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식탁을 지배할 3가지 반전:
-민텔(Mintel)이 예측한 2026년 푸드 트렌드-
불안의 시대, 우리는 왜 먹는가?
지난 5년간 우리는 팬데믹, 공급망 붕괴, 기후 변화, 지정학적 갈등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기를 겪어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다중 위기(polycrisis)'라 부른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불안의 시대는 우리의 식사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러한 거대한 불안은 우리의 장바구니와 식탁 위에서 가장 사적이고 미세한 선택들로 발현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을 넘어, 음식을 통해 안정과 의미, 그리고 성장을 찾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 민텔(Mintel)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식음료 예측' 보고서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들이 생존을 넘어 '인내하며 성장하는(persevering)' 방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깊은 심리적 변화를 포착했다.
이 글에서는 민텔이 제시한 트렌드 중 가장 놀랍고 핵심적인 3가지 반전을 통해, 미래 우리의 식탁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변방(?) 컨설턴트로서 심도 있게 분석한다.
1. '많이'보다 '다채롭게': 당신의 식단에도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
과거 소비자들은 단백질이나 식이섬유 같은 특정 영양소를 극대화하는 '맥싱(maxxing)' 전략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 그 초점은 '많이'에서 '다채롭게'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CPG 브랜드에게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즉, 다양한 식재료가 지닌 고유의 기능적 이점을 포괄적으로 섭취하는 '다양성'이 새로운 건강의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미국 소비자의 71%는 점심 식사를 선택할 때 '다양성'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 현상은 사회적 가치인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이 식단(Diet)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흥미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미래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여 마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섞듯 매주 식단을 다채롭게 구성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AI는 "이것을 좋아한다면 저것도 좋아할 것"이라는 추천을 통해 렌틸콩, 해조류, 토착 곡물 등 새로운 식재료의 시도를 장려할 것이다. 분석가들은 여기서 흥미로운 글로벌 교차 현상을 지적한다. 단백질 수요의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동안, 식이섬유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에서 서구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진출 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셔플'을 누르는 것처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AI를 사용해 주간 식단을 '셔플'하여 다양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조합으로 즐거움을 얻을 것입니다."
- 제니 제글러(Jenny Zegler), 민텔 식음료 부문 디렉터
2.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신뢰'로의 복귀: 전통이 가장 강력한 혁신이 되다
'레트로 회춘(Retro Rejuvenation)' 트렌드는 단순한 복고풍 유행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과거의 검증된 방식과 전통적 지혜로부터 심리적 안정과 '기능적 신뢰'를 찾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위안을 넘어, 실질적인 '생존 탄력성(resilience)'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 소비자의 35%가 일상과 재난 상황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비축하고 싶어 한다는 데이터는 이러한 심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발효 식품, 계절 식재료, 자연 보존 기법과 같은 전통 방식은 지속가능성과 장 건강 개선이라는 현대적 가치와 결합하며 새롭게 재평가받고 있다. 이는 '업사이클'과 같은 기존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자원 활용의 지혜(resourceful)' 라는, 더욱 신뢰 기반의 언어로 재구성할 절호의 기회다. 또한, 공급망 불안은 지역 토착 재료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북미 유일의 천연 카페인 식물인 '야우폰(yaupon)' 차의 수요가 관세와 공급망 이슈로 인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자를 넘어 '문화적 수호자(Cultural Custodian)' 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2026년의 소비자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는 특정 연도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변덕스럽고 인공지능이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과거의 삶이 더 단순했다는 이상적인 관점 속에서 안식처를 찾고 있습니다."
- 제니 제글러(Jenny Zegler), 민텔 식음료 부문 디렉터
3. '맛'을 넘어 '경험'으로: 의도적으로 설계된 감각이 마음을 사로잡다
식품의 다감각적 혁신이 '더티 소다'나 '두바이 초콜릿' 같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실용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방향으로 성숙하고 있다. 이는 고령층,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GLP-1 약물 사용자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소비자들의 특수한 감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포용적 혁신'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사례는 GLP-1(체중 감량 주사) 사용자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들은 영양 밀도가 높은 스낵을 찾지만, 식욕 감소와 함께 감각적 즐거움마저 줄어들어 '오젬픽 성격(Ozempic personality)'이라 불리는 기분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적은 양을 먹더라도 최대한의 만족감을 원한다.
호주의 Black Swan Data 분석에 따르면, 이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에서 "바삭한 식감(crunchy, +57% 증가)", "끈적한 질감(gooey, +37% 증가)", "탐닉적 경험(indulgent, +33% 증가)"에 대한 대화가 급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트렌드는 기업들에게 '적은 칼로리로 더 큰 감각적 만족'을 제공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 전환을 돕는 '푸드 테라피'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와 '그리팅'이 협업하여 개발한 부드러운 식감의 '소프트 단백질 함박 스테이크'는 저작 기능이 약한 고령층을 정밀하게 겨냥한 성공적인 제품이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의 43%가 기분 전환을 위해 스낵을 구매한다는 데이터는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감각적, 감정적 효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당신의 식탁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오늘 살펴본 세 가지 트렌드—'다양성', '전통의 신뢰', '의도된 감각'—는 모두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깊은 내면적 욕구와 맞닿아 있다. 결국 이 모든 변화는 변덕스러운 세상 속에서 통제권, 회복탄력성, 그리고 의미를 되찾으려는 소비자의 통일된 여정을 가리킨다.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제품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돕는 '인내의 동반자(partner in perseverance)'가 되어야 한다.
미래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는 기술과 마케팅을 넘어 소비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과학적 혁신과 문화적 통찰을 결합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여러분의 식탁은 안정과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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