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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이산화탄소 제거의 미래 전망

AI독립군 2025. 10. 17. 11:09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의 미래 전망

-1500조 원 기후테크 골드러시에 숨겨진 5가지 놀라운 진실-

 

거대한 탄소 저장고에서 거대한 비즈니스로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30%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라는 사실은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이 자연적인 과정을 관망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가속화하고 엔지니어링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50년까지 최대 1,560조 원 규모에 달할 수 있는 거대한 신산업, '해양 탄소 제거(Ocean CDR)' 시장이 탄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 활동이 아닌, 막대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이 격돌하는 새로운 골드러시이다. 시장 성장세는 이미 가파릅니다. 2023년 약 5,452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2033년까지 연평균 18.07%씩 성장해 2 8,696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 기회의 이면에는 기술적 가능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랍고도 역설적인 진실들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 기술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의 시선으로, 해양 CDR 분야의 가장 놀라운 비즈니스 진실 5가지를 파헤쳐 보겠다.

 

1. 가장 성숙한 기술은 최첨단 기계가 아니라 '해안가 정원 가꾸기'

기후 솔루션이라는 하이테크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 모델이 복잡한 바이오리액터가 아닌, 진흙투성이의 맹그로브 뿌리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역설이다. 해양 탄소 제거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술은 사실상 '해안가 정원 가꾸기'에 해당하는 '연안 생태계 복원(Blue Carbon Restoration)'이다. 맹그로브 숲, 염습지, 해초지를 복원하는 이 방식은 이미 90만 개 이상의 탄소 크레딧이 판매 및 인증될 정도로 성숙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 성공 요인은 단순히 나무를 심어 탄소 크레딧을 파는 데 있지 않다. 2024 5천만 달러의 초기 자금으로 출범한 'Blue Carbon Plus(BC+) 이니셔티브'가 그 증거다. 이들은 맹그로브 복원을 양식업, 관광업, 연안 농업 등 지역 공동체 경제와 직접 연계하는 '보호+생산'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실제로 맹그로브 탄소 크레딧은 톤당 50~70달러로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된다. 창업가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탄소 제거를 넘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경제적, 환경적 공동 혜택(co-benefits)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2. 가장 거대한 잠재력, 가장 치명적인 불확실성

해양 CDR 기술의 가장 큰 딜레마는 잠재력과 불확실성의 반비례 관계에 있다. 기가톤(gigaton) 규모의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해양 알칼리도 강화(Ocean Alkalinity Enhancement, OAE)'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광물을 녹이거나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해수의 알칼리도를 높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개방 시스템(open-system) 접근법은 그 효과를 측정하고 검증(MRV)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치명적인 역설을 안고 있다. 바다에 뿌려진 물질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탄소를 추가로 제거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쳤는지 증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2023년 런던 협약 과학 그룹은 OAE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유해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 연구를 권고했다.

 

이는 투자자와 창업가에게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이 분야의 성패는 기술의 잠재력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술 확보와 규제 리스크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과학적 검증의 어려움은 단순한 기술적 장애물이 아니라, 사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비즈니스 리스크다.

 

3. 진짜 돈은 '탄소'가 아닌 '부산물'에서 나온다

해양 CDR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놀라운 측면은 수익이 탄소 제거 크레딧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탄소 제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다중 수익 모델이 성공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치 스태킹(value-stacking)'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Equatic이다. 싱가포르에 건설 중인 이 회사의 대규모 시설은 단순한 탄소 흡수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청정 에너지 공장으로 설계되었다. 이 시설은 전기화학 기술로 해수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탄소 음성(carbon-negative) 수소'라는 고부가가치 부산물을 생산한다. 2026년까지 연간 10만 톤의 탄소 제거를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Temasek Trust 등으로부터 1,16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단순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가 아니다. 탈탄소화(탄소 제거)와 청정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시장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매우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창업가들은 탄소 크레딧이라는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는 위험을 피하고, 이처럼 통합된 가치 사슬을 설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4.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새로 짓지 않는다

기술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해양 CDR 분야의 영리한 기업들은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산업 인프라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초기 자본 비용(CAPEX)을 극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레버리지(Infrastructure Leverage)' 전략은 기후 기술 벤처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인 막대한 초기 자본 지출 부담을 정면으로 공격한다.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Ebb Carbon: 폐수 처리장과 협력하여 자사의 전기화학 시스템을 배치한다. 이미 해수를 처리하고 방류하는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 산업 연계: 철강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슬래그' OAE의 알칼리성 원료로 활용하거나, 담수화 시설이 바다로 물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 OAE 솔루션을 통합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 해운업 활용: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빈 선박(backhaul)의 남는 공간을 이용해 공해상에 알칼리성 물질을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자본이 제한된 스타트업에게 이 '인프라 레버리지'는 영리한 전술을 넘어, 실행 가능한 벤처와 영원한 R&D 프로젝트를 가르는 결정적인 시장 진입 전략이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때로 가장 실용적인 협력에서 나온다.

 

5. 가장 거대한 '바다' 사업이 '사막'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가장 역설적인 사례이다. 런던의 기술 회사 'Brilliant Planet'은 해양 미세조류를 이용한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바다가 아닌 모로코의 사막 한복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해안에서 끌어온 해수를 채운 거대한 야외 연못을 사막에 건설하여 미세조류를 대규모로 양식한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단순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넓은 사막 토지를 활용하고, 풍부한 햇빛으로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게 한다. 이후 자연 건조를 통해 '바이오매스-염 복합체(biomass-salt composite)' 형태로 만들어 탄소를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바다의 생물학적 원리를 이용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바다 생태계 대신 통제 가능한 육상 시스템을 선택한 것이다.

 

이 사례는 해양 CDR 분야의 혁신이 반드시 바다 한가운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접근과 여러 분야 기술의 융합이 바로 이 거대 시장을 여는 열쇠이다.

 

질문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5가지 사실은 해양을 이용한 기후 문제 해결이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님을 보여준다. '해안가 정원 가꾸기'가 가장 성숙한 시장이고, 잠재력이 큰 기술일수록 증명이 어려우며, 진짜 돈은 부산물에서 나오고, 혁신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며, 심지어 바다 사업이 사막에서 벌어지는 이 역설적인 현실. 이는 해양 CDR이 심오한 과학과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상당한 위험이 교차하는 복잡하고 매력적인 분야임을 증명한다.

 

이 다섯 가지 현실을 종합해 보면, 새롭게 부상하는 해양 기후 경제의 근본적인 DNA가 드러난다. 이 분야의 성공은 단 하나의 기술적 돌파구가 아니라, 생물학, 화학, 산업 물류, 그리고 지역 경제학을 예술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에 의해 정의될 것이다. 승자는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조율하는 마스터 빌더가 될 것이다.

 

우리가 바다를 지구 최대의 기후 해결책으로 바꾸려는 지금, 질문은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구하려는 바로 그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과연 어떻게 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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