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규모 시대의 제조업, ‘플랫폼 비즈니스’로 도약한다
LG경제연구원 - 황혜정
이 시대 경제와 비즈니스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플랫 폼 비즈니스 기업이다. 10년 전만 해도 에너지와 은행·금융 분야의 전통 거대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던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변화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기업의 대다수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차지하고 있다.
산업경제시대에는 규모의 경제가 사업을 발전시키는 성장 엔진이었다. 기술적 부흥으로 대량 생산, 매스 마케팅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통 기업들은 규모 확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인해 탈규모의 경제로 성장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규모 대신 생산과 소비 시장 참여자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치창출의 동력이 되고 있다. 고객가치창출 원천이 규모의 경제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성공하면서 플랫폼 형성과 유지 능력이 새로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요타, 존디어, GE 등 제조 기업들은 지속적 성장기반 확보의 기회 탐색을 위해 플랫폼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유는 제품의 일상재화(commoditization)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스마트, 커넥티드 요소가 제품의 핵심 부분이 되어가면서 더 이상 물리적 개선만으로 가치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제조업의 위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플랫폼을 접목하려면 먼저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제조업에서 훌륭한 플랫폼은 훌륭한 제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후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과 다우존스 벤처소스가 매월 공동으로 발표하는 ‘The Billion Dollar Startup Club’ 상위 10개 중 7개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다. 이들의 가치평가(valuation)합은 약 2천4백억 달러로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유사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가 총액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대다수도 플랫폼 기업이다(차트 1). 10년 전만 해도 엑손모빌, 페트로브라스, 중국공상은행 등 에너지와 은행·금융 분야의 전통 거대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던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변화다. 이 시대의 경제와 비즈니스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순수하게 파이프라인1) 형태를 고수해온 전통 기업들의 시장에 플랫폼 기업이 진입하면 플랫폼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에어비앤비의 시장가치는 매리어트 호텔을 넘어섰고, 우버는 BMW 직원 수의 10 분의 1수준으로 BMW의 가치를 추월했다. 애플 역시 훌륭한 제품이 큰 몫을 했지만 앱스토어를 도입한 후 노키아, 블랙베리를 크게 앞섰다(차트 2).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여러 이해 관계자들 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고 거래비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아직도 명확히 한 가지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다.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개념이나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하나 구체적 산업이나 기업으로 들어가면 플랫폼 작동 방식이나 참여자 역할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차역’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과 다양한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역처럼 수많은 승객들이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에는 음식점, 편의점, 옷 가게, 서점 등 부가적 수익을 창출하는 여러 비즈니스가 생겨난다. 서울역은 매개를 촉진하는 장(場)이 되고 여기서 여러 이해 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고 각자 원하는 가치를 교환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개방된 비즈니스 장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정의할 수 있다. 연결과 개방성이 핵심이고 상호 작용을 중개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다(차트 3).
1. 플랫폼 비즈니스 부상 배경
플랫폼 비즈니스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양면 시장(two-sided market)2)이 존재하고 이들을 매개한다는 측면에서 백화점도 플랫폼이고 신용카드도 플랫폼이다. 그렇지만 플랫폼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유는 매개 비용 (matching cost)이 높아 네트워크 효과3) 창출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발달로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매개 여건이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보기술 덕분에 플랫폼을 구축하고 크게 확장하는 작업이 한층 단순하고 저렴하게 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이 등장할 여건이 마련되었 다. 수요 측면에서는 통신망 진화, 모바일 기기 확산 등으로 플랫폼 참여자의 종류와 규모가 대폭 확대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 기회는 더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 불가능하던 기업간, 개인간 협업과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플랫폼의 범위, 속도, 편의성, 효율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플랫폼 비즈니스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차트 4).
2. 플랫폼 비즈니스 부상으로 인한 경쟁환경 변화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이 어떻게 경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수십 년에 걸쳐 산업을 지배해 온 전통적인 비즈니스와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경제 시대에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사업을 발전시키는 이상적 인 성장 엔진으로 활용돼 왔다. 20세기 초반에 거대한 기술적 부흥을 맞으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고 대중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사업의 성공을 좌우했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고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거대한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라디오와 TV로 수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기업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매스 마케팅을 전개했다.
