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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의 함정과 '라스트 마일'의 기회:

AI독립군 2025. 12. 12. 09:21

시뮬레이션의 함정과 '라스트 마일'의 기회:

-수소 트럭이 스타트업에 던지는 질문-

 

혁신은 언제나 가장 보수적인 곳에서 가장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디젤 엔진의 굉음과 검은 연기로 대변되던 광업 현장이 이제 '조용한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Mining, Metallurgy & Exploration』에 게재된 연구는 광산용 초대형 트럭에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하는 타당성을 분석하며, 탈탄소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 기술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조명했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운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수소 트럭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니다. 기술적 구현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간극, 바로 그 지점에 비즈니스의 본질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1. '된다'는 것과 '팔린다'는 것의 차이: 시뮬레이션의 유혹

 

연구진은 코마츠(Komatsu) 830E-5 트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MATLAB/Simulink 모델링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이 기존 디젤 트럭과 유사한 주행 사이클을 소화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성능 면에서는 디젤을 대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범하는 오류가 등장한다. "시뮬레이션에서 작동했으니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현실의 벽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수소 저장 탱크의 부피와 압력 문제로 인해 트럭의 적재 용량이 줄어들거나 운전자 공간이 협소해질 수 있다는 하드웨어적 제약이 존재한다. 기술적으로는 굴러가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생산성(Payload)'을 해친다면 고객은 외면한다. 창업자에게 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기술적 완성도보다 고객의 이익(Profitability) 보존이 우선이다.

 

2. 생태계가 없는 혁신은 고립된다: 인프라의 역설

 

이 연구가 던지는 더 큰 화두는 '비용' '인프라'. 수소는 천연가스 추출 방식보다 2~3배 더 비싸며, 대부분의 광산은 파이프라인이 없는 오지에 위치해 수소 운송 자체가 난제다. 게다가 폭발물이 산재한 광산 현장에서 고압 수소의 가연성은 치명적인 안전 리스크가 된다.

 

이는 스타트업에게 '제품(Product)'이 아닌 '생태계(Ecosystem)'를 보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아무리 뛰어난 수소 트럭을 개발해도, 저렴한 수소 공급망과 안전한 충전 프로토콜이 없다면 그 트럭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현재 연구의 한계로 지적된 '실제 데이터의 부재' '극단적 환경(지형, 온도) 테스트 부족'은 역설적으로 스타트업에게 기회의 땅이다. 트럭 자체를 만드는 레드오션보다는, 오지에서의 수소 조달 솔루션, 극한 환경용 안전 센서, 혹은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오차를 줄이는 데이터 분석 툴이 더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3. 미래를 선점하는 자가 갖춰야 할 자세

 

보고서는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 당장 전면적인 도입 준비가 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한 명확한 방향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광업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과 안전 프로토콜 수립이라는 대대적인 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스타트업의 기회는 거대 기업이 겪는 이 '전환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있다. ESG 경영 압박을 받는 기업들에게 수소 트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술의 불확실성(내구성, 비용 등)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 제공자야말로 이 거대한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다. 혁신은 실험실의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먼지 날리는 광산의 거친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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