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5가지 기술:
-꿈의 배터리부터 썩는 배터리까지-

CES 2026에는 수많은 신기술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중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것은 화려한 로봇이나 새로운 AI가 아닌, 바로 '배터리'였다. 특히 엄청난 성능을 주장하며 등장한 한 고체 배터리는 기술 업계 전체에 기대와 의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 선 '도넛 랩스(Donut Labs)'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가장 놀랍고 반직관적인 기술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화려한 발표 뒤에 숨겨진 진정한 혁신은 무엇이었을까?
1. 기대와 의심의 한가운데: '꿈의 배터리'가 던진 질문
도넛 랩스가 공개한 고체 배터리의 성능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400 Wh/kg에 달하는 에너지 밀도, 단 5분 만에 완료되는 충전, 그리고 10만 회에 이르는 충전 사이클 수명.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기차부터 재생 에너지 그리드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의 등장이었다. 심지어 이 기술은 '버지 TS 프로(Verge TS Pro)' 전기 오토바이에 처음 탑재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까지 더해져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이 엄청난 주장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투명성 부족과 제3자 검증의 부재이다. 여기에 영하 30도에서 영상 100도에 이르는 극단적인 작동 온도 범위까지 내세우면서, 이 모든 것이 사실이기에는 너무 좋아 보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넛 랩스는 아직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상세한 기술 데이터나 독립적인 기관의 검증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논쟁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에 대한 진위 공방을 넘어, 기술 산업이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책임'과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더 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2. 일회용 배터리의 종말? 보이지 않는 힘, 무선 전력
배터리 기술의 한계와 논란 속에서, 기존 배터리에 대한 의존 자체를 줄이려는 대안 기술 역시 주목받았다. 바로 무선 전력 기술이다. 대표적인 예로 '로킨(Lockin)'의 '아우라 차지(Aura Charge)' 시스템은 적외선 빔을 이용해 스마트 도어록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번거로운 배터리 교체의 필요성을 없앴다. 이 외에도 빛, 주파수, 진동 등 주변에 흩어져 있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하여 소형 기기를 구동하는 기술들도 함께 선보였다.
이러한 기술의 등장은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년 엄청난 양이 버려지는 일회용 배터리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미래에는 배터리가 아예 없는 기기의 시대를 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3. 진정한 스마트홈: 더 똑똑하게, 그러나 더 조용하게
CES 2026에서 나타난 스마트홈의 혁신은 의외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 복잡한 앱이나 새로운 설정 화면 대신, 기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보이지 않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디노이즈(D-Noise)'의 소음 제거 창문은 음파 상쇄 기술을 이용해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여 조용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준다. '루트론(Lutron)'의 스마트 우드 블라인드는 창문의 방향에 따라 스스로 빛과 열을 최적화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심지어 별도의 앱 없이도 내장된 습도 조절기가 알아서 습도를 감지하고 작동하는 욕실 팬도 등장했다. 이 사례들은 복잡한 조작 없이도 어떻게 편안함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4. 전기차 오너들의 숨은 영웅: 비싼 공사를 막아주는 작은 스위치
많은 예비 전기차 소유주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현실적인 장벽 중 하나는 바로 가정용 충전 인프라 구축 문제, 특히 값비싼 전기 패널 업그레이드 비용이다. 기존 가정의 전기 용량으로는 전기차 충전기와 다른 고전력 가전제품을 동시에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ES 2026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작지만 매우 실용적인 혁신이 등장했다. 바로 '에너지 공유 회로 스위치'다. 이 스위치는 하나의 회로에 EV 충전기와 건조기 같은 다른 고전력 기기를 함께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두 기기가 동시에 작동하려 할 때, 스위치가 우선순위를 정해 전력을 배분함으로써 전기 과부하를 막는 간단한 원리다. 이 작지만 실용적인 혁신은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물리적, 경제적 장벽 중 하나를 해결하여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흙으로 돌아가는 배터리의 등장
지속가능성은 CES의 가장 큰 화두였고, 배터리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접근법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는 '플린트(Flint)'가 선보인 '퇴비화 가능한 종이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성능의 극한을 추구하는 대신, 사용 후의 환경적 책임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주로 저전력 IoT 기기나 AA 배터리를 대체하는 일회용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된 이 배터리는 사용 후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반대편 극단에는 '암프리우스(Amprius)'의 초고에너지밀도 배터리가 있었다. 무려 520 Wh/kg라는 경이로운 성능으로 드론과 항공 분야를 겨냥한 이 배터리는 최고의 성능을 목표로 하지만 높은 비용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플린트와 암프리우스의 사례는 무조건 더 높은 성능만을 좇는 기술 개발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성능과 환경적 책임의 균형'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결론: CES 2026에서 발견한 진정한 혁신은 가장 요란한 주장을 내세운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하고, 실용적이며, 우리의 삶에 매끄럽게 통합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들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꿈의 배터리가 던진 '책임'에 대한 질문부터, 흙으로 돌아가는 배터리가 보여준 '균형'의 가치까지, 기술은 이제 단순히 성능을 넘어 우리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오늘 소개된 기술 중, 앞으로 10년 후 우리의 일상을 실제로 바꾸게 될 혁신은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은 가장 요란한 성능을 외치는 기술이 아닌, 우리의 삶과 환경에 가장 깊은 책임을 다하는 기술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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