규모는 엄청난 경쟁 역량의 원천이었다. 규모로 평균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자가 진입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도 쌓을 수 있었다. 규모의 힘으로 매출이 높을수록 평균 비용은 낮아진다. 이는 판매량을 더욱 증가시키고 판매량이 늘어나면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의 선순환으로 독점화가 가능하다. 가치사슬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통 기업은 내부 프로세스를 통제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였다. 모든 기업이 업종을 망라하고 규모 확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탈규모의 경제(economies of unscale)로 성장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IT 발전으로 자산을 빌려 쓸 수 있게 되고 AI,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개개인의 니즈에 맞춘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시장이 더 세분화되면서 탈규모의 경제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그 동안 틀어쥐고 있던 자산이 가진 규모의 힘이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신 생산과 소비 시장의 참여자를 많이 확보하고 이들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가치창출의 동력이 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주요 자산은 생산자와 소비자로 엮인 네트워크이다. 경쟁 기업보다 참여자를 더 많이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더 높아진다. 네트워크 규모가 클수록 공급과 수요의 연결이 더 잘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보다 많은 가치가 발생하여 더 많은 참여자를 유인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의 크기를 키워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다. 고객가치창출 원천이 ‘규모의 경제’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변화하고 있다(차트 5).
결론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탈규모의 경제에 들어맞는 사업방식이다. 필요할 때마다 대규모 자산을 빌려 쓰면서 훨씬 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와 조건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제조업의 플랫폼化 사례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성공하면서 플랫폼 형성과 유지 능력 이 새로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기업들은 성장 가능성 및 기회 탐색의 일환으로 플랫폼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1) 도요타, 이팔레트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2018년 포춘 글로벌 500에서 6위를 차지한 자동차업계 1위 도요타는 올해 CES에서 다목적 모듈 식 전기차 ‘이팔레트(E-Palette)’를 선보이며 차 량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무게 중심 이동을 선언했다. 이팔레트는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목적 모듈식 전기차이다(차트 6). 이를 이동식 상점, 사무실, 레스토랑, 이벤트 부스 등으로 활용 할 수 있다. 도요타는 완전 자율 주행으로 운전자 조차 필요 없어진 상황에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자동차(car)가 아닌 이동(mobility)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mobility service platform)을 주축으로 모빌리티 단말과 서비스를 통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도요타 빅 데이터 센터에 모인 차량 속도, 위치 등 다양한 운행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형태로 공개해서 서비스 혁신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차트 7).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팔레트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차량 상태, 운행 정보 등 차량 정보와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의 이용행태 데이터 등을 분석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를 이용하는 기업도,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다. 도요타가 그 중심에서 양쪽을 매개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이팔레트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런칭을 위해 우버, 피자헛, 디디추싱, 아마존 등과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2) 존디어의 마이 존디어(MyJohndeere)
세계 1위의 농업관련 중장비 제조업체인 미국의 존디어(John Deere)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활용하여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농장에서 작업할 때 수집된 데이터와 기후나 토양의 질 등 외부 데이터를 같이 분석하여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차트 8).
예를 들면 수천 개의 농장에서 온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수확량을 얻기 위해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제안한다. 기계가 언제 어디서 멈출지를 예측하여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하는데도 활용한다. 팜사이트(farmsight) 서비스는 농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작물을 언제 어디에 심는 것이 좋을지 농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효과 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농부에게 제공하고 농장 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달하는 것을 주된 비즈니스 역량으로 쌓아 나갔다. 존디어는 마이 존디어 플랫폼을 활성 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자와 기업에 오픈하여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존디어의 시가총액은 플랫폼을 도입한 이듬해인 5년 전 310억 달러에서 올해 430억 달 러로 급증했다.
