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내재 탄소의 이해와 저감 전략
-'내재탄소'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5가지 놀라운 사실-

우리는 흔히 건물의 탄소 발자국을 생각할 때 냉난방, 조명처럼 건물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떠올린다. 물론 이는 기후 변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건물이 완공되어 첫 번째 문을 열기 전, 이미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내재탄소(Embodied Carbon)'이다. 내재탄소는 자재의 채굴, 가공, 운송, 건설 과정 등 건물의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내재탄소는 세 단계로 나뉜다. 자재 생산과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선행 내재탄소', 유지보수 및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 중 내재탄소', 그리고 건물의 해체 및 폐기 시 발생하는 '수명 종료 내재탄소'가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 생애 탄소(whole-life carbon)' 관점은 이제 건물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쉽게 무시되었던 이 숨겨진 탄소는 이제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내재탄소에 대한 다섯 가지 놀라운 사실을 통해 왜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내재탄소에 대한 5가지 핵심 사실
1. 가장 큰 탄소 배출은 '첫날' 이전에 일어난다
건물의 탄소 배출 중 상당 부분은 우리가 건물을 사용하기도 전에 이미 발생한다. 이를 '선행 내재탄소(Upfront embodied carb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자재 생산과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충격적이게도, 신축 건물의 선행 내재탄소는 현재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50년이 되면 이 수치가 신축 건물의 전체 탄소 발자국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운영 탄소와 달리 이 배출은 즉각적으로 발생하여 지구의 탄소 예산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문제의 시급성이 매우 크다. 이는 우리가 건물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완공 후의 에너지 절약만큼이나 '첫날'의 탄소 부채를 중요하게 다뤄야 함을 시사한다.
2.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이 '기후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이 곧 기후에 좋은 건물이라는 생각에는 중대한 역설이 존재한다. 건물의 운영 효율이 높아져 운영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수록, 건물의 전체 탄소 발자국에서 내재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예를 들어, 모든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공급받는 초고효율 건물의 경우, 그 건물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전적으로 내재탄소에서 비롯된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건축 분야의 기후 담론이 LEED 인증과 같은 운영 효율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재에 숨겨진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간과하는 구조적 맹점을 만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한 기후 친화적 건물을 위해서는 운영 효율과 내재탄소 모두를 고려해야만 한다.
3. 건물의 '뼈대'가 탄소 발자국을 결정한다
건물의 내재탄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구조 설계와 자재 선택이다. 특히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콘크리트와 철강은 내재탄소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목재 구조 시스템은 유사한 조건의 철강 시스템보다 내재탄소를 3배나 적게 배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시공 편의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구조 요소를 과대하게 설계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이는 건설 과정의 편의를 위해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고착시키는 비합리적인 선택이며, 의도치 않게 탄소 배출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4.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미 우리 손에 있다
내재탄소 문제는 거대해 보이지만, 우리는 이미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결책들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 스마트한 자재 선택: 목재, 대마, 짚, 대나무와 같이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저탄소 자재나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 첨단 기술의 활용: 3D 모델링이나 프리패브(prefabrication) 공법과 같은 기술은 자재 낭비를 최소화하고 시공의 정밀도를 높여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 지속가능한 설계: 처음부터 건물을 모듈식으로 설계하거나, 내구성을 높이고, 해체가 용이하도록 만들면 건물의 수명이 길어지고 자재의 재사용이 촉진된다. 이는 건물의 전 생애에 걸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5. 이제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
내재탄소 규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과 같은 유럽 국가들과 런던, 밴쿠버 같은 주요 도시들은 이미 신축 건물에 대한 구속력 있는 탄소 배출 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전 생애주기평가(LCA)를 건축 허가 과정에서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제 건물의 성능을 평가할 때 운영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자재 생산부터 철거까지의 '전 생애 탄소(whole-life carbon)'가 핵심적인 지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더 나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변화
내재탄소는 단순히 건축 전문가들만의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기후 이야기의 매우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철강, 유리에 이미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좋은 건물'에 대한 우리의 정의를 바꿔야 할 때이다. 단순히 운영 과정에서 효율적인 건물을 넘어, 원료 채취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책임 있는 건물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가나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이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 우리가 짓고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자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건물이 사라진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건물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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