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VC투자매칭

2,200억을 태우고도 궤도에 오르지 못한 이유:

AI독립군 2026. 2. 13. 09:48

2,200억을 태우고도 궤도에 오르지 못한 이유:

-'국가 대표' 로켓 스타트업 Orbex의 잔혹한 교훈-

 

영국 우주 주권의 꿈, 그리고 예고 없던 추락

2016년 설립되어 영국 본토 발사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Orbex의 파산 절차 돌입은 딥테크(Deep Tech) 산업의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다. 바이오 프로판을 활용한 친환경 로켓 'Prime'을 앞세워 유럽의 우주 주권을 실현하려던 이들의 원대한 포부는 첫 시험 발사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1 6,300만 달러( 2,200억 원)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도 궤도 진입에 실패한 사례는 전 세계 기술 생태계에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실책이 아니다. 초기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상업적 운영의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 그리고 국가적 전략 자산이라는 명분이 기업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주권 역량의 함정(Sovereign Capability Trap)'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구조적 참사이다. 본고에서는 Orbex의 몰락을 통해 딥테크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자본과 정치,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의 함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자 한다.

 

치명적인스케일업 펀딩 갭’: 거의 다 왔다는 착각

Orbex가 겪은 가장 뼈아픈 실책은 기술적 증명과 상업적 매출 사이의 거대한 간극, '스케일업 펀딩 갭(Scale-up funding gap)'을 과소평가한 데 있다. 하드웨어 기반의 딥테크 기업은 시제품 제작 이후 양산 체계를 갖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R&D 단계보다 훨씬 정교한 자금 관리를 요구받는다.

 

"로켓 개발은 기나긴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한다. 특히 초기 R&D를 마쳤으나 아직 실제 비행 실적이 없는 '스케일업 자금 갭'은 대단히 잔혹한 구간이다. 하드웨어는 실재하고 고정비 지출은 극심한데, 매출은 첫 발사 성공 전까지 철저히 이론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 필 챔버스(Phil Chambers) Orbex CEO

 

Orbex는 첫 비행을 완수하기 위해 약 1 2,000만 파운드( 2,000억 원)의 추가 자본이 더 필요하다고 시그널을 보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단계에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가능성'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현금 효율성'이라는 숫자로 증명된 확실성을 요구한다. 단 한 번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추가 수혈을 기대하는 것은 자본 시장의 냉혹한 생리를 간과한 오판이었다.

 

양날의 검이 된주권 역량’: 독이 든 성배, 정부 지원금

'영국의 로켓'이라는 국가적 명분은 초기 자금 유치와 공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 강력한 동력이었다. Orbex는 영국 정부로부터 2,000만 파운드의 직접 투자와 2,600만 파운드의 대출을 확보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위기 시기에 이 '주권 역량'은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족쇄로 돌변했다.

 

정부 지원금은 단순한 자본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 '강력한 감시'를 수반하는 독이 든 성배였다. 특히 영국의 '국가 안보 및 투자법(NSI Act)'은 전략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규제한다. 통계에 따르면 NSI 법의 주요 규제 섹터는 국방(56%), 군사 및 이중 용도(19%), 우주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내부 구매자 비율이 65%에 달할 정도로 해외 자본에 대한 문턱이 높다.

 

프랑스-독일 합작사인 TEC(The Exploration Company)와의 인수합병 논의가 오갔을 때,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납세자 가치 보호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거래를 사실상 무산시켰다. 정부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거래를 해제(Unwind)할 권한을 가진 감시자였으며, Orbex는 결국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고립사하고 말았다.

 

비즈니스 모델의 패착: '발사'에만 매몰되었는가?

Orbex의 전략적 실책은 수익 구조의 단순함에서 기인한다. 이들은 로켓 발사 서비스라는 단일 모델에만 집착했으나, 이는 발사가 성공하기 전까지 수익이 '제로(0)'인 극도로 위험한 저효율 구조다. 반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Rocket Lab '수직 계열화된 우주 솔루션' 기업으로 자신들을 재정의하며 리스크를 분산했다.

 

Rocket Lab은 단순히 로켓을 쏘는 데 그치지 않고 위성 본체와 부품을 제조하는 '우주 시스템' 부문을 강화했다. 2025년 기준 Rocket Lab 매출의 약 70%는 발사가 아닌 시스템 부문에서 발생하며, 이 분야는 발사 서비스보다 훨씬 높은 마진율을 자랑한다. 이는 발사가 지연되더라도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강력한 완충 장치가 된다. Orbex의 사례는 "가장 화려한 기술(발사)이 반드시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기술은 아니다"라는 냉정한 비즈니스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절망적 M&A의 함정: 타이밍이 생사를 결정한다

TEC와의 인수 협상은 한때 로켓과 화물 캡슐의 결합이라는 완벽한 수직 계열화 모델로 기대를 모았으나, 협상의 타이밍이 비극을 초래했다. 인수의향서(LOI)가 전달된 시점은 Orbex가 자금난으로 덴마크 엔진 공장을 폐쇄하고 90명의 인력을 해고하며 해당 법인이 파산 신청을 한 직후였다.

 

이 순간 협상의 성격은 '전략적 결합'에서 '부실 자산 처리'로 급격히 전락했다. 자금이 바닥나기 최소 6개월 전, 즉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승부수를 던졌어야 했으나 Orbex는 모든 동력을 상실한 뒤에야 구원을 요청했다. 양사 모두 막대한 자본 투입이 절실했던 상황에서의 결합 시도는 결국 "물에 빠진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는 격"이 되었고, 시장은 이 위태로운 동행에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우주로 가려면 발을 땅에 붙여야 한다

Orbex의 파산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기술적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철저한 자본 생존 논리에 기반해야 함을 시사한다. 2026년 현재, 시장은 더 이상 거창한 비전만으로 자금을 내어주지 않는다. 미래의 도전자들은 다음의 전략적 교훈을 새겨야 한다.

첫째, '발사 전부터 판매할 것'이다. 핵심 부품이나 파생 기술을 조기에 상업화하여 매출 제로 기간을 단축하고 자생력을 증명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이다. 특정 국가의 지원에만 매몰되지 말고 초기부터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여 정치적 리스크로부터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기술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할 것'이다. 2030 세대의 투자자들은 단순한 국가적 과업보다는 '근거 있는 낙관주의(Grounded Optimism)''진정성 있는 세계관'에 반응한다.

 

기술적 위대함을 넘어 그것이 실질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직관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Orbex의 종말은 차세대 우주 스타트업들을 위한 뼈아픈 내비게이션이다. 위대한 비전이 중력을 이기고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정교한 자본 전략이라는 연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스타트업의 사업에 똑같은 질문을 던질 차례다. "여러분의 비전은 중력을 이길 만큼 충분한 연료(자본과 전략)를 확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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