 대책’을 말할 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금융의 부실화는 이미 알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투자가 아닌 생존 차원의 기업 대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니 6개월 정도의 생존 자금을 마련하라는 것은 타당한 지적이고, 집 세든 기업 대출이든 어려워질 테니 은행이 아니라 ‘정부에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샤오보도 모르는 게 아니다. 단지 이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면 정부 비판 내지는 비관론으로 흐를까 봐, 앞에서 회복기 낙관을 선수 쳐 놓은 듯하다.
우샤오보의 지적에서 ‘마이크로 혁신 계획’이라고 해놓은 게 아마 가장 확실시되는 변화일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상품 채널과 소비자의 연결이다. 개별 상거래에서 중국은 이미 위챗, 알리페이 등의 디지털 화폐 기능이 보급되었다.
단지 그걸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기업들도 현금 흐름이 경직되고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 마켓에 힘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의 요구, 판매 방식, 투자 위축 등의 모든 상황에서 온라인 마켓은 더없이 맞아떨어진다. 그렇기에 ‘마이크로 한’ 판매 계획, AS 및 배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더욱 빠르게 진전되리라 본다.
타오바오나 징청 등 온라인 마켓이 우리보다 더 깔끔하게 발전할 수도 있다.
출처 - <샤오미>
IMF 이후 VS 코로나 이후
정작 강연의 핵심인 ‘보복적 소비’에 대해선 많은 언급이 없다. 너무 거시적인 번동에만 초점을 맞춰서 인지 민간의 소비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세심하게 전망하지 못했다. 이건 IMF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잘 안다.
경제 위기든 전염병이든, 사람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한 이후에 보복적 소비가 생길 수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긴 그 보복적 양상은 ‘과시적 소비’였다. 요컨대 IMF로 인해 망가지지 않았다는, 자신의 경제 상황을 과시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양상이 생긴 것이다. 명품, 자동차, 하다못해 노스페이스 파카까지 과시적 양상은 세분화되었다.
이전의 브랜드 소비가 유행에 동참하는 면이 강했다면, 이후에는 계층적 차별을 위해 이루어졌다는 차이가 있다. 이 과시적 소비가 유효했던 것은, IMF로 인해 그런 소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위 중산층의 붕괴가 일어난 후, 우리나라 상품 시장은 비싼 고가품과 생존을 위한 저가품으로 양극화 되었다. 이 현상이 그나마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다.
따라서 중국 경제도 이와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생존에 위협이 되었다면, 이후 중국인들의 과시적 소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손가락질을 받는 것처럼, 아직 사회 분위기가 심각한데 자동차나 명품으로 해괴한 자랑 질을 해대는 인간들이 곧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터전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양상이 나올 것이다. 빈부격차의 극단화, 중산층의 붕괴가 더 노골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로 인해 고가품 시장은 오히려 활황을 맞을 가능성이 많다. 우샤오보가 예측한 '보복적 소비'는 여기에서 일어날 것이다. 해외여행, 외산 차, 외산 브랜드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져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소비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저가품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이런 시장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 양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지, 차별적 열등감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는 미지수다.
우리 경우엔 묻지 마 범죄가 이때부터 확산된 느낌이었는데, 중국이 그 전철을 밟지는 않길 바란다.
고립된 적벽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이 빈부격차가 지리적 요인으로도 심화될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영토가 큰 나라에서는 개인이 거주하는 지리적 위치가 곧 개인의 정체성을 대체하는 성향이 강하다.
가령 미국 서부에서라면 한국인보다 텍사스 출신을 훨씬 촌놈으로 볼 수 있다. 상하이 사람이란 곧 교활한 수전노임을 뜻한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후베이 사람, 우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지금 대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천지 다니냐는 소리를 우스개로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스개가 오래되면 고정관념이 된다. 다행히 한국은 사회 변동이 빨라 이런 인식이 자리 잡을 여유가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에서 한번 자리 잡은 인식이 바뀌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후베이나 우한에 전격적으로 투자할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될 것인가?
적벽대전으로 유명한 우한 지역을 당신이 관광할 가능성은? 개개인의 인식과 사소한 움찔거림이 뭉쳐, 후베이의 경제적 복구가 늦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활성화가 타 지역에 우선 시행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로 인해 발생할 지리적 빈부격차의 발생은 중국 정치에는 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 같다. 최소한 우한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홍콩 편을 들 가능성은 훨씬 커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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