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펼쳐진 비겁한 변명의 향연, 군자의 도리와 거리 먼 전직 권력자
법정에서 펼쳐진 비겁한 변명의 향연, 군자의 도리와 거리 먼 전직 권력자
-군자교절불출악성 君子交絶不出惡聲 『사기』-
-군자는 절교를 해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MZ세대용 초간단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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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사기』의 '군자교절불출악성'이라는 고사는 군자라면 절교를 하더라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는 자신의 부덕을 인정하고, 무익한 갈등을 피하는 지혜의 결정체이다. 그러나 어제 열린 윤석열 내란죄 첫 공판에서는 이러한 군자의 도리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가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부하들을 비난하고, 93분간의 장광설로 진실을 왜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의 최고 책임자였던 사람이 보여준 이러한 행태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군자의 도리와 현대 지도자의 책임
군자교절불출악성은 단순한 고전 속 격언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중국인들은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는데, 이는 자신의 안목 부족을 인정하는 자성의 측면과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는 실용적 지혜를 담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어제 열린 윤석열의 내란죄 첫 공판에서는 이와 정반대되는 모습이 펼쳐졌다. 모두 진술만 83분, 검찰 질의까지 포함하면 총 93분 동안 혼자 말하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지시를 따랐던 군 장교들을 비난하고, 명백한 사실관계마저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군자는커녕 기본적인 책임 의식조차 결여된 행태라 할 수 있다.
무책임한 권력자의 93분 독백
윤석열은 재판에서 판사가 직업을 묻자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고, 판사는 "직업은 전직 대통령이죠"라고 대신 말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차이를 넘어 자신의 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는 현실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의 지시를 부인하며 부하들을 비난한 점이다. 윤석열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새빨간 거짓"이고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단장은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다"고 분명히 증언했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대대장 역시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명백한 증언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부인하는 행태는 군자는커녕 책임있는 시민으로서도 부적절한 태도이다.
부하들을 비난하는 불명예스러운 행태
가장 볼썽사나운 것은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부하들을 비난한 점이다. 윤석열은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것들이 검증없이 공소장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한때 국군통수권자였던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군인들을 '겁쟁이'로 깎아내리는 참담한 장면이었다.
이는 『사기』에 나오는 군자의 도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자라면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상대의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 도리인데, 윤석열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하들을 비난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인들이 관계가 끊어져도 험담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점인데, 윤석열은 이러한 지혜조차 갖추지 못했다.
국가 지도자의 책임과 도덕성
한겨레는 "국민들은 그날 헛것을 봤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재판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윤석열이 주장한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나 "계엄 실시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 것"이라는 발언은 이미 파면 선고에서 결론이 난 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마저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의 분리
법정에서의 방어권 행사는 피고인의 권리지만, 도덕적 책임까지 회피하는 것은 전직 국가 지도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이 변호인이 3분 정도 말하다가 발언권을 넘겨받아 83분 동안 모두 진술을 한 것은 법적 권리를 넘어선 자기변호의 과잉이었다. 판사가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변호인이 "피고인의 권리"라고 주장한 것은 법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적절치 않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 품격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사기』에서 말하는 군자의 도리이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이다.
진정한 지도자의 길
이번 재판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책임의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군자교절불출악성의 가르침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타인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고, 설령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상대를 험담하지 않는 덕성은 현대 사회에서도 필수적이다.
윤석열의 내란죄 첫 공판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덕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하들을 비난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비록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 용기와 품격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길이다.