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중국 철도의 관문 얼렌하오터와 자민우드
중·러·몽골 ‘대륙의 길’ 3각 협력
얼렌하오터시는 황무지 위에 코발트색 하늘과 강한 햇빛이 빛나는 인구 6만명의 작은 도시다. 진입로 주변은 풍력발전기들과 실물 크기의 공룡 수백마리가 설치돼 있어 외계에 온 듯하다. 시내로 들어서려면 거대한 초식공룡 울트라사우르스 모형 2마리가 만든 아치를 지나야 한다. 공룡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공룡화석이 발굴된 고비사막이 멀지 않고 그 길에 접어들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고비사막은 전세계 고생물학자들로부터 가장 탐사하고 싶은 ‘공룡 화석탐사의 보고’다. 1923년 미국 자연사박물관팀이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백악기 시대 공룡알 둥지를 발견하면서 공룡 연구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울란바토르의 자연사박물관은 고비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타보사우루스(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속의 육식공룡으로 높이 15m, 무게 4~5t 정도)의 거대한 공룡뼈가 실물 전시돼 있는 등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유명한 공룡 박물관이 됐다.
중국 내몽골자치주 최북단에 위치한 얼렌하우터는 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발달해 있다. 얼렌하오터역은 몽골행 화물을 통관시키고 광궤로 환적하는 시설을 갖춘 국경역이다. 물류역 플랫폼과 야적장은 여객용 역 건물의 오른쪽 500m 지점에서 역사 뒤편으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자동화된 환적시설을 갖췄다.
지난 7월 3일 오후 찾은 얼렌하오터 물류역은 몽골의 자민우드역에서 온 철광석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환적 플랫폼은 모두 6개로, 플랫폼마다 광궤와 표준궤가 나란히 쌍을 이루며 부설돼 있고 그 위로 대형 갠트리 크레인이 4세트씩 설치돼 있었다. 이 크레인들은 선로를 따라 이동하며 벌크화물과 컨테이너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하차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잠깐 사이에 철광석을 담은 톤백(1톤씩 담는 큰 망태기)들이 플랫폼에 빼곡히 쌓였다. 두번째 플랫폼의 표준궤 선로에는 빈 컨테이너를 실은 화차들이 입환작업을 마치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화차 50량이 모이면 기관차를 붙여 몽골종단철도의 기점인 텐진항으로 운송한다.
6번째 선로로 러시아산 목재를 실은 열차가 들어왔다. 크레인들이 움직여 선로 옆 야적장에 목재를 부렸다. 목재 야적장 뒤쪽으로는 몽골에서 수입한 석탄 저탄장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역 관계자는 “저탄장은 석탄의 품질 별로 나뉘어져 있으며, 가장 품질이 우수한 석탄은 높은 기온에 자연 발화하기도 해 한여름에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몽골에서 중국으로 회송된 빈 컨테이너는 몽골의 심각한 무역역조 수준을 보여 준다. 몽골종단철도를 통과하는 대륙물류도 확인할 수 없었다.
류하이풔(劉海波) 륭다국제포워딩유한공사 사장은 “이곳을 통과하는 화물은 거의가 몽골 내수용이며 하루, 이틀이면 통관·환적을 한다. 몽골은 생필품, 건설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광물과 석탄 등 에너지 자원, 양털 등 벌크화물을 수출해 컨테이너가 몽골로 들어갈 때는 차있지만 중국으로 회송될 때는 비어서 온다”고 설명했다.
“몽골종단철도로 러시아나 유럽에 화물을 운송하려면 모두 얼렌하우터를 거쳐야 하는데 대륙물류는 아주 드물고 물량도 소규모라서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얼렌하오터의 환적시설이면 대륙물류가 늘어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류 사장은 대륙물류가 밀려들어 수익이 늘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몽골의 생명선, 자민우드역
얼렌하오터의 중국 출경사무소를 나와 마당 건너 몽골 출입국사무소로 들어갔다. 입국신고는 여권을 제출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났다. 출입국사무소 옆으로 입국 검사를 받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모두 낡은 지프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들이다. 수화물을 검사하는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중국에서 좋은 차를 가져와 세금 안내고 파는 것을 방지하려고 낡은 차만 입국시킨다”고 했다. 승용차가 없는 이유를 아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몽골의 관문인 자민우드는 인구 1만5천명의 작은 도시다. 자민우드라는 몽골말 자체가 ‘길의 관문’이라는 뜻이다. 도로는 신작로였다. 사방이 평평하니 차가 가면 어디나 길이 됐다.
자민우드는 몽골의 생명선이다. 몽골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이고, 중국과 이어진 유일한 철도가 자민우드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4일 낮 자민우드역 주변에는 화물차 터미널이 곳곳에 있고, 대형트럭 수백여대가 물류역 플랫폼에서 대기했다. 철도가 남북을 횡단하는 철도와 동북노선 뿐이니 트럭운송이 불가피한데 따른 것이다. 갠트리 크레인이 쉬지 않고 상·하차 작업을 했지만 긴 줄을 이룬 트럭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류역의 화차 대수도 얼렌하오터보다 많았다. 통관·환적시설이 노후되고, 철도도 단선이니 운송 효율성이 떨어 질 수 밖에 없다. 울란바토르철도공사의 상징인 말 두마리 그림이 선명한 기관차가 화차 행렬을 달고 북쪽 울란바토르 방면으로 출발했다. 속도는 매우 느렸다.
자민우드역에서 만난 국경물류운송대행 업체 사장 가나씨는 “열차가 도착해도 소화물을 수령하려면 몇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운송시스템이 현대화 되어야 하는데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사는 것은 고사하고 새 역사 건설공사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다 중단됐다. 자민우드에는 러시아 화차도 배치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몽골은 2011년 통관업무 간소화, 철도시설 현대화 등을 목표로 하는 철도운송현대화계획을 실행했다. 자민우드역 신축 공사도 이 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주요 수입원인 국제광물가격이 폭락하면서 국가 경제가 악화돼 국가 프로젝트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몽골 국제물류운송업체 파스코의 바야르사이칸 관리이사는 “몽골이 안정적으로 경제 성장을 하려면 부존자원과 몽골종단철도를 활용해 세계시장에 자원을 수출하고, 대륙물류를 유치해 운송 수익을 얻는 것이다. 중국은 길을 막고, 러시아 항구는 멀어 운임이 비싸지만 바다로 나가는 길은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얼렌하오터 자민우드/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얄팍다식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0) | 2015.01.08 |
---|---|
자원투자 실패의 역설 (0) | 2014.12.08 |
중국 ‘석탄 정책’ 에 한국 수입길 막힌 몽골 석탄 (0) | 2014.11.25 |
중국, 금융시장 개방 확대 (0) | 2014.11.24 |
중국 ‘석탄 정책’ 에 한국 수입길 막힌 몽골 석탄 (0) | 2014.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