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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sh로 보는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AI독립군 2017. 1. 23. 12:34

Slush로 보는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유럽 국가의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 현황을 중심으로

 


빅뱅엔젤스 대표 투자자 황병선(michael@bigbangangels.com)

 

- 목 차 -

1. 대학생에 의한 컨퍼런스, Slush

2. 다양한 주제의 사이드 이벤트

3. 에스토니아 그리고 유럽 스타트업

4.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시사점

 

 

2016 11 31, 12 1일 양일에 걸쳐 핀란드 헬싱키에서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쉬(Slush)가 진행되었다. 올해 행사는 120개 국가에서 17,500명의 참가자와 2,300개의 스타트업 1,100명의 투자자가참가하였다.

중요한 점은 12월의 혹한과 백야의 나라인 핀란드에서 진행되는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또는 일반적인 기술 컨퍼런스가 관광지이거나 날씨가 좋은 계절에 열리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슬러쉬 행사는 12월에 북유럽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것은 유럽의 경제 상황과 각 국가별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대한 경쟁 환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 관점에서 미국에 비해서 뒤쳐졌던 유럽에서, 그것도 스타트업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핀란드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행사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는 것은 지역 생태계 관점에서는 연구할  만한 주제일 것이다. 

본 고에서는 행사에 참가했던 핀란드, 에스토이아 등 일부 국가의 스타트업 지원과 지역 생태계 현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학생에 의한 컨퍼런스, Slush

 

1) 17,500명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컨퍼런스, 슬러쉬

 

슬러쉬(Slush)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매년 12월에 열리는 스타트업 전문 컨퍼런스로 2008년에 시작되었다. 2016년 올해 행사에는 17,500명의 참관객, 2,300개의 스타트업, 1,100명의 투자자, 600명의 기자가 120개 국가에서 참가했다.

 


 

필자는 12월 초 북유렵 추위의 헬싱키에서 진행되는 스타트업 행사가 이렇게 성공리에 개최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토 대학교 관계자에 의하면 이런 배경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노키아의 몰락과 그곳에서 나온 창업자에 의해서가 아닌, 핀란드 스타트업인 로비오  창업자와 Aaltoes와 스타트업 사우나 그리고 알토 대학교가 있다는 점이다.

 


 

2) 대학생이 만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컨퍼런스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는 비영리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13번의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94개의 스타트업 육성과 4,500개 이상의 앱 출시, 1억 달러의 투자 유치라는 훌륭한 성과를 만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다. 

스타트업 사우나의 탄생도 알토 대학교의 학생이 Aaltoes라는 비영리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미국의 스타트업 창업 문화에 자극 받은 알토 대학 학생들이 비영리 단체를 만들고 자발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며 Rovio 창업자 등과 교류를 시작하였고, 대학교는 공간과 예산을 제공했다. 전통에 따라서 올해의 슬러쉬 행사 또한 대학생 20여명의 직원과 2,000여명의 자원 대학생으로 운영되었다.

 

2. 다양한 주제의 사이드 이벤트

 

1) 다양한 커뮤니티가 만드는 수많은 사이드 이벤트

 

스타트업 생태계 관점에서 행사에 주목할만한 이유는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2처럼 메인 행사 이전에 전세계에서 모인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이 모여서 별도의 세션을 가졌다.

 


 

또한 도시 곳곳에서 전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이 개최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그림 3은 영국의 런던벤처파트너스에서 개최했던 게임 관련 투자자와 스타트업 전문 이벤트 현장의 모습이다.

 


 

사이드 이벤트는 공식 행사 이틀 전부터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국가의 사람이 각자의 주제에 맞게 별도로 진행된다. 본 행사에 참여하는 17,500명의 참가자들이 수십개의 별도의 사이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주간동안 헬싱키는 단기간의 지역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3. 에스토니아 그리고 유럽 스타트업

 

1) 디지털 국가와 스타트업 유입에 적극적인 에스토니아

 

행사에서 유럽의 다양한 스타트업 진흥기관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은 국가는 에스토니아이다. 그림4는 에스토니아에서 발급한다는 전자 시민증 카드와 행사장 현장의 사진이다.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30만 명인 작은 나라이지만 디지털 관점에서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사진과 같은 스마트카드와 리더기를 보급했다. 이것으로 전세계 어디서나 정부 서비스의 접근이 가능하다. 정부 문서에 전자 서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스토니아납세자의 95%가 온라인으로 소득신고를 하고, 4명 중 1명이 온라인으로 투표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주민(e-Reside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에스토니아에 거주하지 않아도 인터넷 시민증을 발급받으면 투표 권한은 없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통장을 개설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법적 구속력을 지닌 문서에 전자 서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국민이라는 개념 자체를 확대한 것이다.  

이것이 스타트업에 주는 의미는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면 EU 전역에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EU 법이 개정되어서 2~3년이 걸리겠지만, 이후에는 에스토니아에 가상 오피스를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전역에 직원 채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약 1만명이 인터넷 주민증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15 5월을 기준으로 631개의 법인이 설립되었다. 에스토니아의 이런 변화는 전세계 IT 강국임을 자랑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 다양한 유럽 스타트업과 지역간의 경쟁

 

행사장에는 200여 개의 부스에서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참여한 다양한 주제의 스타트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략 살펴본 국가 부스는 러시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며 EU 정부기관, 주요 유럽 은행 및 주요 유럽 대기업 또한 부스를 통해서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육성 중인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주로 미국 스타트업 뉴스만 접한 필자에게 유럽 국가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존에 알고 있었던 전통적인 유럽 스타트업의 중심 지역인 런던, 파리 및 베를린 이외에도 북유럽 및 동유럽의 다양한 지역의 스타트업이 많았으며 이들의 수준이 우리와 비교했을 때도 훌륭한 수준이었다.

 


 

4.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시사점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최근 5년 동안 빠르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까지 자발적인 선순환이 시작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자와 창업자 그리고 소비자라는 핵심 참여자가 혁신과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와 이익을 만들어 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한 능력과 열정을 가진 창업자가 보다 많이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는 성공한 창업자가 초기 투자자로서 높은 위험도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언론과 정책 입안자 일부에서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본 고의 내용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대한 경쟁이 진행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전세계 경제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서 시장에서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낮은 취업율과 기업 혁신에 대한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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