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헬스케어 시스템 개혁
해킹 차단하는 정확한 최신 기록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데이터 필요로 하는 모든 의료기관과 신속·간편하게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가능해
환자 스스로 정보를 리뷰·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상황에 관해 수집 또는 관측하는 새 정보를 추가할 수도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비대화하는 미국 건강의료 업계가 환자 정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진료소·병원·약국·치료사·보험사 모두 환자를 적절히 진료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저마다 다르다. 이런 기록은 각 사업체 곳곳의 컴퓨터, 그리고 일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서류 캐비닛에 분산돼 있다. 환자의 처방이 바뀌거나 X선이 새로 촬영될 때마다 모두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되는 건 아니며 의료기관 간에 서로 간단히 공유되지도 않는다.
예컨대 보스턴에서만 진료소들이 전자 진료기록 보관에 사용하는 시스템이 20여 종을 웃돈다. 이들 중 서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 해커들이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기록을 절도·삭제 또는 수정할 만한 허점이 많다. 중요한 의료정보가 다른 곳에 저장됐기 때문에 의사들이 긴급상황에서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에 따라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건강의료 시스템의 이런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작이나 염탐을 차단하는 정확한 최신 기록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어떤 의료기관과도 신속하고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세인트루이스 법과대학원 의료법연구소에서 건강의료 혁신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오늘날 건강의료 기록관리의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부상을 눈여겨봐 왔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시스템은 분산된 장소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의 네트워크다. 이들 네트워크는 안전하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된다. 정보를 삭제할 수는 없지만 업데이트할 수는 있다. 하지만 활동과 함께 신원이 기록되는 허가 받은 이용자만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수년 간에 걸친 환자 데이터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데이터 입력에서 생기는 사람의 오류를 추적해 정정하기 쉽다. 환자가 직접 정보를 검토해 업데이트하고 나아가 자신의 상황에 관해 직접 수집 또는 관측하는 새 정보를 추가할 수도 있다. 해킹과 사기가 극히 어려워진다.
저마다 나름의 보안 방식과 관행을 가진 블록체인 시스템이 많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기록 수집 과정을 현재보다 훨씬 더 싸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시스템끼리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힘쓴다.
블록체인은 건강의료 산업의 다른 분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위협적인 병원균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질병 발생을 분석하고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반응을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마약성 진통제 사용과 남용의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도 있다.
임상시험도 블록체인으로 혜택을 볼지 모른다. 오늘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 간의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불완전한 데이터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신약의 발견과 개발 과정도 비슷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제약회사들은 현재 산재한 데이터베이스의 비효율적인 그물망을 통해 약품 출하와 공급을 모니터한다. 지난해 화이저와 기타 제약회사들은 그런 작업을 블록체인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메디레저(MediLedger)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다. 월마트는 이미 메디레저를 이용해 식품 이동을 추적한다.
대형 제약회사들의 공급망 추적 실험 외에 다른 주요 미국 건강의료 업체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미국 최대 건강의료 업체 중 5개사가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건강의료 서비스 업체 동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런 협력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대형 건강보험사 휴매나와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건강의료 데이터 관리에 대한 범산업적인 접근방식으로의 잠재적인 전환을 상징한다.
미국이 건강의료 분야에 블록체인을 이용하려 노력할 때 유럽의 몇몇 사례에서 유용한 지침을 얻을 수 있다. 2016년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안 업체, 선도적 연구대학과 함께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다국 간 협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EU 전반의 건강의료 기관과 개별적 환자 간에 생의학 정보를 취합·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도 이 시스템은 온라인으로 안전한 개인 건강 데이터 계정을 환자에게 제공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스웨덴은 비슷한 협력 방식을 이용해 최근 케어체인(CareChain)이라는 상호이용 가능한 블록체인 건강 데이터 플랫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케어체인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소유·통제하는 인프라”로 홍보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갖가지 공급원의 건강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개발자들은 이 시스템에서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정보·아이디어·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무엇이 가능한지는 에스토니아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2012년부터 건강 관련 데이터의 95%를 전자 형태로 저장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건강의료 데이터와 거래를 안전하게 보관해왔다. 국가의 건강의료 청구서는 모두 전자 형태로 취급되며 처방의 99%도 디지털로 이뤄진다. 다른 나라들도 독자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하고 이들 기존 프로젝트의 경험에서 배워나가는 동안 그런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애나 산토스 러츠먼
'얄팍다식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록체인(Block chain)이 기업의 경쟁력을 바꾼다! (0) | 2018.08.10 |
---|---|
무서운 중국 자동차 생태계 변화 (0) | 2018.08.09 |
미 중 무역전쟁에서 알아야할 것 (0) | 2018.08.02 |
블록체인 때문에 망할 기업은? (0) | 2018.07.30 |
중국 일대일로의 기회와 시사점 (0) | 2018.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