존디어는 과거에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차별화를 위해 제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였으나 경쟁기업 역시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내면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80년 이상된 제조기업이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플랫폼을 도입 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3) GE 프레딕스(Predix)
미국의 대표 제조업체 GE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프레딕스는 GE가 개발한 산업인터넷 운영 플랫폼이다. 여러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GE의 제트엔진, 가스터빈, MRI 스캐너 등의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운영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2015년에는 모든 기업에 프레딕스를 전면 개방함으로써 산업용 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기업들은 이에 기반해 애플리케이션을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해 운영할 수 있었다. 공개 이후 약 2만2천여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250개 이상 빅데이터 관련 앱을 개발하였고 GE는 400곳 이상의 파트너와 협업하여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GE라는 거대 제조기업의 시도는 세상의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올해 7월 디지털 사업부 매각 작업을 위한 투자 은행 선정을 완료하면서 GE의 변신은 실패 상태로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보다는 기존 모델에 단지 기술을 더한 실행에 가까웠다는 평가와 장기적인 전략 목표보다 단기 매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등이 실패 요인으로 분석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양면 시장이 형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기나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리를 간과하고 출시된지 3년 만에 매출을 따진 기존 관행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 이니셔티브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거대 제조기업의 플랫폼 시도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위에 살펴본 제조업의 플랫폼화 사례들에는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제품의 물리적 가치에 ‘정보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GE는 제트엔 진에 수많은 센서를 부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엔진의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예방 정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엔진 성능이나 연료 효율과 같은 제트엔진의 물리적 가치는 바뀐 것이 없으나 정보의 가치가 증가하면서 고객이 느끼는 전체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제조업은 물리적 가치에 정보(서비스)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자사 비즈니스에 플랫폼을 접목시킬 수 있다.
4. 제조업의 플랫폼化를 위한 제언
플랫폼 기업의 성공을 따라 모든 제조기업이 플랫폼이 돼야 한다거나 플랫폼이 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먼저 시도한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새로운 역량이 요구되고 이것이 부족한 기업은 제품 기업으로 남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왜 제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하나
첫 번째 이유로는 제조업이 겪고 있는 위기 때문이다. 우선, 제품이 일상재화 (commoditization) 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품 기능과 디자인 차별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제품이 일상재화 된다는 것은 핵심 경쟁력이 가격으로 귀결된다 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업은 생산과 운영의 효율 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하게 되어 제조업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또한 스마트하고(smart) 연결된(connected) 제품으로 속성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제품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제품의 확장된 기능과 제품에서 생성되는 정보가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제품의 물리적 개선을 통한 가치 창출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조와 판매만으로 가치를 창 출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더해 제조업 가치사슬의 양끝 단(upstream & downstream)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는 점점 더 자신들의 필요에 딱 들어맞는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제품을 찾고 있다. 소비 시장은 소비자 수요 속성 변화에 따라 수 많은 틈새 시장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를 맞춰줄 수 있도록 생산은 물론 상품 기획 및 R&D 역량까지 갖춘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을 약화시키고 있다. 더 이상 대량 생산으로는 시장을 만족시키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제조업은 가치 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지금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도 최적의 위치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더 나은 고객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더 나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선택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제조업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물리적 가치에 정보적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칠 가까운 미래 에는 혁신적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지고 등장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전통 제조업체들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단일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만으로는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플랫폼은 외부의 힘을 활용하여 복합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선도 제조 기업은 플랫폼을 자사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성장 기회와 혁신의 가능성을 탐색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플랫폼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할 수 있나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으나 이를 어떻게 제조업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지침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010년대 초반 우버, 에어비앤비,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성공이 알려진 후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서 시행 착오를 겪는 중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몇 가지가 플랫폼을 시도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
