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26명 ‘세계인구 절반’의 부 가졌다
옥스팜 보고서 “세계
억만장자 2200명은 재산 12% 늘었지만 하위 50%는 11% 감소해”
지난해 9월 모나코 요트쇼에 참가한 호화 요트들. 10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억만장자 수가 거의 2배로 늘었다.
/ 사진:XINHUA-NEWSIS
심화되는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한다. 세계적인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최근 발표한 ‘공익이냐 개인의 부냐(Public Good or Private Wealth?)’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 최고 부자 26명이 소유한 재산이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38억 명(세계인구의 절반)이 가진 총 자산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의 개막을 알리기 위해 지난 1월 21일 이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의 억만장자 2200명은 지난해 부가 12%나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하루 약 25억 달러(약 2조8200억원), 연간 9000억 달러(약 1015조원)가 증가한 셈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하위 50%의 전체 자산은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6명의 세계 최고 부자가 소득 하위 50%에 속하는 38억 명의 부를 합친 것만큼의 재산을 소유하게 됐다(2017년엔 하위 50%의 전체 부와 맞먹는 재산을 소유한 부호가 43명, 2016년엔 61명이었다). 그 외에도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억만장자 수가 거의 2배로 늘었으며, 2017년 3월부터 1년간 이틀에 한 명 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했다.
옥스팜은 엘리트 억만장자가 누리는 어마아마한 부의 사례로 세계 최고의 부자인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를 지목했다. 그의 순자산은 약 1120억 달러로 그중 1%만 해도 인구 1억500만 명인 에티오피아의 보건 예산과 맞먹는다.
옥스팜의 매튜 스펜서 홍보정책국장은 영국 신문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빈곤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지난 25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지만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추가적인 진전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옥스팜 보고서는 많은 국가의 정부가 공공서비스 분야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아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문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1만 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하며, 부모가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가 약 2억6200만 명이다.
부의 불평등이 성별 간 격차도 부추긴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전 세계 남성의 재산은 여성보다 50% 많고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보다 23% 낮았다. 옥스팜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매일 각지에서 행해지는 수백만 시간의 여성 무급노동 위에 세워졌다며 양육, 노인·환자 부양, 요리, 청소, 식수·땔감 수집 등 가사노동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여성이 행하는 무급 가사노동을 하나의 기업이 전담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0조 달러에 이르며, 이는 세계적 IT기업인 애플의 연간 매출액 대비 43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총재는 “소득과 재산이 자녀의 교육 기간이나 수명을 좌우해선 안 되지만 너무나 많은 나라에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과 부유층이 낮은 세금에 만족하는 동안 소녀 수백만 명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여성은 출산 후 부실한 산후조리로 죽어간다. 그러면서 세계 도처에서 서민이 분노하며 좌절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오히려 수십 년 전보다 줄어,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각국 정부의 잇따른 감세 정책 속에서 부유한 나라의 개인소득세 평균 최고세율은 1970년 62%에서 2013년에는 38%로 떨어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세금이 주로 소비에 부과되면서 상위 10% 부유층이 하위 10%의 빈곤층보다 세금을 덜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최빈층 10%의 소득대비 세율이 32%로, 최부유층 10%의 세율 21%보다 높았다. 영국도 최빈층 10%의 소득대비 세율이 49%로 최상위층 10%의 소득대비 세율 34%를 웃돌았다.
또 보고서는 세계 최상위 부자들의 역외 재산만 해도 7조6000억달러에 이르며, 이 재산에 세금만 제대로 매긴다면 한 해 1700억 달러를 더 걷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가 부유세를 적극 도입하고 조세 회피 목적의 역외금융을 더욱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더 나은 공공 서비스를 위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 해 동안 전 세계 상위 1%의 재산에 세금 0.5%를 추가로 부과한다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세계 2억 6200만 명의 어린이를 교육할 수 있으며, 의료 서비스 확충으로 33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펜서 국장은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세계엔 모두에게 삶의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충분한 부가 있다. 각국 정부는 부유층과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걷은 세금으로 서민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양질의 무료 공공 서비스 확충에 사용해야 한다.”
한편 미국의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상원의원이 이끄는 진보적인 정치인들도 정부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소득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선다면 60~70% 세율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1000만 달러 전액에 대해 아주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우익 정치인들은 그 뜻을 오해하고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9%는 그 세제를 지지한다.
분석가들은 또 미국의 거부들이 수십 년 동안 정부로부터 세금 우대 혜택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1960년대엔 40만 달러(현재의 약 3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상의 소득에 대한 세율이 70% 이상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전엔 그 세율이 90%를 넘어섰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폭적인 감세(혜택이 주로 부유층과 기업으로 돌아갔다)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크게 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상위 1% 부자와 대기업만이 혜택을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소득과 부의 거대한 불평등의 시기에 우리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기 보다 무너지고 있는 인프라를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창조해야 한다.”
– 데이비드 브레넌, 제이슨 레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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