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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우유의 시대는 끝났다? 영국 설탕세 확장이 시사하는 것

AI독립군 2025. 12. 5. 08:47

달콤한 우유의 시대는 끝났다? 영국 설탕세 확장이 시사하는 것

 

우리는 흔히 우유를 '완전 식품'이라 부르며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탄산음료가 '설탕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될 때도, 우유와 유제품 음료만큼은 칼슘과 단백질이라는 든든한 방패 덕분에 예외 대접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5, 영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영국 정부가 그동안 우유 기반 음료에 부여했던 '설탕세(Soft Drinks Industry Levy)' 면제 혜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세금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넘어, 우리가 마시는 음료의 '건강함'을 정의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의 이번 결정에서 발견한, 가장 놀랍고도 중요한 5가지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1. "칼슘 섭취"라는 면죄부는 유효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우유 음료가 설탕세에서 면제되었던 핵심 이유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최신 데이터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우유 기반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칼슘의 양은 전체 섭취량의 고작 **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칼슘 때문에 설탕을 눈감아준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건강상의 이점보다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한 해악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마신다고 믿었던 달콤한 가공유들이 실제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다.

 

2. 건강의 아이콘, '요거트 드링크'도 타겟이 되다

가장 의외의 지점은 바로 발효유 제품이다. 장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케피어(Kefir), 마시는 요거트, 프로바이오틱스 음료들도 2028년부터는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품의 영양학적 가치를 주장했지만, 보건 학계의 입장은 단호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이 과도한 당 함량의 위험을 상쇄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 숟가락으로 떠먹는 요거트는 제외되고 '마시는' 형태의 요거트만 포함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디테일이다.

 

3. '자연산' '인공'의 정교한 구분: 락토스 공제 (Lactose Allowance)

정부는 무턱대고 모든 당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우유에는 천연 당분인 '유당(Lactose)'이 존재하는데, 이는 공중 보건의 우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락토스 공제'**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우유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은 세금 계산에서 제외하고 오직 '첨가된 설탕'에만 과세하기로 했다.

 

"낙농 기업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당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내지 않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이는 공중 보건의 우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Dr Judith Bryans, Dairy UK 최고 경영자-

 

이는 정책이 단순히 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4. 카페 라떼는 안전하다? 프랜차이즈의 반전

이번 설탕세 확장이 모든 우유 음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제조되어 판매되는 '오픈 컵' 음료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규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팔리는 '미리 포장된(pre-packaged)' 상품에만 적용된다.  , 편의점에서 사 마시는 병 커피는 세금 대상이지만,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달콤한 돌체 라떼는 여전히 규제 밖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형평성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만, 소비자로서는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차이점이다.

 

5. 2028년이라는 유예 기간: "레시피를 바꿔라"

이 모든 변화는 당장 내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당초 2027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업계의 반발과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8 1 1일로 시행이 연기되었다.

 

정부의 진짜 목적은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설탕세 도입 이후 많은 음료 회사들이 레시피를 수정(Reformulation)했다. 앞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마트 진열대에서 더 덜 달지만 건강한 우유 음료들이 등장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마치며

영국의 이번 정책 변화는 "우유=건강"이라는 오래된 공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들은 이제 2028년까지 맛을 유지하면서도 설탕을 줄여야 하는 혁신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달콤함 없는 초코우유와 요거트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제로 슈가'를 향한 강력한 흐름이 한국의 유제품 시장에는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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