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방·신남방시장, 진출 초석은 ‘길’과 ‘사람’
남북철도연결로 TCR·TSR과 이어지는 물류
아세안, ‘3P’로 장기적 호혜 관계 추구한다
“아직 상대국과 국민에 인지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국물류학회가 3월 29일 개최한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및 남북한 철도연결 산학관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해 나온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현황과 한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신남방정책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시하는 ‘사람 중심’ 가치와 ‘호혜성’이 강조됐으며, 신북방정책에서는 ‘대북 철도협력’이 강조됐다.
문재인 정부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주요 외교통상정책인 신북방·신남방정책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북방 협력은 긴장 지속과 더불어 새로운 대화의 장이 열리고 있다. 신남방 협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북방·신남방정책에도 좀 더 구체화된 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북방길, 관건은 북한과의 철도연결 =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많은 경협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세간의 주목을 끄는 것이 한반도종단열차를 시베리아횡단철도 및 중국횡단철도와 연결하는 신북방물류다. 그 배경에는 북한을 넘어 중국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나아가서는 북극항로와 유럽 시장까지를 잇는 물류망이 수출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신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정경회 팀장은 신북방 물류 활성화 정책 방향에 대해 “대한민국은 섬이 아닌 섬”이라며 “물류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북한과의 철도연결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이어지는 물류 루트가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 북극항로와의 접근성 확대로 북극항 개발과 해운·조선 수주에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TSR에 대해 “비용 불안정, 환적, 통관 등의 문제가 있다”며 국토부와 같이 협의회를 구성해서 해소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토론회에 참여한 평택대 백종실 교수는 신북방 물류망 구축에 있어서 “남북철도 연결과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며 “우리 기업의 통관, 운임 과정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간 협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을 경유하는 사업의 리스크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며, 리스크 완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TSR, TCR이 거리는 단축되지만 여러 가지 통관문제라든지 검역문제라든지 시간단축이나 비용문제는 좀 더 심도있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아무리 육상물류를 구축한다 해도 해상물류가 더 싸면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가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문대섭 본부장은 “물동량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한반도 내에서 준비할 것도 굉장히 많은데, 기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기관마다, 기업마다 의견이 다른데 이런 걸 통일해야 한다”며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으로 신북방 물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어떤 루트를 선호하는지 잘 파악해서 기업들이 원하는 대안,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면 좋겠다”며 업계와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남방길, 사람과 문화로 닦아야 오래 간다 = 북한과의 철도연결이 핵심적이기에 정치적 변수가 요주의사항인 신북방정책과 달리 “신남방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직접적으롣 연결돼있지 않아 현재로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정책”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신남방통상과의 배성준 과장의 평가다.
그는 신남방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신남방정책이라는 게 경제적인 것만 보는 건 아니”라며 3P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3P란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iece)를 일컫는다. 단순히 신남방시장을 개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혜적인 인적·문화적 교류를 지속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경제교류의 경우 아세안과는 신남방정책 시작 전부터 이미 상당한 수준의 궤도에 올라 있었다. 인프라 건설의 경우 작년에는 신남방지역 수주비중이 중동을 넘어 최대시장이 되기도 했다. 아세안 역내에서 도로교통 확대가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배 과장은“말레이시아 대통령 순방을 수행했는데 한류 정말 인기가 좋더라”며 아이돌 그룹 엔시티에 대해 “동남아쪽 진출을 노리고 만든 유닛이라고 해서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한류의 영향력을 평했다.
영남대 무역학과 여택동 교수는 신남방정책에 대해 “상품교역 중심에서 투자, 기술, 인적 및 문화예술 교류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신남방정책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국제교류기금의 아세안 및 인도 비중, 한-아세안 협력기금, 한-메콩기금 등을 2~3배로 확대하고 신남방지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한-아세안 인프라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아세안과 인도에 물량 공세를 해 주기보다는 정부와 기업, 민간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이고, 민간에서 교육, 문화예술 등의 교류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예산 지원이나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 협력도 중요하지만, 태국 등은 최근 4차산업 관련 발전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KOTRA 신남방팀의 복덕규 차장은 “대규모 차관이나 ODA자금을 앞세운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민간부문의 기업진출이 신남방지역 진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8년 한 해 동안 아세안으로 진출한 기업 수만 1291개사에 달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491개사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숙기의 한류가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지속할 수 있을지와 콘텐츠 한류를 다시 경제한류나 산업한류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연결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신남방정책의 특징은 호혜, 상생, 협력”이라며 “저쪽에서 신남방정책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을 가지고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도성장 비결 공유 등에 대한 비전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일본이 태국의 자동차산업을 일으켜 준 은인이 되고, 베트남에서 한국의 삼성이 가전산업과 휴대폰 산업을 일으켜가면서 현지 정부의 호응을 받는 모델들을 정부간 협력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진정한 상생협력의 대표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기술협력에 대한 중요성도 짚었다. 기술 선진국인 인도, 싱가포르는 이미 연구개발에서 공동작업이 진행 중이며, 한편으로는 아세안 표준을 정하는 역할을 하는 말레이시아와의 기술협력도 기술표준 선점을 위해서는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남방 시장 진출의 경우 지나친 베트남 집중과 상대적으로 대인도 진출이 부족한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KIEP 정재완 박사는 2010년대 중반부터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추월했다며 특히 “베트남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또 대베트남 투자의 60%가 제조업에 대한 투자라고도 언급했다.
실제로 아세안 역내 관세동맹이 발효되며 베트남에 대한 생산 집중화 현상이 가속하는 추세다. 베트남은 제조업 발달은 물론 통상환경도 다른 아세안 지역에 비해 장점이 많다.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무역협정 CPTTP는 베트남에서 1월 14일 발효됐다. 또 베트남은 EU와의 FTA가 연내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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