1)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라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려하고 있는 제조업은 먼저 자사가 플랫폼을 도입했을 때 네트 워크 효과가 존재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기획, 개발, 생산, 유통 등 가치 사슬의 어느 단계에서 활용하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찾아 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가치 사슬과 이해 관계자의 해체, 재조합, 재정의 등을 통해 어디에서 외부의 힘을 빌려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 세밀히 들여다 보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미지의 영역에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현재 비즈니스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2)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하자
플랫폼 비즈니스는 처음부터 플랫폼을 만들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지만 기존 제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파생되면서 기존 제품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Hybrid)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레고 마인드스톰스(mindstorms)는 인터넷으로 제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여 로봇을 작동시키는 방식인데 한 스탠퍼드 대학원생이 로보틱 컨트롤러 코드를 해킹한 뒤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레고 경영진은 처음에 이를 자기 시장을 갉아먹는 위협이라는 제품 마인드로 접근했다. 그러나 수요 측면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치가 존재한다는 신호임을 깨닫고 코드를 모두 공개하였다. 이를 시발점으로 많은 개발자 매니아들이 신제품 개발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 마인드스톰스는 사용자가 기획, 제안하고 레고가 생산만 담당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사용자 스스로 온라인에서 레고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lego digital designer) 플랫폼을 운영하여 150여명의 정규 디자이너 외에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12만명의 아이디어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레고는 자사의 가치사슬 중 어느 영역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파악했고 이를 플랫폼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 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플랫폼 모델은 기존 제품에 더하여 새로운 플랫폼으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 기업이 고려해 볼만한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플랫폼 기반 사업으로 전환하는데 유용한 이유는 핵심 고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가치를 창출하고 획득할 새로운 기회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 기존 사용자나 비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제조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분석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소규모로 실행하여 노하우를 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3)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후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하라
훌륭한 플랫폼은 훌륭한 제품에서 시작된다. 외부 경쟁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지닌 제품과 충분한 규모의 고객층을 갖춘 상태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도해야 한다. 임계치의 고객 규모를 달성했고 고객들이 경쟁기업으로 바꾸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보유하여야 한다. 힘을 가진 제품이란 고객이 경쟁기업으로 쉽게 옮기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그 가치가 혁신적 성능이든 디자인이든 고객을 잡아둘 수 있는 제품의 핵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플랫폼 참여자 수가 많을 수록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이는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면서 참여자 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충성도가 높은 상당수의 고객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면 플랫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플랫폼의 크기를 키워 나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본업인 제품의 물리적 경쟁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정보적 가치가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제조업의 기본 가치가 흔들리면 경쟁력은 없다. 제조업에서 플랫폼은 물리적 가치에 정보적 가치를 더하여 전체 고객가치를 증대시키는 활동으로 이해해 야 한다.
제조업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지위를 유지하려면 지금껏 해당 산업 내에서 확보한 우위를 지키면서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을 이해하고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플랫폼 싱킹 랩스(platform thinking labs) 대표인 상지트 폴 초더리(Sangeet Paul Choudary)는 한 인터뷰에서 “기업 내부에서 개발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이익을 내는 전통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건물 땅과 같은 고정 자산이 아니라 플랫 폼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리타 맥그레스 교수는 사업들이 연결되어 같이 변하는 무대(arena)에서 특정 분야에서 일시적인 우위에 우쭐하지 말고 다양한 범위에서 실험적 시도를 계속하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고객가치창출 원천이 변하고 있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를 직감한다면 근본 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1) 가치 창출과 이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2) 서로 다른 성격의 이용자 집단이 플랫폼을 통하여 상호 작용함으로써 가치가 창출되는 시장. 예를 들어 신용카드 시장의 두 이용 자는 카드 이용자와 가맹점이고 카드사는 플랫폼 제공자이다. 양면 시장 외에 다면 시장도 존재할 수 있다.
3) 특정 제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 예를 들어 전화기는 한 명이 사용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사용할 때 전화망의 가치가 올라간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가 아니라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Metcalf’s law와 유사한 용어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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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 W. 반 앨스타인 외, 플랫폼 생태계 부상에 따른 새로운 전략의 규칙, HBR 2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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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 Zhu and Nathan Furr, Products to platforms: making the leap, HBR 201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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