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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50만 명의 환호 속, 한 스타트업이 조용히 사라진 이유

AI독립군 2025. 11. 21. 12:21

유저 50만 명의 환호 속, 한 스타트업이 조용히 사라진 이유

-빛 좋은 개살구 구독 모델의 몰락-

 

50만 유저의 배신

7년간의 온체인 활동 추적은 X(구 트위터)의 짧은 게시물 하나로 끝이 났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수많은 크립토 유저들의 기본 브라우저 탭을 차지했던 DappRadar가 문을 닫았다. 5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733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해당 분야의 독보적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리며 모든 것을 중단했다.

 

문제는 결코 트래픽이 아니었다. DappRadar의 몰락은 단순한 자금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성장'의 정의를 유저 트래픽으로 착각하고, '자산'의 의미를 변동성 높은 토큰과 혼동했으며, '수익'의 본질을 실제 현금 유입이 아닌 가상 지표에서 찾은, 총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설계의 실패였다. 이 글은 단순히 한 회사의 실패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보이는 숫자'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교훈에 대한 분석이다.

 

자산인가, 신기루인가: 토큰을 금고로 착각한 대가

DappRadar의 재무 구조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위험 신호였다.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가 보유한 총자산은 160만 달러에 달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처참했다. 자산의 약 97%가 자체 토큰인 RADAR였기 때문이다. 실제 운영 자금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고작 46,162달러에 불과했다.

 

초기 유동성 확보와 커뮤니티 인센티브라는 명목 하에 많은 웹3 프로젝트가 선택하는 이 방식은, 사실상 회사의 재무적 운명을 통제 불가능한 시장 감정에 저당 잡히는 것과 같다. 이는 회사의 운명이 전적으로 RADAR 토큰의 시장 심리에 달려있음을 의미했다. 아니나 다를까, 폐업 소식이 발표되자 RADAR 토큰의 가치는 38% 추가 폭락했고, 그나마 남아있던 회사의 자산은 실시간으로 증발했다. 자체 토큰을 금고로 삼는 순간, 재무 안정성은 신기루가 된다.

 

당신의 활주로 대부분이 하나의 차트와 함께 움직인다면, 당신은 재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감정에 올라타 있는 것뿐이다.

 

따라서 초기 스타트업은 운영 자금(Runway)과 투기적 자산(Speculative Assets)을 재무제표 상에서 명확히 분리하고, 변동성에 노출된 자산이 핵심 운영비를 위협하지 않도록 엄격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짜 구독 모델의 함정: 현금은 어디로 갔을까?

DappRadar 'PRO'라는 구독 모델을 운영했다. 표면적으로는 영리해 보였다. 사용자들은 월 구독료를 내는 대신, RADAR 토큰을 '스테이킹(예치)'함으로써 더 깊이 있는 데이터 분석과 알림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토큰의 가치를 유지하고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바로 실제 '현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스테이킹한 토큰은 회사의 운영 자금이 되지 못했다. 결국 토큰의 외형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영리한 설계(great for token optics)였을 뿐,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실제 청구서를 지불(terrible for runway)하는 데는 처참히 실패한 모델이었다.

 

현금이 시스템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제품이 아무리 활성화되어 보여도 현실 세계의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다.

 

결국 비즈니스의 본질은 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그 참여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현금 수익'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경로를 설계해야만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

 

시장 사이클을 무시한 낙관론의 비극

DappRadar의 주 수입원은 Web3 게임과 NFT 분야의 광고 및 프로모션이었다. 시장이 뜨거웠을 때는 이 모델이 잘 작동했다. 그러나 파티는 영원하지 않았다. 크립토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그들의 핵심 고객이었던 Web3 게임과 NFT 프로젝트들의 예산이 말라버렸다. NFT 시장은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45% 가까이 하락했고, DappRadar의 핵심 수입원도 함께 고갈되었다.

 

문제는 비용 구조였다. 그들은 시장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월 15,5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남은 스테이블코인으로는 단 3개월밖에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월 249달러의 개발자 플랜을 출시하며 실제 현금 수익 창출을 시도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핵심 시장이 축소되고 비용 구조가 그대로라면, 벼랑은 빠르게 나타나며 우아하게 내려갈 방법은 없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호황기에 다음 침체기를 대비한다. 시장의 정점에서 현금 흐름을 다각화하고, 비용 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다.

 

무너진 모래성 위에서 배운다

DappRadar의 몰락은 세 가지 명확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자체 토큰을 회사 운영 자금과 동일시하는 위험. 둘째, 실제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하는 가짜 수익 모델. 셋째, 시장 사이클의 변화를 무시한 낙관적인 비용 구조.

 

이 세 가지 실패는 개별적인 실수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였다. 토큰 기반 재무 구조는 실제 현금 흐름의 필요성을 가렸고,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구독 모델은 시장 호황기에 기댄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켰다. 결국 시장이 붕괴했을 때, 이 모든 취약점이 동시에 터지며 회생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크립토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화려한 사용자 지표와 같은 '보이는 숫자' 뒤에 숨겨진 '실제 현금 흐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DappRadar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의 비즈니스는 단단한 현실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시장의 뜨거운 열기라는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인가?"

 

시장은 환호에 답하지 않는다. 시장은 오직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에만 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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